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그루의 기적 ‘진주매화숲’
1만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워 매화 향기 그윽한 무릉도원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진주매화숲’이다. 진주시 내동면에 위치한 이 매화숲은 축구장 7개 크기, 1만 5000평 땅에 1만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품고 있다. 사유지이지만 2019년부터 매년 개화 시기인 2월에서 3월 사이 농장 주인이 약 한 달간 무료 개방하면서 명소가 되었다.
진주매화숲은 과실을 얻기 위해 조성된 농장이 아니라 오로지 꽃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숲이다. 대부분 붉은 홍매지만 구름을 나는 용의 형태인 운룡매, 어사화를 닮은 수양매, 한 나무에 다섯 빛을 내는 오색매, 미인매 등 전국 각지에서 구해 온 희귀 수종이 약 50여 종에 달한다. 품종에 따라 눈이 내리는 한 겨울부터 4월까지 긴 기간 매화를 볼 수 있다. 올해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여러 수형과 꽃 모양으로 어우러진 매화숲에는 각별한 사연이 있어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평생 야생화, 분재 등 생태조경을 해오던 박정열·배덕임 부부는 2008년, 고속도로 공사로 버려졌던 100년 전후의 매화 고목들을 살리기 위해 황폐했던 이 땅을 빌려 한 그루씩 옮겨 심었다. 또 매실 씨를 뿌리고 접을 붙여 직접 키워 낸 나무들이 자라 지금의 매화숲을 만들어냈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하고 꽃을 피우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견뎠던 것은 오로지 매화나무 순애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답하듯 곱게 핀 매화를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자 숲을 개방한 부부의 마음은 고매하고 순수하기까지 하다. 진주매화숲이 단연코 아름다운 이유이자 훼손하지 않고 감사와 존중의 마음으로 감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다.
안타깝게도 생태조경가 박정열 씨는 지난 2021년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그의 아내 배덕임 씨와 자녀들이 진주매화숲을 가꾸고 있다. 매화가 세상에 공개되는 단 두 달을 위해 나머지 열 달은 풀베기, 가지치기와의 싸움이다. 그 힘겨루기가 싫지 않은 것은 매년 피어나는 매화에서 고(故) 박정열 씨의 웃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인 목공예가 박민철(진주공예창작지원센터장) 씨는 제2의 진주매화숲 조성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진주매화숲의 20~30년생 홍매화 100여 그루를 진양호반에 옮겨 심는 중이다. 15년 전 밀식 된 매화나무에게 숨통을 틔워줘 더 건강한 아름드리로 키우기 위함이다. 매년 이른 봄, 붉은 물감을 푼 제1, 제2 진주매화숲을 볼 때마다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대를 잇는 매화사랑꾼의 이야기는 영원히 소환될 것이다. 김수희 명예기자(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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