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풍금.
오르간 보다는 풍금이라해야 더 악기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느껴진다.
교실에서 울려나오는 풍금(오르간)소리는 뭔가 가슴 속을 아련하게 울려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나 방과 후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울려나오는 풍금소리는 학교의 분위기를 정감있게 꾸며주는 힘이 있다.
아리따운 여선생님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풍금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뭔가 가슴을 푹 적시게 하는 느낌을 진하게 느끼곤 했었다.
나도 음악을 좋아했기에 교사시절 교실에 풍금이 있으면 혼자서 아무 곡이나 생각나는 대로 연주하곤 했었다. 예전엔 왜 그리도 외국곡을 많이도 배워주었고 모두들 좋아했는지 그 유명한 '매기의 추억''스와니강''올드블랙조''클레멘타인''애니로리''아목동아''로렐라이 언덕' 등등 약간 슬프면서도 감성깊은 노래들을 특히 풍금으로 연주하면 왜 그렇게 가슴을 에이는 감동을 주었는지.......
그렇게 음악을 좋아했기에 교실에 풍금이 있으면 좋아서 즐겨 연주했었다. 예전의 학교에선 풍금이 부족해서 여러 교실이 같이 쓰기때문에 교실에 풍금이 없을 때가 많았기에 어쩌다 마지막 시간 음악이 있으면 그 날은 방과 후 내내 풍금을 독차지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 교담이라는 제도가 생겨나서 담임은 일반 교과를 담당하고 교담선생님이 미술 음악 체육을 지도하게 되어 담임은 음악을 지도할 기회가 없어져서 퍽 서운했었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음악시간이 즐거웠는데 교담선생님이 전담해서 이반 저반을 돌아가며 지도하니 음악을 지도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음악교담선생님이 결근을 했을 때 우리반 음악시간이 되면 즐겨 음악을 지도하곤 했다. 아이들 앞에서 풍금을 치며 범창으로 노래 시범을 보이는 것이 즐거웠었다.
그런데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컴퓨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되니까 풍금반주할 필요가 없어져서 풍금은 교실 구석으로 밀려나 먼지만 뒤집어 쓰는 신세가 되었다가 그것도 공간을 너무 차지하는 바람에 퇴출되어 폐기처분하는 상황이되었다.
학교에서 풍금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시골학교 교실에서 울려퍼지는 풍금소리는 그 얼마나 가슴을 적시는 소리였는가?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의 종소리 만큼이나 많은 느낌을 주는 소리였었다.
컴퓨터에서 울리는 음악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슴 속 깊이까지 울려주는 소리 였었다.
그런 풍금이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강화도에 있는 교육박물관에는 옛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 있는데 거기엔 어김없이 풍금이 있고 앞을 못보시는 교사출신 부인이 일정 시간에 풍금을 울리며 방문객들을 위해 노래 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예전 내가 했던 음악수업의 느낌을 그대로 느껴보았었다. 그 여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정겨웠다.
그런 풍금이 지금은 학교에서 볼 수가 없다.
나에겐 풍금이 잊혀질 수 없는 추억의 악기여서 정년퇴임을 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어딘가 풍금이 있으면 한 대 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우연히도 지인이 알고 있는 분이 풍금이 있어 희사해줄 수 있다고 해서 너무나 반가웠다. 당장 가보자고 해서 금산의 어느 공장 창고를 찾아가 보니 좀 허름하긴 해도 괜찮아 보이는 풍금이 있어 고맙다고 큰 인사를 하고 내 차 트렁크에 들어갈만한 크기여서 집으로 실어다 놓았다.
그런데 완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건반 하나가 내려앉아 올라오질 않는다. 그렇기에 페달을 밟기만 하면 그 음의 소리가 계속 울려나와서 연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이런 고물 풍금을 고치는 곳도 알 수가 없어 찾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예전 교실에 스스로 고장난 풍금을 고쳐본 경험이 있기에 직접 고쳐보기로 했다.
겉의 부품들을 분해해 보니 이런 모습이다. 이렇게 나란히 꽂혀있는 막대 중 하나가 작동이 안되는 것이다. 하나 하나 눌러보아 제대로 안되는 것을 바로 세워 다시 작동시키니 잘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수십년간 쌓인 먼지가 그대로 있다. 할 수 없이 헌 칫솔을 가져다 쓸어내고 전기기구로 먼지를 불어내어 깨끗하게 했다.
분해된 건반에도 때가 많아 조그만 걸레로 닦아내니 깨끗해졌다.
다시 다 조립하였는데 마침 손녀가 와 있기에 한번 연주해보라 하니 피아노를 배운솜씨인데도 제대로 연주가 되질 않는다. 건반은 피아노나 마찬가지지만 페달을 밟아야 소리나 나오니 발 밟는 연습이 되질않아 연주가 어려웠다.
이제 가지고 싶었던 풍금이 생겨서 생각나면 연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구하고 보니 여기 저기 농장관리에 얽매어 있어 정말 풍금을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올 지 모르겠다.
어쩌다 비가 올 때나 시간이 나서 풍금에 앉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빈 교실에서 쳐보던 풍금소리의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옛날의 추억을 되살려 보는 풍금연주를 할 수 있게 되어 반갑다.
그러나 실제 연주해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예전의 그 아련한 그리움이 진하게 다가와 가슴이 아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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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풍금이라는 단어부터 정감이 느껴집니다
옛추억이 줄줄이 이어져 나오네요
정감어린 추억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올갠연습실에 새벽부터 가서 연습하던 추억도 생각나네요. 난 그렇게 해보진 않았지만 통금해제되면 촛불켜고 연습한 학생도 있었다죠? 요즘 보기힘들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