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된 급등락장에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전례 없는 투자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00~2019년 누적 7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던 `어제의 개미`들은 올해 초부터 20조원 이상을 우량주 위주로 순매수하는 `동학개미`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1450대 저점을 찍은 3월 19일 이후로는 점차 개인들이 우량주 장기 투자 대신 단기적으로 증시 방향성에 베팅하고 있다. 그것도 일일 지수 움직임의 2배 또는 -2배를 추적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ETF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3332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코스피200지수를 추적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33.3%였다. 올해 1월에도 28% 수준이던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 비중은 2월 코로나19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며 44.3%까지 늘어났고, 3월에는 64.6%, 4월 첫 주(1~7일)에도 67.3%까지 급등했다.
개인들이 지난 3월 코스피 저점(1~19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1위 삼성전자(3조9661억원), 2위 KODEX 레버리지 ETF(1조6848억원), 3위 현대차(6088억원), 4위 SK하이닉스(5483억원), 5위 삼성전자우(5453억원) 순이었지만 저점 이후 반등장인 3월 20일~4월 10일에는 1위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1조6553억원), 2위 삼성전자(1조2054억원), 3위 KODEX WTI 원유선물(H) ETF(3882억원), 4위 KODEX 인버스 ETF(3848억원), 5위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3228억원) 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에 충격이 이어지면서 증시 2차 하락을 경고하는 의견이 많음에도 코스피200 등락률과 정반대로 2배 수익률을 보이는 소위 `곱버스` ETF를 3월 20일 이후 코스피 반등 국면에서 매수한 많은 개인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 저점 이후 3월 20일~4월 10일에 개인은 `곱버스`를 1655억원어치나 순매수했지만 코스피가 1800선까지 반등하면서 `곱버스` 상품 가격은 1만530원에서 7255원으로 31.1%나 급락했다. 해당 기간 체결된 총 거래량 47억건 가운데 53.77%인 약 26억2801만건이 8170~8860원 선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증시가 한 방향성으로 꾸준하게 움직일 때 기대한 2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기초 지수의 `보유 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일 등락률`의 배수·역배수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 때문에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서 등락하면 손실 누적으로 원금이 훼손될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를 배수·역배수로 추적하기 위해서는 코스피200지수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야 하는데, 운용 비용이나 선물 롤오버 비용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괴리율도 문제다. ETF의 순가산가치(NAV) 대비 실제 시장가치가 더 고평가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양(+)`의 괴리율이 나타나면 추가로 투자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국내 ETF 괴리율을 집계한 결과 3월 한 달간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ETF 괴리율은 1.09%로 지난해 평균인 0.27%보다 4배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인버스가 아닌 ETF 괴리율도 0.21%에서 0.65%로 증가했다.
그러나 ETF 괴리율이 커진 점을 잘 활용하면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레버리지·인버스 ETF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ETF 유동성공급자(LP)의 괴리율 축소 의무를 활용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적정 비중으로 섞어 투자하면 지수 등락과 상관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전부 `마이너스(-)` 괴리율 상태인 `KODEX 레버리지`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대1 비중으로 매수하고, 그 다음날 종가에 매도하면 가장 큰 `마이너스(-)` 괴리율을 지닌 ETF의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면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행 법규에 따라 ETF LP로 참여한 증권사는 국내 기초자산 추적 시 3%, 국외 기초자산 추적 시 6% 이내로 ETF 종가 괴리율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ETF 괴리율이 한 분기에 20거래일 이상 허용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해당 ETF 자산운용사에 LP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운용사가 1개월 안으로 LP를 교체하지 않으면 ETF 상장폐지도 가능하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파생전략팀장은 "코스피200지수 같은 동일한 기초 지수를 추적하면서 마이너스(-) 괴리율 폭이 큰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함께 매수하면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괴리율 해소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마이너스 괴리율이 가장 큰 ETF를 종가에서 매수한 뒤 그 다음날 종가에 매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3월 19~20일에 걸쳐 KODEX 200과 KODEX 200선물 인버스2X를 2대1 비율로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19일 기준 괴리율은 KODEX 200(-0.46%)과 KODEX 200선물 인버스2X(-1.31%) 모두 `마이너스`였고, 그 다음날 등락률을 KODEX 200(7.68%)과 KODEX 200선물 인버스2X(-14.84%)를 감안한 투자수익률은 0.18%로 괴리율 해소에 따른 매매 차익이 발생했다.
2020-04-17 매일경제 [안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