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 3막18장 (8-3부)
차는 파주를 지나 금촌으로 향하였다.
길은 시골의 한적한 읍내를 지나 금촌역에 도착하였다.
역은 한적하였고 적막감마져 느껴졌다.
아버님은 어머니와 나를 역전 인근의 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아니 기수가 어디에 있는데 이곳은 왜 와요?"
아버님은 어머니를 의자에 앉으시고 한참을 계시다 말씀하셨다.
" 여기서 얼마 안돼.
물가는 위험하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지금 경찰서에 신고하여 잠수부와 전문가들이 총동원되여 수색할거에요"
"그래도 어미 되서 자식이 물에 빠졌는데 자식을 찾을 생각은 않하고 우두커니 이곳에 앉아 있으란 거에요?
저는 그렇게 못해요
빨리 기수가 있는곳으로 가요,"
그때 아버님의 친구분들이 오셨다.
어제 아버님과 동행한 분들이었다.
한분은 등치가 등직한 "김○○"와 왜소한 "정○○"
이었다.
"제수씨 미안하게 됐읍니다.
저희가 모두 죄인입니다."
그때 어머님은 참고 계시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기 시작하였다.
수색작업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지방신문에서도 기자가 취재를 하기도 하였다.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되여도 이러다할 진전이 없었다.
궁금중에 못이겨 나는 어머님을 다방에 계시라하고 기수가 물에 빠졌다는 개울가로 가보았다.
금천교는 시골의 다리인양 을씨년스럽게 보였고 물은 상류임에도 깨끗해 보이질 않았다.
물은 천천히 흘렀고 중학교2학년이 물놀이 하기에는 왜소해 보였다.
< 아니 이런곳에서 중학교2학년이 물놀이를 하다 행방불명이 되다니.
괘이한 일이었다.>
경찰이 동원한 관계자들이 여기저기를 수색 하고 있었다.
잠수부는 이곳저곳을 잠수하다 수면위로 올라왔고물이 탁하여 1m앞도 잘보이질 않는다고 하였다.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였고 골드타임 까지 지나버렸으니 이제는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오후 3시가 되여도 기수는 보이질 않았다.
이소룡을 좋아해 그를 따라 단명한것인가?
나의 축구공을 받아 주던 친구같던 녀석이 없어지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놈이 무슨 죄를 많이 졌길래 이래도 허망하게 죽는단 말이가
믿을수가 없다.
못다핀 꽃송이가 내동생이 되라라곤 상상도 못하였다.
같이 밥먹고 같이 잠자고 같이 뛰어놀던 동생이 순신간에 사라져 버린것이다.
기수가 물에 빠진 추정시간이 오후 2시경이라 하였다.
가만있자.
어제 오후2시경이면 내가 동대문야구장에 있을텐데.
아!
나는 순간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다.
어제 야구를 보는 도중 오후2시경 왜 그렀게 갈증이 났는지 알것 같았다.
그랬다.
동생 기수가 물에 빠질때 물이 두려웠을 것이다.
물이 생명을 위협하는 괴물이 되여 기수를 삼켜버린것이다.
그때 야구장에 있던 나는 물을 간절히 원하였으니
기수는 물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형한테 구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나는 형으로서 그것도 모르고 갈증난다고 짜증만 내었으니...
동생 기수가 얼마나 물이 원망스러웠으면 형한테 마지막 텔레파시를 보냈을까?
나는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하였다.
살아생전 눈물을 흘려본적 없는 나는 금천교 밑의 개울을 쳐다보며 한없이 울기 시작하였다.
"기수야"
소리를 질러보았다.
기수야....
오후 5시경
수색대중 한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찾았다"
그는 굵은 바늘이 있는 낚시대를 이용하여 기수를 찾은것이다.
모든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갔다.
얼마후 내동생은 낚시대에 잡힌 물고기처럼 낚시에 걸려 올라왔다.
낚시바늘에 기수의 팬티가 걸려 찾아 낸것이다.
기수는 뭍으로 올라와 누웠다.
지금도 생각난다.
그때의 모습이
짧은 머리에 잠자는 동생은 편해 보였다.
심장마비로 익사한 동생은 물한모금 마시질 않았다.
두손을 가지런히 잡고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형 조금만 자고 일어날께
형 어제 야구는 재밌었어
싱글싱글 웃으며 나한테 말을 거는것 같았다.
그러나 물에 불려 주글주글 해진 동생의 발바닥을 보는 순간 나는 동생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였다.
허망한 인생.
부모보다 먼저 죽었다고 묘자리 하나 없는 동생.
길거리 야생화처럼 조용히 피다 사라진 동생.
인생의 허망함을 알지도 못하고 죽은 동생.
나의 친구가 되여주고 항상 싱글싱글 웃던 동생.
내 동생은 그렇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