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혈압은 ‘나이+90’이 합리적
최근에 장인 제사 때 만난 처남이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에 가서 혈압을 쟀더니 높게 나와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
처남은 75세로, 167cm에 57kg여서 왜소해 보인다. ‘저 체격에도 혈압이 높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혈압이 얼마냐?”고 물었다.
처남은 “140”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수축기인가, 이완기인가?”라고 묻자 처남은 “140, 80”이라고 했다.
‘지극히 정상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약을 먹다니…납득이 가지 않아 “약을 먹은 후의 수치인가?”라고 재차 묻자 “약 먹기 전에 그랬다”는 것이다.
그 대답에 충격을 받아 “그럼, 약을 먹으면 얼마냐?”고 묻자 “120, 80”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멀쩡한 70대 노인의 혈압을 약을 먹여 20대 젊은 사람의 수치로 만들어놓다니. 도대체 처남이나 의사나 두 사람이 혈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갖고나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본인 의사 마쓰모토 미쓰마사는 저서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에디터)에서 “혈압은 개성”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는 “모든 사람의 혈압을 같은 기준에 맞추려는 것은 융통성 없는 행동이다. 혈압은 성격과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사는 홋카이도대학 의학부를 나와 오미야 진료소 소장을 거쳐 2009년부터 간토 의료클리닉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양의이면서도 한방약을 치료에 도입하는 등 환자에게 더 유익한 의료라면 동서양의 우열을 논하지 않고 적용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의 건강 신조이자 치료의 근간은 ‘웃음은 만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주요하다’ 등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 몸은 끊임없이 혈압을 가장 좋은 상태로 조절하고 있다. 스스로 자동변속을 하는 자동차 기어처럼 자동적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전철역 계단을 이용하면 혈압이 200 가까이 상승한다. 밤에 숙면을 취할 때는 혈압이 내려가 낮에 150 정도를 유지하는 사람의 경우 110 정도까지 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혈압은 다시 오른다. 낮 동안의 활동에 대비해 몸이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화장실에서 힘을 줄 때나 심지어 이를 닦을 때도 혈압은 올라간다.
결론은 “혈압은 언제나 올바르고, 아무 때나 변하는 수치는 모두 올바르며, 따라서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삼을지 결정할 수가 없고, 어느 한순간의 혈압만 가지고 ‘높다’, ‘낮다’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 일본인 의사는 “혈압이 높은 건 우리 몸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라고 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기본 과제는 종족 보존이며, 그에 앞서 자신이라는 개체를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신체의 반응은 모두 개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다. 즉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고,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를 하는 것이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일본인 의사는 “진화의 최첨단에 있는 우리 인간은 역사상 가장 우수한 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 반응이 없다면 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되고 말 것이다. 여름에 땀을 흘리는 것은 기화열로 체온을 내리기 위해서고, 겨울에 소름이 돋는 건 털을 세워 공기층을 만듦으로써 체온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와 똑같은 현상을 혈압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몸속에서 혈압을 높여야만 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몸은 스스로 혈압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끝으로 “혈압은 극단적으로 낮춘 현재의 기준치보다 옛날의 ‘나이+90’으로 계산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며 “특히 고령자는 160~180이라도 괜찮다. 나이 들어 딱딱해진 혈관에 피를 돌게 하려면 그 정도의 혈압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사의 지론에 따르면 처남의 혈압은 하나도 높은 것이 아니며,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