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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신학연구소, 베트남에서 ‘이동학교’ 열어
베트남 남부의 호치민 대교구를 비롯해 여러 교구와 청년단체 ‘예수 닮기 리더십’(LLJV) 소속 청년들은 베트남 상황에서 ‘좋은 신도와 좋은 시민 되기’에 대해 나누고 배우는 2024년 ‘이동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내가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신자가 되고 또 그렇게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베트남 시민 한 사람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베트남 같은 공산 국가에서 신앙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제약이 있는 그만큼 ‘좋은 시민’이 된다는 것은 민감하면서도 복잡한 문제다.”
이동학교 참가자인 부이티홍안(31) 씨는 지역 공산당 정부의 통제로 이동학교 장소가 사이공 사목 센터에서 벤자민 피정의 집으로 바뀐 것 같은 구체적인 사례나 또 공개적으로 종교를 말하고 개종을 권유할 수 없는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에서 시민의식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호치민 대교구 청년사도직 자원활동가인 그녀는 베트남 사회와 비슷하게 교회도 위에서 아래로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반대로 아래에서부터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구조로 바뀐다면, 교회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도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팜득탕(31) 씨도 가톨릭 청년, 특히 호치민으로 이주해 온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호치민 대교구에서 본당(성당)이나 교구 청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지만 부족하다. 더욱이 다른 시나 농촌 지역에서 더 나은 교육이나 직업을 찾아 이주한 청년들의 신앙을 깊게 하거나 또 어떻게 가톨릭 청년으로서 동시에 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곧 당면한 현실과 신앙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나 트레이닝이 거의 없다.”
2024년 4월 베트남 이동학교 참가한 참가자들. (사진 출처 = ALL Forum)
바리아붕따우시에서 호치민시로 이주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국제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베트남 청년들에게 시노드 정신이나 '공동협력성'(synodality)를 실감나게 이해시키려면 이런 신앙과 현실의 접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우리신학연구소의 주도로 아시아 교회 엔지오들과 공동으로 창립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은 4월 13-18일 베트남 호치민시의 ‘벤자민 피정의 집’(Benjamin Retreat House)에서 이동학교를 열었다.
‘예수 닮기 리더십’과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호치민 대교구를 비롯해 바리아붕따우 교구, 달랏 교구, 동나이 교구에서 청장년 4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는 ‘한국 예수성심시녀회’ 호치민 공동체에서 수녀 2명과 ‘베트남 우루술라 수녀회’ 소속 수녀 4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와 이주 노동자 문제, 공동선을 위한 종교 간 대화와 종교 간 협력, 섬김의 리더십, '찬미받으소서'와 통합생태론, 2023-24 시노드와 평신도 참여 등의 주제를 다뤘다. 올해 이동학교는 2020년 호치민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뒤 4년 만에 두 번째로 열렸다.
응우옌득록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베트남의 현 경제 상황을 코로나19 이후 신자유주의와 초단기 노동자(gig workers) 등의 불안정 노동자(precarious workers)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는 1986년 시장개방 이후 베트남은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고용 안정성이 거의 없는 단기 일자리로 불안정 노동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근로자 평균 임금은 800만동(약 44만 원)이고, 그중 700만 동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약 80퍼센트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중 33퍼센트는 평균 월급의 8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센터에서 환자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이동학교 참가자들. (사진 출처 = ALL Forum)
참가자들은 워크숍에 앞서 세 그룹으로 나뉘어 호치민시 인근의 ‘프란치스코 센터’, 베트남의 대표적 민족 종교인 카오다이교의 ‘카오다이 사원’(Minh Lý Đạo)과 ‘카오다이 성지’(Từ Vân Shrine)를 현장 탐방했다.
프란치스코 센터는 260여 명의 정신 및 신체 장애인들과 연고자 없는 고령 노인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시나 정부 지원 없이 주로 실무자 5명과 자원봉사자들에 의지해 운영해 왔다. 이날 이동학교 참가자들은 중증환자 목욕과 식사, 청소 등의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한국 예수성심시녀회는 2016년부터 이 센터에 수녀 4-5명을 파견해 왔다. 이 수녀회의 호치민 공동체 양성장인 린장 수녀는 밤이 되면 봉사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므로 센터 안에 공동체가 있는 수녀들이 환자들을 도맡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또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아서 수녀 몇 명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벅차다. 그렇지만 위급한 중증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이 보호소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이 소임을 계속하고자 한다.”
이동학교 참가자이기도 한 린장 수녀에 따르면, 현재 예수성심시녀회 베트남 공동체에는 전국 9곳에 90여 명이 속해 있으며, 이 가운데 30여 명은 수련 수녀들이다.
프란치스코 센터에서 소임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성심시녀회 소속 베트남 수녀들. (사진 출처 = ALL Forum)
한편 베트남 민족 종교인 카오다이교의 성지를 방문한 참가자들은 부이응옥찐 수도자에게서 카오다이의 ‘혼합주의적 특징’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눔을 했다. 그는 카오다이교는 유교, 불교, 도교와 더불어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장점을 수용해 발전시킨 종교이지만, 태극(太極) 및 음양과 같은 도를 원리로 하고 있기에 원칙 없는 혼합주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만신전에는 부처, 공자, 예수 그리스도, 무함마드, 페리클레스, 율리우스 시저, 잔다르크, 빅토르 위고, 쑨원 등 다양한 성인을 모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리타니카 대사전에 따르면, 카오다이교는 1920년대에 강한 민족주의적 성격을 지닌 베트남 종교 운동으로 창립했다. 유교의 윤리적 교훈, 도교의 신비주의적 관습, 불교의 업과 윤회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조직은 로마 가톨릭의 위계를 본떠 만들었다. 카오다이교의 신자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대략 200-3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카오다이교의 성지에서 부이응옥찐 수도자가 카오다이교의 의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LL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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