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벽 1시가 조금 못 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투르판북역에서 200m정도 떨어진 곳이라 이동이 아주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전날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체크인을 해 준다. 중국 호텔의 프런트에 있는 직원들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해 통역기를 대고 소통하느라 체크인을 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편이다.
이번 숙소에서는 2박이 예정되어 있어 빨래도 해야 한다. 14일의 일정 중 2박을 하는 경우가 중간에 두번 밖에 없어서 이런 날은 빨래를 해야 긴 일정동안 깔끔하게 다닐 수 있다. 연박할 때는 하루는 짐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좀 더 있는 편이다. 중국 숙소에는 냉장고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나처럼 얼죽아 한국인은 이런 점이 조금 아쉽다.
로비에서 오늘의 일정을 의논하는데 윤스리가 베제클리크 석굴근처에 있는 사막지프 투어를 제안한다. 세종아빠님은 긴 침묵으로 답한다.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오래 버티는 자가 이긴다.' 한 곳이라도 더 가고자 하는 자와 필요한 곳만 가자는 자의 싸늘한 전쟁이다..ㅋㅋ
일단은 세종아빠님의 미뤄조지기 신공으로 불안한 평화(?)가 유지된다. 화염산도 들어가자고도 하는데 히메가 그냥 밖에서 보자고 해서 불안한 평화가 깨지기 직전이다. 갑시다라는 한마디에 다시 답사객모드로 전환된다.
오늘은 차량을 대절하는데 택시가 왔다. DD로 부르고 나면 어떤 차량이 오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린다. 살짝 쪼으는 재미가 있다. 택시는 일반차량에 비해 공간이 좁은 편이라서 택시가 배정되어 오면 살짝 실망한다.
09:50 토욕구 석굴
8시 30분쯤 숙소를 나선다. 우리가 가야 할 곳 중 가장 먼 곳에 있다.
입구에서 셔틀 전기차를 탔다. 중국에서 답사를 할 때는 셔틀 전기차가 있으면 타는 것이 좋다..보통은 매표소에서 답사지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서 우리는 언제나 셔틀을 탄다. 나와 세종아빠님은 걷기를 싫어해서 조금 가까워도 타야 한다.
5세기에 개착되어 왕실과 귀족의 후원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투르판지역의 석굴 중 가장 먼저 개착되었다고 한다. 초기 불상은 간다라 양식이고 점차 중국양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인데 현재 굴 속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독일의 로코크가 좋은 것은 다 약탈해 가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 있다.
출입구를 나서면 기념품과 토산품 판매점들이 있는 길을 지나서 우리로 치면 한옥마을 같은 민속마을 나온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여기까지 보고 발길을 돌리는데 우리는 석굴이 목표라서 계곡을 따라 좀 더 들어갔다. 이곳에 있는 안내판에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은 것인지 국격이 상승한 것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다.
현재 벽화가 일부 남아 있는 석굴 중 일반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석굴은 3군데인데 1군데는 공사중이라 볼 수 없다.
37호굴
벽화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지만 6일만에 처음 내 폰으로 몇 장 찍었다.
38호굴
이렇게라도 남아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베제클리크 석굴이 타클라마칸 사막근처에 있어서 가는 길의 풍경이 달라진다.
13:00 베제클리크 석굴
답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 것인가 뺄 것인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답사지에 넣기로 했다. 입구에서 7개의 특굴을 관람하는데 1인당 700위안(한화 약 16만)이라고 한다. 잠시 고민했다. 보존상태도 좋지 않고 극악의 가성비라서 특굴은 둔황석굴에서 좀 더 보기로 했다.
이 석굴에서 약탈해 간 벽화들을 인도의 델리 박물관과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 주로 서원도가 새겨져 있었다.
이미 다녀왔던 히메의 정보로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카메라는 안되고 폰은 된다. 첫번째 석굴에서 다른 관람객이 사진을 찍기에 나도 찍었는데 제지를 하지 않기에 계속 촬영했다. 세종아빠님이 카메라로 촬영하니 그제서야 제재를 한다. 정책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답사 6일째 처음으로 석굴에서 편하게 살피고 촬영했다. 일반관람으로는 총 7개의 석굴을 살필 수 있다.
16호굴
천정에 있는 부처님의 광배에 해와 달, 별들이 새겨져 있다. 특히, 초승달을 새긴 곳도 있다.
17호굴
무량수경변상도가 향좌측 상단의 천정쪽에 새겨져 있다.
20호굴
서원도가 있었는데 모두 약탈당하고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27호굴
측면에 있는 광배의 문양이 매우 다채로운 석굴이다.
31호굴
일부 벽화의 얼굴이 아주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33호굴
정면에 열반상이 있었고 측면에 슬퍼하는 제자들의 표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39호굴
돔의 천정에 천불들이 다른 곳에 비해 잘 남아 있다.
