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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17)
(17) 한글의 날, 축사(祝辭)가 조사(弔辭)로 들리는 까닭
엊그제 10월 9일, 578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글날 축사에서 “우리에겐 한글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며 “우리말에 대한 무관심, 외국어와 외래어의 남용, 신조어와 축약어의 범람 등이 올바른 소통의 장애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다. ‘염려’는 저 문장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말’들이다.
그 시작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부터 시작하여,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라 하니,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라는 이의 말치고는 입맛이 사뭇 쓰다.
책위원회 출범식에 가서는 “호남은 민주당 나와바리”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선 “전두환 정치 잘했다는 분들 많아” 이한열 열사 조형물을 보고는 “부마항쟁인가요?”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는 “명불허전 보수다. 저출생은 페미니즘탓?” 안양시 도로포장 사망사고 현장서는 “동료 노동자 탓”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망발 말본세가 “말 밑으로 빠진 것은 다 망아지(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음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꼴 아닌지 그 인간실격을 의심해볼 일이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메이저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하라” 코로나 초기 대구에 가서는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 전북대학교 최영희홀에서 “극빈하고 배운 게 없으면 자유가 뭔지도 몰라”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회에서는 “청약통장 집 없어서 만들어 본 적 없다” 꿈과 혁신 4.0 간담회에서 “여성 사회진출 많아져 군사기 저하”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에서 “아무래도 여자들이 점 보러 다니곤 해” 안동대 학생 간담회에서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에서 “머리도 별로 안 좋은 기성세대”라 하여, 지역․빈부·성·인종·세대 차별적인 발언들을 일삼는다. 말 많은 게 꼭 “과붓집 종년(과부 혼자 살면 바깥소식이 궁하기 때문에 그 계집종이 안팎을 드나들며 쉼 없이 떠든다는 뜻으로, 말 많은 사람을 비꼬아 이르는 말)” 짝이다.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기업 클레버 방문에서 “최저시급 주 52시간제, 비현실적 제도 철폐” 하나로 마트 양재점에서 “나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아는데 대파 한 단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 1인당 왜 25만원만 줍니까? 한 10억 원, 100억 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에요?”라 하니, 나라 경제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혀 밑에 죽을 말 있다(말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된다는 말)’는 속담을 상기해 볼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100년 전 역사로 인해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 3.1절 기념사에선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부산일보 인터뷰에서는 후꾸시마 오염수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 친일파나 할 말만 하니, ‘말 살에 쇠 살(합당하지 않은 말로 지껄임을 이르는 말)”임이 분명하다.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80년대 민주화운동,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 삼프로 TV에선 “토론 많이 하는 게 도움 안 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선 “한국 청년 대부분은 중국 싫어한다”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선 “독재정부가 경제 살렸는데, 무식한 삼류 바보들 데려다가 나라 망쳤다. 이런 사람하고 토론해야겠나. 너무 같잖다”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은 전사(戰士)가 되어야”라며 싸움질을 부추기니 나라꼴이 엉망이다. ‘입 걸기가 사복개천이다(말을 조금도 삼가지 아니하고 상스럽게 함부로 지껄임)’는 이럴 때 쓰는 속담이다.
가족은 또 어찌나 위하는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처가 관련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내 장모가 사기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 내 장모는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일 뿐”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에 따르면 “제가 집사람한테 그런 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라 했다 하고 KBS 특별대담에서 디올백 받은 것을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라 감싸고 “해외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며 오늘도 부부 동반 외유 중이다. ‘혀 밑에 죽을 말 있다(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말조심을 하라는 말)’는 속담을 챙겨 볼 일이다.
‘말이 미치면 소도 미친다’더니 이 정부 임명장을 받은 이들도 하나같이 저 모양새다. 대통령이 미국 가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하자 김은혜란 이는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라 하여 모든 국민에게 보청기를 끼라 강권하고 이를 처음 보도한 MBC에 대한 재판에선 “이 새끼는 맞는데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모르겠어서 MBC가 잘못”이라는 희대의 판결문을 내놓는다.
‘말 죽은 밭에 까마귀(까맣게 모여 어지럽게 떠드는 모습을 이르는 말)’라더니 권성동이란 이는 피감 기관장을 향해 “뻐꾸기냐. 혀 깨물고 죽지”라 하고 정진석이란 이는 “조선,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것 아냐” 이진숙이라는 이는 “민주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 끼친다” 김문수란 이는 “文, 총살감이라 생각, 청춘남녀 개만 사랑하고 애 안 낳아, 1919년에 무슨 나라가 있나”라 하여, 망언보따리들을 들고 다니며 충성 중이다.
건듯 건듯해도 이 정도니 톺아본다면 밤새 써도 시간이 모자랄 듯하다. 몽땅 ‘말 살에 쇠 뼈다귀(얼토당토않음을 이르는 말)’ ‘하늘 무서운 말(사람의 도리에 어긋나 천벌을 받을 만한 말을 이르는 말)’들이지만, 그 중 제일은 2023년 1월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학교 다닐 때 국어가 재미가 없었다. 우리말을 뭣 하러 또 배우나”이니,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 28자가 이 정부 말을 기록하기 부끄럽다 손사래 치고 세종대왕께서 통곡할 일이다. 한글날 축사가 ‘조사(弔辭,죽음을 슬퍼하는 글·말)’로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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