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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목사(거룩한빛 광성교회)
2012-11-16 11:52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창간21주년 특별대담/ 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목사(거룩한빛 광성교회)
“2012년은 한국교회 역사의 불행한 한 해였다”
담임목사의 왕국이 되어버린 교회, 자연스레 세습으로 이어져
연합기관간 대외적 창구의 단일화 이루어 한국교회 대변해야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지적은 이미 식상하리만큼 지적돼 왔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처음 지적했을 당시에는 당장 무슨 일이 날 것처럼 분주한 교계였는데, 지금은 그런대로 흘러가는 현실에 오히려 적응한 모습이다. 목회자 도덕윤리의 타락, 금권욕, 권력욕, 기복주의, 끝없는 분열 등 한국교회를 갉아먹는 수많은 사태 앞에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도 않을 만큼 감각이 무뎌져 버렸다.
이제 한국교회의 면역력은 오히려 사태를 인지하는 능력조차 상실해 중독이 되었고, 회복이 쉽지 않을 만큼의 지독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인식,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 하나님의 끝없는 은혜로 역사적인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믿음을 배신해서도 안된다. 본보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한국교회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목사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차진태기자(이하 차): 한국교회의 위기적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분열이다. 교단 분열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대표적 연합기관이 분열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으로 재편된 연합기관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정성진목사(이하 정): 우선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게 우선일 듯 하다. 일단 지난 어두운 시절 교회협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며, 사회전체에 한국교회의 건강함과 종교의 모범적 역할을 보여줬었다. 교회협은 당시 한국교회의 영향력을 대변할 만큼의 큰 역할을 담당했다. 문제는 교회협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재와 군사정권이 막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교회협은 성향을 버리지 못했다. 시대가 변할 때, 교회협 역시 교회 내부적인 역할에 맞게 복음적인 측면으로 변화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한국교회 내에서 좌파로 비쳐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나온게 한기총이다. 한기총은 진보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나왔고, 전체를 담보하지 못했던 교회협으로 보수를 대변할 대표적 연합단체로 성장하게 됐다.
문제는 그런 한기총이 점차 교단장들의 놀이터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교회의 많은 교단 내에서 원로들과 정치인들이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였다. 한기총은 그런 명예욕에 찌든 사람들에게 더 크게 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런 상황에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뛰쳐나왔다.
올해 2012년은 한국교계를 대표할 연합단체가 아예 없었던 해다. 셋 다 자신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지, 아무것도 한게 없다고 보는게 옳다. 단적인 예로 종자연 사건을 봤을 때 세 단체 중 누가 이 문제에 깊이 개입하고, 문제를 지적했나? 단순히 발은 담갔을지 모르지만, 한국교회를 대변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곳은 없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문광부 종무실에서는 한국교회 대표로 누구를 대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고, 청와대 역시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기 곤란한 입장이 됐다. 아마 올해가 한국교회 역사에서 최고로 불행한 한 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차: 일부에서는 문제만 일으키는 연합기관이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교회 연합단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 연합단체가 위에서 말한대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없앨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기 전에는 정부에게도 국민에게도 이용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집하면 과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것처럼 사회를 올바로 선도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협, 한기총, 한교연이 반드시 한지붕 아래 있어야 한다. 그게 한지붕 두가족이 됐든, 세가족이 됐든 일단은 창구의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대외적으로 한국교회를 대변할 공신력있는 창구를 구성할 때, 진정 한국교회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차: 연합기관 끼리의 연합은 매우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데 동감한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WCC 문제만 봐도 연합기관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 WCC 문제는 사실 접근하는 자세부터 잘못됐다. 절대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보수측에서는 현재 WCC를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나? 사실 어디를 둘러봐도 굳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정 싫으면 그냥 불참하면 될 뿐이다. 이것은 엄연히 국제행사다. 지금처럼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반목한다면 한국교회를 넘어 국가전체의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 최근 한국교회를 보면 유난히 ‘이단’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연합단체간의 싸움에서 이단은 무기가 되어 교단장이나 단체장을 지낸 인물까지도 이단연루, 옹호로 거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단’의 무분별한 정죄 문제는 없나?