15:10 승금구(승진구) 석굴
베제클리크 가는 길에 있다. 윤슬이가 미리 찾아 놓고 세종아빠님께 가실 것인지를 묻는다. 베제클리크 석굴을 가는 가는 길에 보이는데 어찌 들르지 않을쏘냐? 베제클리크 석굴을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석굴을 가기로 함으로써 사막지프는 자동으로 정리가 된다. 윤스리도 한군데를 더 가서 좋고 세종아빠님은 불교유산을 한군데 더 봐서 좋다. 답사객의 여행은 밥을 안 먹어도 하나라도 더 보고자 하기에 늘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한다.
입장료가 무료인 곳이고 다녀온 중국사람들의 기록엔 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1km를 가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람객이 전혀 없다. 평소 같으면 세종아빠님이 왕복 2km를 걷겠다고 하실 분이 아닌데 먼저 가자고 하신다. 오늘 답사지 중의 최고인 곳이다.
안내센터를 통과하니 마차는 없고 나이든 직원이 아무 말도 없이 앞장을 서서 저리로 가라고 한다. 그냥 가는데 세종아빠님이 직원의 화물용 오토바이를 보고 태워달라고 부탁하니 잠시 망설이다 타라고 한다. 다들 아저씨 마음이 변할까 순식간에 올라탄다.
도착하니 아무도 없는 석굴군이 우리를 반긴다. 아저씨가 닫혀 있던 4개의 석굴문을 열어 준다. 아무 것도 없다고 했는데 뭔가 있다. 그것도 다른 석굴에 없는 것이 있다. 아름다운 벽화가 남아 있다. 세종아빠님은 한국인 최초로 사진을 직접 촬영하고 인터넷에 최초로 올릴 것 같다고 한다. 2년전 시자만애묘의 불상도 우리가 한국인 최초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5호굴
각종 나무와 장막이 그려져 있고 천장에는 꽃무늬를 포함한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6호굴
약탈을 당했는지 아니면 훼손이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벽화가 거의 없다.
7호굴
석굴에 포도나무와 여러 종류의 나무를 그려 놓았다. 큰 기대없이 왔는데 아주 재밌게 살폈다. 특히 천장에 그려진 포도송이들이 우리 한국화를 그리듯 여백의 미를 표현하듯 그려 놓았다. 오늘 답사한 곳 중 최고의 석굴이다.
3호굴
다른 관람로를 통해 올라가야 한다. 천불이 일부 남아 있는 곳이다. 윤스리는 광배의 두광을 파마하는 아주머니들의 머리캡같다고 한다. 그리 보이기도 한다.
14: 20 아스타나 고분군
현재 수리 중이라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찾았다. 생각보다는 고분군의 넓이가 어마어마하다. 가운데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유물 중 아주 예쁜 신발이 출토된 곳이기도 하다. 김천 광덕리 보살의 꽃신과 유사하다.
17:00 고창고성
너무 더워서 일단 수분을 보충해야 했다. 각자 고른 음료수 4개에 시원한 수박을 먹었다. 장사를 하는 아저씨가 한국말 몇 단어를 말한다. 외성의 둘레가 6km라서 상당히 큰 성이다. 성터 곳곳에 건물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걸어서는 볼 수 없는 곳이다. 반드시 셔틀을 타야 한다. 중요한 건물지에 세번 정차해서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데 특별히 더 세세하게 살필 곳은 없다. 너무 덥지 않은 계절에 일몰즈음에 오면 좋을 듯 하다.
이곳에서 한국 여자분을 만났다..얼굴을 햇빛하나 비치지 않도록 완전무장을 하여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실크로드쪽을 한달 계획으로 혼자 다니고 있다고 한다. 10일만에 한국사람을 만났다고 아주 좋아라 한다. 혼자서 세계 곳곳을 다닌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차량대절비가 너무 나온다고 해서 윤스리님이 DD로 차량대절하는 방법을 알려 줬다.
18:05 태장탑
계획에 없던 곳인데 고창고성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라서 들렀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가 있는데 밖에서 살펴도 충분할 것 같아서 잠시 차를 세우고 몇 컷 찍었다.
19:10 저녁식사
너무 더워서 시내로 다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호텔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호텔로 왔다. 애석하게도 호텔에서 저녁을 하지 않아 역근처로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호텔 바로 옆에 식당이 있다. 우리에게는 어디든 같은 곳이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먹었다. 세종아빠님과 윤스리는 내 기준으로 싱겁고 덜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편인데 뭘 시켜도 빨간 음식이 나온다. 외국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오늘부터 제대로 된 실크로드 기후를 만났다. 햇살에 피부가 타는 듯 한 더위에 하루 종일 물과 시원한 음료수만 500ml기준 1인당 6~7병 정도 마셨다. 내일도 어디로 옮길 때 마다 수분 보충을 해야 견딜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6일만에 석굴에서 사진촬영을 처음으로 하고 살폈던 날이다. 무엇보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승금구 석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수확이다.
오늘은 숙소에서 말린 과일을 안주로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한다. 종일 쉴 틈없이 다니느라 답사기를 쓸 틈이 없어 늦은 시간까지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