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을 넘게 함께 우리 가족과 함께 하던
아롱이라는 이름의 말티즈 한 마리가 어제 숨을 멈추었습니다.
몇 개월을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서
음식과 물을 받아 먹어야만 하는 아이였습니다.
마침 큰 아이가 집에 있을 때였고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물을 먹여 보기도 하고
안아도 주고 해서 안정을 찾은 것 같더니..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다며 울면서 전화를 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이의 상태가 시원치 않아
어제 오전 출근하면서 애견센터에 전화를 걸어
안락사 가능한지를 물어 보기까지 했었는데..
마치 그런 사실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점심 시간 좀 지났을 때 조용히 숨을 거둔 것입니다.
강아지임에도 워낙 예쁜 짓을 많이 하는 녀석인지라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아이였지만
십 이년 남짓 가족들과 함께 하다가 숨을 멈추니..
온 가족이 멘붕에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박스에 잘 담아서
아롱이가 사용하던 담요로 덮어놓으라고 한 뒤..
아내에게 연락해 함께 데리고 집에 도착하니
죽은 아롱이를 앞에 두고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아이와 함께..
애견센터로 찾아갔습니다.
예전엔 강아지가 죽으면
봉투에 담아 버리기도 했다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닌 것을 모르는 바 아닌지라
애견센터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따르기로 한 것이지요.
애견센터에 맡겨두면 실시간으로
아이의 장례와 화장절차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준다고 하지만
큰 아이는 꼭 데리고 가서 직접 보아야 한다고..
할 수 없이 애견 장례식장으로 직접 이동하여
애견 장례식 치루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장례식 장면으로 보자면
이젠 【견】이 아니라 【인】이 된 것 같습니다.
각종 옵션에 대해 언급하는데..
몇 가지만 선택한다고 해도 비용이 장난 아니라는 것이..
아이의 동의로 우린 기본만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애견이라고는 하지만
강아지 죽어 보내는데 수십만원 수백만원이.. 말이 되나???
우리가 화장을 마치고 나오니..
한 여자분이 애견을 화장하기 위해 오신 것 같은데..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타고 오셔서
우리 아롱이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동안
이미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화장장 마당을 천천히 오가시더군요.
아마 저쪽 집은
비용 좀 많이 드는 장례를 치룰 것 같습니다.
화장장으로 보내지기 전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들을 할 시간을 줍니다.
아롱이가 화장을 위해 화로에 들어갈 때도
화로에 넣어주는 사람이
깍듯이 예를 갖추어 가족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창너머로 바라보는 가족들이 속이 타지요.
함께하는 동안 말할 수 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기 이를데 없는 녀석을
이렇게 보내는 마음이 오죽이나 하겠습니까..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애견 납골당을 구경해 보았습니다.
납골함의 주인공들 사진이 있고
견주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글귀들이 보입니다.
한쪽에는 편지를 적어 걸어주는 tree도 있습니다.
빼곡히 매달린 쪽지들에서 아롱이란 이름들을 발견합니다.
강아지 이름들이 대개 거기서 거기인지라..ㅎ
세상이 참 많이 변했고 달라졌습니다.
아롱이도 시대를 잘타고 나온 것 같습니다.
애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이 애견을 보내며 슬퍼하는 모습이
사람을 보낼 때 보다도
몇 배는 더 슬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슬프면서 씁쓸한 하루였다고 해야할까요?
애견 화장장이 돈벌이 시설이 맞지요?
제상에 올릴 십자가나 부처님 상들도 모두 구비했고..
그 앞에서 절이라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ㅎ
옵션들을 넣지 않으니 좀 초라하기는 하지만..
제가 아는 상식선에서는
이것도 애견으로서는 대단한 장례식 맞습니다. ^^;;;
애견 장례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