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진미山海珍味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산과 바다의 산물産物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珍貴한 음식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맛. 좋은 음식”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가 얼마나 잘 차려진 음식상이기에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다소 외진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겨 찾아갔지만 식당 안은 여전히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고 직원들이 분주하다. 깔끔한 한정식 요릿집 같지는 않지만, 큰방과 작은 방이 따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통하게 미닫이문을 떼어냈다 달았다 할 수 있게 했다. 깔끔한 주방에는 다양한 요리가 한창이다.
매일 아침마다 손수 만드는 반찬
8년 전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고심한 끝에 2년전, 식당 문을 연 도성구 씨(49세) 부부, 이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진배기’라는 된장 공장을 20년 이상 운영하면서 식당을 함께 꾸려갈 정도로 성실한 삶을 산다. 돈에 맛이 들어서가 결코 아니다. 많으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에 연연하다 보면 귀한 것을 놓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에 이롭고 맛도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맛을 본다. 그리고 나에게 맞게 벤치마킹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장아찌류와 간장 소스도 직접 개발해 별도의 판매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차근차근진행 중이라고 한다.
산해진미 메뉴를 손수 개발한 부부는 매일 아침마다 밑반찬을 만든다. 그리고 두부도 100% 국산콩을 사용해 일일이 직접 만드는 정성을 다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정성을 기울인 결과, 짜거나 맵거나 자극적이 지 않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 그것이 부부의 자부심이다.
진정한 건강밥상 산해와 진미
이 집에는 아무리 예약을 해두었더라도 식당에 손님이 도착을 해야 요리가 하나씩 차려진다. 아니면 식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집에서 자랑하는 산해진미 요리를 알아보자. 산해는 1인 기준에 1만 7천원, 진미는 1만 2천원이다. 2인 이상주문이 가능하다. 조금 더 비싼 산해에는 고기가 나오고, 진미에는 고기가 없다는 것을 빼고는 모두가 똑 같다.
처음 상에 나오는 것은 호박죽과 샐러드다. 깔끔한 접시와 도자기 그릇이 독특하다. 양상추와 적채 등 다양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하얀 소스에 검정깨와 땅콩가루가 들어 무척 고소하고 맛있다. 천천히 먹다보면 두부와 세 가지 종류의 묵이 나온다. 이른 아침에 직접 만든 두부에 검정깨를 갈아 만든 묵, 몸에 좋은 올방개묵, 백년초 분말을 이용해 분홍 빛깔의 묵이 어우러져 눈이 먼저 즐겁다. 이 두 가지를 채소 겉절이와 함께 맛보면 별미다.채소 겉절이는 유자와 매실 효소를 섞어 만든 소스에 버무린 것이다. 그리고 새싹을 포함해 여린 채소에 저민 돼지살코기, 겨자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매콤 달콤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색상도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천연색이자 소스도 자연을 담아 한결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세 종류의 전이 함께 나오는데, 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깻잎전처럼 보이는 반달 모양의 전은 깻잎이 아니다. 다양한 채소를 함께 넣어 반달처럼 접었을 뿐이다. 그리고 깊은 맛의 야채전과 달달한 단호박튀김이 함께 나온다. 다음에는 오리훈제와 삼겹살이 등장한다. 삼겹살기름 부위를 다듬어 먹기에 적당하다. 닭날개 튀김과 새송이버섯도 함께 나오는데, 다양한 맛으로 기대치를 높인다. 그리고 오리가 몸에 좋은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 효능은 생략하겠다. 어쨌든 훈제오리와 삼겹살이 만나 멋진 조화를 이룬다. 풍성하게 차려진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오이, 고추장아찌를 곁들여 여유를 부려가며 고기를 즐기다 보면 금세 접시바닥이 보인다. 그러면 그때쯤 어떻게 알았는지 돌솥밥과 밑반찬이 등장한다. 그런데돌솥밥도 예사롭지 않다. 대추와 완두콩, 단호박과 호박씨, 당근, 해바라기씨가 들어있는데, 한약방에 직접 의뢰해 한의사가 추천한 약재를 구해와 그것을 달인 물로 밥을 짓는다. 그래서 마치 보약을 한 그릇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밑반찬 역시 그냥 먹어도 맛있을 만큼 담백하다. 막 주방에서 무쳐낸 잡채와 가지무침, 호박무침, 깻잎장아찌, 취나물장아찌,산나물무침, 물김치, 양배추 다시마쌈, 배추김치, 각종 버섯, 비지조림, 오이무침, 푸짐한 채소 등 열다섯가지가 넘는다. 맛을 급조하는 인공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반찬은 모조리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부디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맛보면 더욱 맛있는
무려 30분을 기다리며 맛보는 요리라 허기진 배는 꿀떡 넘기라 재촉한다. 하지만, 부디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하시면서 드시길 바란다. 그래야 진정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손님은 오래 기다리게 한다며 화를 내지만 며칠 후 가족들을 대동하고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주말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요리의 참맛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결코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기본정보
- 예약전화 : (054)371- 6979
- 주소 : 경북 청도군 화양읍 화양로 72
- 매주 일요일은 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