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백록담] 이야기 하귀 산악회장 신 방 식
솔직히 70대 7분을 모시고 한라산 정상을 가는 게 무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평생에 한번, 아니면 마지막 한라산 등산이라는 노익장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에 따라 무리를 감행하기로 작정하고, 본 행사를 추진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한분이[평소 열심히 노력한 건 인정을 하지만] 힘들어 하시는 바람에 8시간이면 가능한 길을 9시간 50분을 걸어 걸어 완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73세에 한라산 정상을 밟았다는 게!
솔직히 작년에 여행사 패키지로 갔으면 엄청 혼날 뻔 한 것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등산이 끝난 후 동귀 어촌계 횟집에서 전원이 만찬에 참여하셨고, 그 자리에 한국노인회 제주지부장 양 창진 선생님을 비롯하여 하귀 1,2리 이장, 하귀농협 조합장님 등 여섯 분이 자리를 함께하여 재경 하귀리민회 정기총회 때 못 다한 이야기며 하귀리의 근황을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느껴온 거지만, 정 봉지 전회장님의 봉사정신은 정말로, 진짜로, 우리가 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봉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어느 한분이 낙오되지 않도록 끝까지, 18.3km를 동행하신 그 정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래도 회장이니, 낙오되는 분이 있는지, 꽁무니에서 확인하느라 이 등정기가 꽁무니 위주로 이야기 되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 시 : 2009년 6월 6일
*등산코스 : 성판악 ~ 정상=9.6km 정상 ~ 관음사=8.7km 합계 18.3km
*제주공항 대형버스 주차장에 09:00까지 전원 집결 완료.
원래 20명이었으나 최종 18명으로 출발.
*차안에서 서로 인사소개하고, 도시락, 간식, 음료수, 막걸리를 조별로 배부하고 09:40 성판악 도착.
*산악대장 지휘아래 몸 풀기 체조,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 09:50분 출발
*발걸음도 가뿐하게 콧노래를 부르고 삼삼오오 정담을 나누며 첫 대피소 까지는..... 뭐 이 정도 가지고!
*해발 1100m, 약 3km를 가니, 출발 때의 기분은 가시고 쳐지는 사람이 나오며, 헥헥 거리기 시작, 마침 라면 박스 실은 모노레일이 지나는 것 보며 사람 타는 모노레일은 없나? [......부질 없는 생각!]
*오로지, 조금 늦어도 우리가 전세 낸 버스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그렇다고 73세 노익장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빨리 걷자고 할 수도 없고] 쉬멍 쉬멍 그릅 써! 앞에 간 사람 덜은 쉬엄실 거우다!
*처음엔 선봉대도 기다려 주고, 뒷 팀이 도착하면 출발하고 하더니, [이젠 뒤 볼 수도 없다! 내 발길이 무겁다?] 인심 고약하더이다.
*산악대장 띠리링!- 진달래 밭 대피소를 13시 까지 넘지 못하면 하산 시킨다고, 빨리 오라고. [빨리 갈 줄 몰라서 안 가니?] 억지 써서라도 일행이 와야 된다고 사정하고 기다리라~이! 난 몰르쿠다!
총무 띠리링!-13시 지나면 못가니 우리먼저 들어갑니다! 빨리 옵 써! =에이! 의리없는 **들!
*지금 시간이 13시02분, 내가 회장인데, 13시 까지 통과 못하면 4명이 하산한다?---내가 먼저 가서 문을 잡아야지! 다짐하곤 허겁지겁[고 애자 님의 배낭 하나를 더 머리에 얹고서], 숨이 한라산 꼭대기에 닿을 정도로 내달려 대피소에 도착하니 13시 07분, 관리인에게 하소연?하지도 않았는데, 사정 설명했더니, [안전을 위해서 그러는 거니 책임지고 안전하게 하산하시면 됩니다!] ----####그냥 주저앉고 싶더라고!####
*뒤쳐진 세분이 13시13분 도착, 설명을 듣고, 그냥 내려 가카 이? 일생 일대의 이 중요한 일을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랍니까? 얼른 화장실 갔다 옵 써! 13시15분 통과.
*이제 정상까지 3.2km 남았는데, 쉬는 횟수는 많아지고, 고 영선, 전 경자, 전 세자님은 친구가 염려스러운지 교대로 길동무를 해주는 우의를 과시하면서,,,,, 정 봉지님은 죽으나 사나 한 분을 위해서 행동 통일을 하시고,,,,,
*등산로에 핀 작고 예쁜 꽂도 보고, 길 옆에서 먹이를 찾는 노루도 보면서, 철쭉은 근처에 왜 안보일까? 윤달이 있어 아직 지지는 않았을 텐데?
