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목련
시인 권도중은 순백의 목련을 ‘때 묻지 않아 안타까운/가난하여 절대적인 색깔’로,꽃 지는 속도가
하도 빨라 ‘어느새 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찬비가 내리는 날 ‘하이얀 조각으로 쌓여’ 애달
팠던 시인은 헌사도 잊지 않았습니다.꽃비로 생을 마치는 목련을 연인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치켜세웠지요.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정권식 시인은 ‘봄에 지는 꽃보다는/차라리
하늘을 나는/새가 되지 그랬냐’고 따지듯 묻습니다.‘떨어지는 것은/꽃잎이 아니라/한장 한장
뜯기는 세월’이라면서….
지기 위해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어느 날 갑자기 후두둑 저버리는 목련!4월에 피던 꽃이 이젠
제 성질을 못 이겨 3월말이면 무너져 내립니다.박목월 시인은 목련이 피는 4월을 ‘빛나는 꿈의
계절’,‘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이라고 했지만 4월의 목련은 피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으로 기억됩니다.
그만큼 온난화가 거침없습니다.식물의 개화시기마저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니 사람들의
감성과 느낌도 예전 같지 않지요.감응의 폭과 깊이 또한 좁고 짧습니다.나들이마저 자유롭지 않으니
지는 꽃을 보기가 참 고통스럽습니다.
지는 꽃이 어디 목련뿐이겠습니까.세월에 순응하며 다시 ‘빛나는 꿈의 계절’을 예비해야 합니다.그런 점에서
목련꽃차는 비련의 주인공을 다시 살리는 마법을 보여줍니다.피지 않은 꽃봉오리 상태의 목련을 정성껏
말려 차로 우려내면 지기 전의 자태와 효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요.약성은 어떨까요.알칼로이드를 비롯해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혈액순환과 혈류 개선,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줍니다.체내의 중성지방과 콜레
스테롤을 배출시켜 혈전을 방지할 수도 있지요.민간에서는 비염과 축농증 치료제로 널리 활용됐습니다.
한의학에선 목련을 신이화(辛夷花)로 부르는데 본초서인 ‘본경소증’에서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무리를 해도
바로 코가 막히면서 콧물이 나오고 얼굴이 붓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습니다.맵고 따뜻한 성질,청량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호흡기 질환에 좋다는 이야깁니다.3월이 속절없이 지나갑니다.‘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이 귀한 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은 세월이지만 긴 겨울을 버틴 힘으로 푸른 하늘에 조금의 흔적
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그리하여 빛나는 날갯짓으로 새로운 꿈을 건져 올리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