정: 이단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매우 위험한 존재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생겨난 이단이 진짜 이단마저 가리고 있다. 이단은 절대 정치적인 문제로 풀어서는 안된다. 신학자들이 모여 철저히 성경과 신학에 근거해 판단되어야 할 이단이 정치꾼들에 의해 정죄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오히려 이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이단이 이용되다보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반대로 정죄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누가 그들의 이단정죄를 믿고 따르겠는가? 오히려 그 틈에 이득을 보는 건 진짜 이단밖에 없다. 지금의 이단정죄는 오히려 한국교회 이단 대책에 큰 해를 입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차: 한국교회에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주요한 이유로 목회자의 질적 저하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신학교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목회자들이 난립하게 되면서다. 일부 신학교에서는 단 1년만에 모든 신학 과정을 완성하기도 한다. 마치 목사 공장과도 같은 지금의 신학교 현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 지금 교계에는 목회자 실업자가 유난히 많다. 그들은 택배와 대리운전,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만큼 지금의 목회자 과잉공급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학교는 더욱 늘어나기만 한다. 심지어는 찬양신학, 통신신학 등의 이름까지 붙여가며, 목사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신학적 질의 저하가 없겠는가? 우리처럼 수년간 신학공부를 한 사람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그 분들은 대체 무엇을 가지고 목회를 할 수 있는가?
결국 그런 신학교는 폐쇄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군사정권 시절에 신학교를 정비한 적이 한 번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에서 그 일을 할 수 있겠나? 자칫 기독교탄압으로 비쳐져 기독교가 들고 일어설 텐데,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국교회 스스로 이를 정비하는 것 뿐인데, 지금 현실에서 어느 교단이 자기 신학교를 폐쇄하려 하겠는가? 막막할 뿐이다.
차: 목사님이 속한 예장통합 교단 역시 신학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아닌가?
정: 우리교단만 해도 7개 신학교를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과 지방 딱 2개만 있으면 된다. 사실 7개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목회자들이 갈 곳이 없다. 우리 교단이 아무리 커도 그 많은 졸업생을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 결국 외국에 선교사로 가는데, 그것 역시 일부 선교지에 너무 편중되거나, 선교사 간의 마찰이 빚어져 문제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 돈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졸업 후 유학을 간다. 그러다보니 교수요원도 넘쳐나게 된다.
어느 나라도 신학교가 난립한 곳은 없었다. 신학교가 장사하는 곳인가? 지금 목회 현장에는 자리가 없는데, 정작 신학교는 건물을 늘리고, 또 늘리다 보면 건물을 유지해야 하니까 학생들에 온갖 특권을 줘가며 입학시킨다. 이게 대체 할 일인가? 그러면서 핑계는 북한이 열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한다. 도대체 신학교 운영자들이 생각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차: 지금 한국교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게 교회세습이다. 목사님 역시 미래목회포럼을 통해 교회세습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교회세습을 얘기하려면 우선 그 교회가 왕국인지 아닌지를 얘기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담임목사가 자기 교회를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들려고 한다. 목사의 왕국이 된 교회라면 세습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옆에서 아무리 말려봤자, 소용이 없다. 그 교회는 왕족인 태자가 맡아야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목사의 잘못도 있지만 왕국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리지 못한 교인들의 탓도 크다.
차: 대체 교회를 왕국을 만들면서까지 아들에게 물려주려 하는 이유는 뭔가?
정: 일단 교회가 커지면 그 안에서 목사는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된다. 우리 교회만 해도 의사, 변호사, 정치인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갖고 한 다리만 건너면 못할게 무엇이 있겠나? 더구나 1년에 헌금이 100억 이상 걷힌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돈은 몇배 이상이다. 그런 자본의 맛을 본 사람들이 그걸 남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나?
대체 왜 이것이 가능한가? 우리 국민은 민주화 훈련을 참 짧게 받았다. 김영삼정권을 기점으로 해도 고작 20여년이다. 얼마전에 교인들에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회’라는 설교를 했다. 그게 왜 필요한가? 그것은 내 목회철학 중 하나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왕권의 반대말이다. 아직 민주화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교회가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나는 교인들을 똑똑하게 키우려 한다. 하지만 무능한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똑똑해지면 자기가 쫓겨날 줄 알고 교인들을 바보로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은 제사장되어 교인들을 내려다 보고 있으려 하는데, 지금이 구약시대인가? 제사장은 누구나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고 종교개혁 아닌가?
차: 목사님과 짚어본 한국교회 상황이 참으로 암담하다. 과연 한국교회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가?
정: 마냥 희망을 얘기하고 싶지만, 어려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종교개혁과도 같은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 그게 마땅치가 않다. 예전 루터의 종교개혁 당시에는 루터가 싸우고자 하는 교황청이라는 실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싸워야 할 실체가 없다. 대표성을 잃어버린 연합단체를 대상으로 할 건가? 아니면 300개가 넘는 교단이 대상이 될 것인가?
지금 한국교회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희생과 고통을 인내할 단호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뭉쳐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결코 이뤄낼 수 없다. 지금 내가 미래목회포럼, 작은교회세우기, 평통기련, 세계기독교미래포럼 등의 단체들에 헌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의식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엮어내기 위함이다.
<대담: 차진태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