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詩에 긴말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사변적인 글을 썼던 반성인지 모른다. 집으로 배달 오는 시집을 읽을 때도 사족이 많으면 거슬린다. 사족들을 제거하며 읽다 보면 어제의 내가 보이고 어떤 깨우침이 온다. 그런 것이다. 역시 자코메티의 시학이 좋다.
가을비 오는 밤엔 빗소리 쪽에 머릴 두고 잔다 어떤 가지런함이여 산만했던 내 생을 빗질하러 오라 젖은 낙엽 하나 어두운 유리창에 붙어 떨고 있다 가을비가 아니라면 누가 불행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할까 불행도 행복만큼 깊이 젖어 당신을 그립게 할까 가을비 오는 밤엔 빗소리 쪽에 머릴 두고 잔다
첫댓글 이해리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가을비 오는 밤엔
가을비 오는 밤엔
빗소리 쪽에 머릴 두고 잔다
어떤 가지런함이여
산만했던 내 생을 빗질하러 오라
젖은 낙엽 하나 어두운
유리창에 붙어 떨고 있다
가을비가 아니라면 누가
불행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할까
불행도 행복만큼 깊이 젖어
당신을 그립게 할까
가을비 오는 밤엔
빗소리 쪽에 머릴 두고 잔다
-시집『미니멀 라이프』에서
꽃
오늘 이 향기로운 평안이
어제 그 폭풍우의 대가라면
죽을 만큼 괴로웠던 어제를
꽃이라 불러도 좋으리
늘 곱게 사는 이해리시인
공짜는 없으니 향기로운 평화는 아마도 그폭풍우의 댓과였을 것입니다
폭풍우를 겪지 않고 어디서 평화를 찾을 수 있으리요
그럼요
죽을 만큼 괴로웠다면 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괴로움 뒤에는 그에 반하는 댓과가 따르게 마련이니까요
극복하는 뒤에는 평화의 꽃이 필 수 밖에 없습니다
자코메티의 아름다움까지 담은 시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좋아요
오늘 이 향기로운 평안이 어제 그 폭풍우의 댓가라면
죽을 만큼 괴로웠던 어제를 꽃이라 불러도 좋으리.
한 호흡에 딱 떨어지지만 심연의 묵빛 마져 깊은 삶의 음영으로 돋보이게 하네요. 멋져요 👍 선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