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 이야기_공동체
마을기자단 신윤희
2022. 6. 13.
2022년 6월 13일 월요일 오전 10시, 독거어르신과 행복나눔 인터뷰를 위해 박춘덕 활동가를 만났다. 원래는 봉화산 근린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전날 비가 내려 근처 카페에서 올해로 3년째 진행하는 동네문제해결 주민제안사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독거어르신과 행복나눔] 모임 소개 부탁합니다.
은퇴 전후 5060 세대가 모여서 사회봉사활동 또는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을 갖고 있을 때, 큰 재능이 없어도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없을까 찾다가 “독거 어르신과 행복 나눔”이라는 주제를 선정해서 동료들한테 공지하고 동의를 얻어서 하게 되었어요. 이 사업의 제안자는 3명인데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10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10명 모두 시간이 안 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시간이 되는 사람들로 탄력적으로 운영합니다. 기본 기획은 스텝 10명, 어르신들 10명 이렇게 1 대 1로 추진을 하는데, 스텝이 거의 필요 없는 경우에는 스텝 한두 명 나와서 하고 대신 독거어르신을 늘려 추진합니다. 사업 취지에 더 맞을 수도 있고요. 프로그램은 만나서 2시간 정도 활동을 합니다. 옹기 체험, 한지공예 체험, 봉화산 망우산 걷기 운동, 영화 관람도 있어요. 가장 큰 프로그램은 김치 담그기입니다. 김치 담기는 가을쯤 할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외도 수시로 모니터링을 해서 독거어르신들이 원하는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합니다.
Q. 2020년 씨앗기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하여 독거어르신에게 노인수당 및 도시락, 라면 등 물질적 제공은 여러 기관에서 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음식이나 물품 등을 나누는 것을 또 하는 것은 중복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가를 찾아보니 제일 힘든 게 외로움과 노인건강관리였습니다. 혼자 지내시기에 먹거리 문제보다는 외로움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이다 했죠. 그리고 저도 그분들보다는 조금 젊을 뿐 은퇴 세대이기 때문에 얘기가 더 잘 통할 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질감 차원에서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했는데 엄청 좋아하셨어요. 씨앗기 때는 제한된 인원 때문에 많이는 못했지만 친구 데려와도 되냐는 제안도 많이 받고 그랬어요.
Q. 독거어르신과 행복나눔 사업을 3년 동안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행사를 끝나고 나면 어르신 분들이 눈물을 흘리세요. 함께 하는 동안 정도 들어서 지속적으로 만남이 있을 줄 알았는데 11월이면 끝나고 다시 시작하려면 3월이나 4월에 하니 공백 기간이 길잖아요. 그러시면서 “만약에 내년에도 하면 꼭 참여하게 해 주세요.” 하시니깐 또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런 경우 있었는데 자기 옆에 친구를 꼭 데려오고 싶은데 데려와도 되냐고,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친구와 같이하고 싶다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사업은 거의 봉사이거든요. 자기 시간을 많이 뺏긴다는 생각도 들 수 있어요. 그래서 금년만 하고 그만할까 하다가도 그분들이 간절히 원하고 계셨고, 또 동네서 길 가다 만나면 “금년에도 또 하는 거죠? 저 꼭 참여하게 해 주세요.” 하는 소리를 들을 때 또 해야 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3년 동안 해왔던 거 같습니다.
Q. 올해는 동네 문제 해결 주민제안사업인데 어떤 일들을 하게 되나요?
사실 예년과 큰 변화는 없어요. 중랑구에는 다른 구보다 유독 독거 어르신이 많고 특히 여기 서울의료원 옆에 안심주택은 자녀도 없고 승용차도 없는 분들만 입주할 수 있는데 그분들한테 라면이나 물품 등을 드리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외로움을 달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독거 어르신과 함께 걷기 하면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가서 정신적인 문제에도 도움을 주는 게 동네 문제 해결이면서 우리 중랑구의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사업을 삼 년 밖에 못하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쉬워요.
Q. 활동하면서 변화가 느껴진 부분이 있었나요?
달라진 건, 처음 스텝 중에는 하고 싶다는 열정만 갖고 시작했는데 막상 자기 시간을 많이 뺏기고 하니까 점점 동력이 떨어지고 해서 다음 연도에 연락하니까 아무런 대답을 안 하더라고요.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로 재편성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인프라가 잘 구축이 되어서 원래 봉사자 10명이 바쁠 경우에는 다른 봉사자분들에게 요청을 해서 진행을 합니다. “김장 나누기하는데 스태프가 부족하다. 같이 나와서 도와줄 수 있느냐?” 그러면 좋은 일 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여기저기서 도와줘요. 이렇게 탄력적으로 바뀐 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봉사자와 독거 어르신 분들이 같이 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옹기 체험하면 봉사자도 자기 컵 하나는 만든다고 즐거워해요. 영화 관람 같은 경우도 진행 담당자가 좋은 영화,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해서 관람하니까 봉사활동도 했지만, 본인도 덕분에 영화 한 편 잘 봤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게 지속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봉사활동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면 봉사하는 사람도 에너지가 소진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독거어르신과 행복 나눔 활동을 통해 보람된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이 사업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게 김치 담그기예요. 재료 준비도 만만치 않고 공간도 확보해야 하는데도 이걸 꼭 하려는 이유는 함께 만든다는 의미도 크고, 또 어르신들은 김치를 만들면 “옆집에도 갖다 줘야지” 하세요. 자기는 혜택을 받았는데 받지 못한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직접 만든 것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거예요. 어차피 혼자서 다 못 먹으니 나눠준다지만 나눔이 나눔으로 연결되는 것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반찬 만드는 것도 같이하는데 재미도 있고 본인이 만든 거니까 만족도도 높아요. 그것을 또 나눠줄 생각을 하신다는 것도 참 좋더라고요. 가장 보람된 것은 어르신들의 높은 만족도와 나눔이 나눔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Q. 마을 사업을 하시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 있나요?
마을 사업이 좋은 일 하는데도 부딪히는 게 많아요. 어떤 분들은 우리끼리 모여서 차 마시고 영화 보고, 옹기 만들고, 희희낙락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시각으로 보기도 하는데 음식이나 물질 나눠주는 것만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개념에는 우리의 일들이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르신들과 커피 한 잔 함께 마시는 건 낭비고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분들 설득시키기도 어렵고 예산 확보하기도 어렵죠. 또 사업을 하게 되었다 해도 항상 모니터링을 해야 돼요. ‘나는 좋은 일 하니까 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인데 실제로 해보면 아닐 때가 있어요. 저도 영화 본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다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한 분은 “노!” 그러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세요?” 그랬더니 지금도 방 안에 갇혀 있어서 답답한데 영화관 안에 가면 다시 폐쇄적인 곳으로 들어가니 아주 싫다는 거죠. 그분은 어디 나가서 시원한 공기 마시고 싶으셨던 건데, 공급자 중심으로만 생각해서 그렇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마을의 좋은 봉사활동들은 정보 공유가 되어서 확대됐으면 좋겠고, 더 나가서 중랑구 자체 사업으로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급격히 빨라지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에 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마을 주민으로 함께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독거 어르신과 행복나눔] 주민사업은 묵묵히 실천하며 앞서 가는 듯 했다. 부디 박춘덕 활동가의 소망대로 좋은 봉사활동으로 확대되길,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나도 바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