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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일찍부터 찾아 온 올해 더위는 장마 기간을 제외하곤 하염없이 폭염을 쏟아 붓는다. 매년 반복되어 온 장마와 여름을 새삼스럽게 지루하다고 여긴다면 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지고 권태에 빠질 때가 가끔 있다. 이럴 때는 일상의 모든 일에서 탈출하여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깨는 것을 보면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 버리는 아쉬운 휴가인 만큼 기억에 남을 무언가의 멋진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부산에서 새벽에 출발한 친구들과 울산에서 부부 4팀이 합류하여 경부 고속도로를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충남 당진으로 가는 길목인 서해대교의 행담도 휴게소인데, 주차장과 주변 시설은 누가 보아도 부실 공사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당연할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별로 넓지도 않은 당진은 맷돌포포구, 안섬포구, 성구미포구 등 각각 색다른 특징이 있는 다양한 포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간재미회 무침(가오리 종류)으로 유명한 성구미포구의 '빨간 모자 식당'을 찾아 어부가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회 한 접시와 간재미회 무침을 먹노라면 여행의 피로가 가뿐하게 사라진다. 일제 치하에서도 우리 민족과 조국을 사랑한 저항시인이며 농촌 계몽 문학의 선구자인 소설가 심훈선생이 ‘상록수’를 집필하기도 한 필경사를 돌아보니 역시 좋은 시상이 떠오르고 명작의 소설이 나올 만한 분위기가 있는 전형적인 시골의 초가집이다. 이어 대양을 호령하던 우리의 자랑스런 군함이 명예롭게 퇴역하여 해군과 해병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함상공원을 찾았다. 군함 내부에는 해군과 해병의 주제별 전시관, 함정 내ㆍ외부, 항공기 등이 전시되어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바다에 대한 동경과 해군, 해병에 대한 친밀감을 주는 느낌을 받았지만 일행 중 해병대에 입대한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병역의 의무를 마치는 그날까지 자나깨나 아들 걱정에 가슴 졸이겠지! 오늘 계획된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벌써 해는 저물어 가고 하늘이 캄캄하다. 곧 소나기가 한 차례 퍼부을 것만 같다. 지금부터 민박집을 찾아야 하는데 비는 오고 당진읍에는 민박할 곳이 없어 다시 포구로 가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마침 예약을 취소한 민박집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여행 다닐 때 만큼은 밥과 반찬, 설거지까지 남자들이 봉사하는 것을 전통으로 지켜 왔기에 이번에도 그 전통을 지켰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내가 퇴직 후 조그만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파란 잔디와 예쁜 꽃밭이 있는 마당에 강아지가 뛰어 노는 전원생활을 가끔씩 꿈꾸어 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염이 긴 옥수수와 붉게 익기 시작한 탐스런 고추, 싱싱한 채소가 자라고 있는 텃밭이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다. 아침 식사는 이 지방의 별미인 ‘우렁이 쌈밥’으로 때우고 어제 실패한, 천주교 순교자가 11명에 이르는 신앙 가문에 태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된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를 찾았다. 이곳은 천주교가 가장 먼저 전파되었으며 탄압도 가장 심하게 받은 곳으로 알려져 김대건 신부의 순교 정신을 추모하고 가톨릭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수많은 순례객이 찾고 있는 곳으로 우리 일행 중에도 천주교 신자가 있었다. 이어서 갯벌 체험을 위해 찾은 곳이 도비도 휴양단지로 썰물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려고 서둘러 출발하였으나 우리 일행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 데도 그 넓은 주차장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20분이나 해메다가 겨우 주차장이 아닌 도로변에 개구리 주차를 하고 갯벌로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조개와 고등 캐기에 열중하고 있어 매스컴에서 문제를 삼던 자연환경 파괴란 기사가 떠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무한한 혜택이지만 우리는 혜택을 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보호가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한 시간 정도의 갯벌 체험으로 조그마한 수확을 올린 일행은 당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왜목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해남의 땅끝마을처럼 육지가 북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서해안임에도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모두 볼 수가 있는데 동해안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이곳 왜목마을의 일출은 일순간에 바다가 짙은 황톳빚으로 변하면서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데 비록 일출과 일몰은 볼 수 없었지만 마을 건너편 바다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과 포구의 어선들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 소박한 정경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점심도 잊은 채 이번 여행의 계획에도 없던 가평의 남이섬을 목표로 영동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앞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소나기가 퍼 붇는다. 아마도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소나기임에 틀림없다. 우여곡절 끝에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남이섬의 길목인 춘천으로,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 집을 지나칠 수 없어 점녁(점심+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들른 음식점은 운 좋게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학곡리식당”이었던 것이다. 비는 하염없이 추적추적 내리고 이름부터 고향 마을 같은 포근한 느낌을 주는 강촌에 민박집을 정하고 일행 중 생일을 맞은 친구가 있어 케이크과 샴페인으로 조촐한 생일 파티를 마치고 잠자리에 알코올 냄새를 풍기는 친구를 깨워 어제 갯벌 체험에서 캔 조개로 끓인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마지막 코스인 남이섬으로 향했다. 남이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하는데 길게 줄을 선 것이 100m는 족히 넘는다. 배를 타고 가는데 번지점프와 수상스키를 즐기는 광경이 아찔하고도 시원스럽다. 섬에는 섬의 유래가 된 남이 장군의 묘가 있고 남이 장군은 17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하여 세조 13년(1474년)에 일어난 이시애의 반란을 평정하고, 여진족을 물리친 공으로 27세에 병조판서가 된 인물이다. 넓디넓은 잔디밭, 호젓한 숲속의 오솔길, 자작나무가 늘어선 낭만이 가득한 데이트 코스……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눈 길가는 곳 마다 이어진다. 지금부터 부부 둘만이 갖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다음에는 유럽 여행을 꿈꾸면서……【끝】 |
첫댓글 ㅎㅎ 여름 휴가를 돈도 안내고 무전걸식하며 여행하였네요 좋은 곳곳을 소개시켜주신님!!~~~~~고맙습니다 중년을 멋있게 보내는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것같아 큰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 또 감사.... 다음에는 다른 여행지 다녀온 곳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