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린과 MSG
우리나라 음식은 주식인 밥을 빼고는 모두 조미료가 조금씩 들어갑니다. 그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국물 맛을 위해 표고나 다시마, 파뿌리, 양파 껍질 등으로 육수를 내고, 멸치 같은 생선을 우려내기도 합니다.
조금 사는 집에서는 사골이나 양지머리 같은 것을 쓰기도 했지요. 다진 마늘, 고춧가루, 소금 설탕 등도 음식의 맛을 돋워주는 조미료입니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산초나 계피, 후추 등을 썼지요.
그러나 이런 조미료를 쓰자면 조금 성가십니다. 품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기적의 제품이 나옵니다.
1908년 일본 키쿠나에 이케다(池田菊苗) 박사가 다시마가 어떻게 국물 맛을 좋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 끝에 글루탐산이 비결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마에서 이 성분을 추출하려니 여간 많은 다시마가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밀에서 이 성분을 뽑아 내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합니다. 바로 L-글루탐산 나트륨, MSG(Mono Sodium Glutamate)의 탄생입니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요. 육수를 내기 위해 표고 버섯이며 다시마, 멸치, 소고기나 사골을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아지노모토( (味の素 : 맛의 정수)라는 이름의 이 MSG는 선풍처럼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고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데 국물에서는 소고기 맛이 났지요, 특히나 평양냉면의 경우 소 양지로 맛을 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좀 비쌉니까? 아지노모토를 조금 뿌려주면 소고기 몇 근이 절약되니 안 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미원(味元)이라는 이름의 MSG 조미료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일제당이 미풍(味豊)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붙었지요. 어려서 콩나물국이나 황태국을 끓일 때 마지막에 미원을 조금 넣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우리 식탁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MSG가 갑자기 천하의 나쁜 놈으로 바뀌었습니다.
1998년 경쟁업체에서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 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광고를 시작한 것입니다. MSG가 뇌세포를 손상하거나 천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었습니다.
사실 MSG의 유해논란은 90년대가 아니라 6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인 의사가 MSG가 든 음식을 먹었더니 뒷목에 마비가 오고 어지럼증 등 이상증상이 나타난다고 학술지에 밝히면서부터지요. 중국 음식에 유난히 MSG가 많이 쓰여 중국 음식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73년에 세계보건기구와 식량농업기구가 하루 섭취량을 체중 1kg당 120mg이하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뒤 이은 연구들이 MSG가 별다른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다시 바뀌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도 세계보건기구와 식량농업기구 모두 MSG가 안전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하루 허용량 기준도 없앴지요.
이렇게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이 한국에서 MSG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80년대의 일입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한 회사가 공포 마케팅에서 시작된 MSG혐오는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식품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자사제품에는 MSG가 없다고 광고를 했지요. 고급음식점들도 '천연재료로 맛을 낸'이란 문구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천연제품 대 화학합성품’이라는 대결 구도의 대표적 예이며 공포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 연구를 해보니 MSG가 소금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더라는 연구도 나오고, 그 유명한 헬리코 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위손상도 일부 막아준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가 되기보다는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과도하게 MSG를 사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조미료를 넣고 대신 음식에 들어갈 재료를 줄이니 음식점 입장에서야 원가 절감효과가 확실합니다. 더구나 손님들도 맛있다고들 하니 더 좋은 것이지요.
소고기 국이나 된장국 같은 음식 만이 아니라 김치나 나물, 중국 음식 등 다양한 제품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음식마다의 개성은 사라지고, 재료에 충실하지 못한 점 등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조미료 없이 평양냉면의 육수 맛이나 짜장면 맛을 내려면 엄청나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천연재료로 느리게 만든 제품을 파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죄 없는 MSG에 대한 누명 씌우기는 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더구나 바쁜 집안 일 중에 MSG가 좋지 않다고 몇 시간 육수를 내고 천연재료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자기 먹을 거면 몰라도 식구들 먹을 것에 나쁜 것을 넣고 싶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그런 심리를 이용한 MSG 혐오 마케팅은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할 일입니다.
사카린(saccharin)도 유해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누명을 쓴 것으로 사카린도 MSG만큼이나 억울합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만들어진 사카린은 단맛이 설탕의 300배나 됩니다. 그런데 열량은 없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그런 이유로 꽤 큰 인기를 얻었는데 1997년 캐나다 국립보건연구소가 ‘쥐에게 사카린을 투여했더니 방광에 종양이 생겼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사용을 금지했고, 우리나라도 92년 대부분의 식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후속 연구 결과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98년 국제 암연구소에서 사카린을 발암 물질에서 제외합니다. 미국 식품의약처도 사용 규제를 취소했고,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대부분의 식품에 사카린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요사이에는 당뇨나 비만 환자들에게 설탕 대용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사카린은 아주 적은 양으로 풍부한 단맛을 내기 때문이지요.
같은 이유로 음식점에서도 많이들 사용했습니다. 깍두기를 담글 때 사카린을 아주 조금 넣어주면 단맛이 확 올라가지요.
흔히들 설렁탕이나 곰탕집을 방문할 때 탕의 맛도 맛이지만 같이 나오는 깍두기나 무김치 맛이 중요한데, 이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사카린입니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무 자체가 맛이 덜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카린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사카린이 금지되면서 대신 설탕이나 사이다를 넣기도 헀지요. 물론 모든 곰탕집이나 설렁탕집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박재용 著, 『과학이라는 헛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