*재작년 한라산 등산을 한 경험에 의하면 지금 쯤 한라산이 보여야 하는데? 깔딱 고개를 몇 차례 넘으며, 갑자기 찬 공기를 접하곤 비가 올려나? 한라산이 높으니 구름이 한라산에 걸리면 비가 온다는 건 알고 있는 일, 한라산 정상이 가까워 졌겠지. [내 생각 : 벌써 3시가 다 되는데, 정상까지 약 30분, 관음사 까지 4시간 잡으면 8시가 넘겠구나. 어제 저녁 7시50분 비행기를 탔을 때 많이 어둡지 않았으니 8시 30분 까지는 괜찮지 않을까?===그래, 회장이란 직책이 무섭더라고!]
*총무 또 띠리링!-정상에 왔는데, 산악 경찰이 3시엔 모든 사람이 정상에서 내려 가야한다고 하는데 어떵허코 양?--사정 설명하고 우리가 갈 때 까지 기다리라게!
산악대장 또 띠리링!-막무가내로 내려가라고 하는데 우린 내려 감수다! 뒤에 쳐진 네 사람은 죽어도 좋다는 거야? 회장님 열 오른다!==진달래 밭 대피소 통과 때도 그러더니, 정말 너무하는구나!
*우리의 원래 계획은, 정상에서 하귀 산악회 프랑 카드를 높이 들고 기똥차게 사진 한판 박고, 백록담 들여다 보며 도시락 까 먹으며, 준비된 막걸리로 “하귀 산악회, 파이팅!”을 외치는 거였는데,,,,,
*내가 기다리라고 그렇게 애원했으니 설마 내려갔을까? 나라도 빨리 정상엘 가서 산악경찰에게 신 방식의 어거지 실력을 발휘해야지! 배낭 한 개를 더 메고 숨이 닿는데 까지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오! 하느님! 저~ 멀~리 정상으로 가는 계단이 보이네! 있는 힘을 다해 계단을 올라 가는데, 힘은 빠지고 올라가는 사람 없이 내려오는 사람 뿐이고! 내려오는 이쁜 아가씨 왈,“아저씨! 너무 늦었어요!”--힘들어 죽겠는데, 사람 놀리냐? 늦어서 죽을 힘을 다해 가는 것 안 보이냐? 이쁘지만, 한 대 갈기고 싶은 걸 참느라고, 숨도 차고! 아니! 저 멀리 철쭉이 만발한 풍경이 보이네! 숨도 찬데, 사진이나 한 장 찍자! 찰칵!
*구름이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차갑기만 하고, 감기 걱정이 될 만도 하건만, 오로지 정상엘 빨리 가야된다는 일념에 계단만 보고 올라가는데, 아~니 왠 개미들[날개달린, 신혼여행 중인 개미들]이 계단에 빽빽이 붙어있고 밟혀 죽은 놈들도 있고,,,,,,[신혼 중에 황천 간 놈!]
*3시 30분, 정상이 가까워 지는데, 멀리서 내 각시가 나를 부르네!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는데 그래도 각시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산악 경찰이 없었더라면 와락! 뽀뽀해 주고 싶었는데! 둘이서 사진 몇 장 찍고.
*그런데, 산악경찰이 빨리 하산하라고 이야기하다가, “방식이 형 아니우꽈? 나 수산에 홍 대기우다! 하나도 안 변해수다 양? 오 그래? [4년후배? 옛날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땐가? 담임했던 홍 재규 선생님의 동생]. 강두욱, 홍붕기 랑 알지~이? 압쭈게!
내가 선두로 왔으면, 그렇게 쉽게 풀릴 일이 나의 책임감 때문에 뒤에 쳐지다 보니 정상에서의 ”화이팅“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을,,,,붕당 붕당, 쫑알 쫑알... 내가 불평을 해대니, 내 각시 왈, “속솜헙서 양?! 찔끔! 각시가 무서워!
*3시 40분, 전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정 봉지, 고 애자, 고 영선, 조 순아 님의 힘 찬 발걸음이 드디어! 한라산 정상을 향해, 보무도 당당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증명을 위해 백록담을 내려다 보고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도시락도 못 먹은 체로 하산 길에 오릅니다.
*바로 내려오면서 구상나무 숲에서 사진 찍고, 서쪽으로 보니 작년 물난리 때 한라산 정상이 쓸려 내려간 자리에 암벽이 뾰쭉 뾰쭉 멋있어 졌더군요. 구름이 계곡을 휘돌아 정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경이로워 보이네요. 등산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는 곳을 조금 지나니 일행이 도시락 꺼내고 있더군요. 정상에서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좋았을 텐데,,,,,,,[각시의 무서운 얼굴에 속솜허기로...]
*정상에서 하지 못한 막걸리 건배를 위해 강 종실 고문님께서 “하귀 산악회! 파이팅!”선창에 맞춰 한라산이 떠나가도록 외쳤고, 정상의 북쪽 암벽을 바라보며 도시락 까고, 막걸리 한잔에 한라산 정기를 맘껏 들이켰답니다.
*주변 청소하고 4시 출발, 용진각 대피소 까지 가파른 하산 길, 용진각 대피소도 작년 물난리 때, 같이 쓸려 가서 새로 철골로 짓고 있더군요.
*마침, “와타타타타!”하는 소리에 하늘을 보니 경찰 헬기가 용진각으로 가데요. 나중에 산악경찰 홍 대기에게 물어보니 다리를 삔 사람을 실어갔다네요. [고 애자님을 위해서 헬리콥터를 불러?]==다치지 않은 사람은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다친 경우는 돈을 안 받는다는데, 맞나요?
*샘물이 좔좔! 흘러내리는 곳에서 세수하고 물병에 가득 채우고,,, 물이 엄청 차네, [엇시굴라!]
*고 애자님, 내려가는 길이라 힘들진 않아도 속도는 그저 그만큼. 정 봉지 전회장님은 계속 봉사 중! 정상에서 관음사 까지 8.7km 중 3km정도 왔는데, 저녁5시30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내려 가는 길!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노래 나오네.]
*후미와 앞선 팀과의 거리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가다보니, 앞에 가시던 송 상호님 왈, [70대만 여섯 분이 같이 가고 있네?] 어? 강종실,김길창,송상호, 전경자,전세자,고영선 여섯분이 정답게? 데이트하는데, 내가 끼면 안 되겠지? 그러곤 쭈~욱 뒤쳐졌습니다. 정담 많이 나누셨지요?
*넓은 내창이 보이고 급경사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서 내창을 건너고 중간팀[70대팀]이 휴식을 취하는 게 멀리 보이는데, 아까 봤던 산악경찰 홍 대기 씨가 모노레일을 시동 걸면서 70대 노익장들의 고군분투가 안쓰러웠는지, 고맙게도, 세분만 모노레일을 타고 가시게 하겠다.라고 내게 제안을 하지 않는가? 엄청 고맙고, 고 애자 씨! 하고 막 부르려다가, 순간 누구는 타고?라는 생각과, 거의 막바지에 와서 한라산 정상 완주에 흠이 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금방 어두워 지면?하는 생각 까지 섞여서 고민되더군요. 그러나, 자존심이 있지! 여기까지 와서 편한 걸 찾는다는 건 하귀리민의 정신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곤, 홍 대기 씨에게 “무척 고맙지만,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는 분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네.”라고 정중히 거절을 하였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 했죠?]
*아쉽게도 모노레일은 그렇게 지나가고, 앞에서 쉬고 있던 김 길창 님이 고 애자 님이 도착하자마자 출발하시네요. 약 올리시는 건가?
*이제 2km정도 남았는데, 시간은 7시가 다 되어가고, 서산에 해는 산 너머 숨어드는데, 고 애자, 고 영선, 봉사자 정 봉지 님은 어찌 나타나질 않는 고? [야!호!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을 않네. 인적이 끊긴 산 길에 어스름이 끼어드는데,,,,] 앞에 간 산악대장이나 총무는 뒤쳐진 분들 걱정도 안 되나?
*등산로 옆에 [구린 굴?]이 있어 고개를 내밀고 봐도 어두컴컴, 잘 안보이네. 이제 관음사 까지 얼마 안남은 것 같다. 마이크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오! 관음사가 보이네! 등산로 출구를 막 나서니 내 각시가 맞아주네! 워메! 좋은 거!
7시 40분, 어스름이 막 깔리는구나. 뒤에 계신 분들은 조금 전에 바로 뒤 따르는 걸 확인했으니 곧 도착하겠지.
*드디어! 7시50분. 마지막 세분이 등장! 전국의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하귀산악회 18명이 드디어! 한라산 정상을 정복하고, 전원 무사히 하산한 순간입니다!
*정상에서 찍지 못한 프랑 카드를 버스 앞에 세우고 전원이 무사귀환 기념 사진 촬영.
*동귀 어촌계 횟집에 도착, 기다리고 계신 양 창진 선생님, 하귀1,2리 이장 님 등과 인사,
신 방식 회장이 기증한 양주[2리터]로, 강 종실 님의 건배 제의에 따라 하귀, 화이팅!을 외치고, 황돔 회를 맘껏 들었습니다. 일어설 때가 11시가 지났나요?
*막간을 이용하여, 신 방식 회장의 생일 축하 케이크 까지 준비, 생일 축하 노래 까지 불러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