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이응의 유거에 제하노라.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平平平仄仄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仄仄仄平平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仄仄平平仄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平平仄仄平
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 平平仄仄仄
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 平仄仄平平
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 仄仄仄仄仄
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平平仄仄平
<賈島가도>
한가로이 머무니
함께하는 이웃도 드물고
풀숲 오솔길은 적막한 정원으로 들어가네!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이 들었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
다리를 지나가니 들 빛이 둘로 나뉘는 듯 하고
구름 헤치고 걸어오니 돌이 따라 움직이는 듯하구나
잠시 갔다 다시 여기로 돌아올 테니
그윽한 만남의 그 약속 저버리지 말기를.
이 시(詩)는 당대(唐代) 시인(詩人) 가도(賈島)의 오언율시(五言律詩)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원(園), 문(門)은, 근(根), 언(言)은 모두 상평성(上平聲) 원통(元統) 운족(韻族)이다. 오언율시(五言律詩) 평기식(平起式) 팔련(八聯) 기승전결(起承轉結) 평측(平仄)은 미련(尾聯) 입구(入句)가 모두 측성(仄聲) 운(韻)이라 당풍(唐風) 율시(律詩)로는 근체시(近體詩) 작법(作法)에 어긋난다. 유명세에 비하면 압운(押韻)은 상평성(上平聲) 원통(元統) 한 운통(韻統) 운족(韻族)으로 작시(作詩)는 맞은데 칠련(七聯)이 모두 측성(仄聲)인 것이 흠(欠)이다. 당대(唐代) 명시인(名詩人)도 평측(平仄)에 걸릴 줄은 맞추어 보기 전에는 유명한 시로만 알았지 그런 허점이 있는 줄은 몰랐다. 평측 운에 맞게 시를 짓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고승 선지식들의 오도송 열반송도 근체시 작법에서 보면 이렇게 문제가 많다. 가도(賈島)는 원래 출가(出家) 스님이었다가 환속(還俗) 후에 관직생활(官職生活)도 했다고 한다. 가도(賈島)가 유명(有名)하게 된 것은,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함구(頷句) 중에 두드리다, 고자(敲字)와 밀다, 퇴자(推字)를 놓고 고심하던 중에 한퇴지(韓退之)가 행차하는 길을 막고 말았다. 경조윤(京兆尹) 고관(高官) 행차에 길을 막았으니, 성난 호위병들이 가도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어찌하여 이런 무례함을 저질렀는가? 가도 깜짝 놀라며 시상(詩想)에 젓다 보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퇴지가 가도의 시상(詩想) 시구(詩句)의 말을 듣고 자네의 그 시구(詩句)에는 퇴(推)보다는 고(敲)를 쓰는 것이, 낫다고 일사자(一師字)가 되어서 일러주었다. 가도와 한퇴지는 이 인연으로 한퇴지는 가도를 많이 도와주었다는 시화(詩話)다. 문을 민다는 퇴자(推字)는 약속을 하고 가면 합당한 글자이나 문을 두드린다는, 고자(敲字)는 사전 약속 없이 벗 집에 가도가 찾아갔기 때문에 합당(合當)하다는 정경(情景)이다.
옛 시인들은 시(詩)를 지을 때 글자, 한자를 놓고 이렇게 심사숙고(深思熟考)했다고 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시를 보고 한자만 고쳐주어도 아들이 아버지의 일자사(一字師)가 되었다고 한다. 가도는 이 시(詩)에서 보면 친구 이응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한 감정을 노래한 시(詩)다. 이 시에서 명구(名句)로 뽑은 사구(四句)에서 가도는 두드린다는 의미의 고(敲)’자가 좋을지 아니면 ‘민다’는 의미의 ‘퇴(推)’자가 좋을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당시 경조윤(京兆尹·수도의 장관)이었던 한유의 행차 길을 침범하게 되어 한유(韓愈)에게로 끌려가서 퇴자(推字) 보다는 고자(敲字)가 낫다고 한유(韓愈)의 일자사(一字師) 도움으로 이 시가 명시(名詩)가 된다. 가도(賈島) 시중(詩中)에 백미(白眉) 명시(名詩)로 꼽는다. 시제(詩題)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시(詩)다.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너의 스승님, 계시냐고 물었더니, 말하길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는데 다만 이 산중에 계실 터인데, 구름이 깊어서 어디 계신지 모르겠다 하네<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거(去), 처(處)다. 거처(去)는 거성(去聲) 어통(御統) 운족(韻族)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 평측(平仄)을 보면 기구(起句)=平仄平平仄 승구(承句)=平平仄仄仄 전구(轉句)=仄仄仄平仄 결구(結句)=平平仄平仄, 이다. 압운(押韻)도 평성(平聲)이 아닌 거성(去聲) 어통(御統) 운(韻) 측성(仄聲)으로 작시를 하였고,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기승전결(起承轉結) 평측(平仄)도 당대(唐代) 근체시(近體詩)에는 맞지 않다. 가도(賈島)는 당대(唐代) 이름난 시인(詩人)인데 왜? 당풍(唐風) 근체시(近體詩)에 맞추어 작시(作詩) 않았나? 의문이 간다. 오늘은 당대 시인인 가도(賈島) 오언율시(五言律詩) 일수(一首)와 오언절구(五言絶句) 일수(一首)를 근체시(近體詩) 작법으로 평측을 반추(反芻)하여 보았다.
여여법당 화옹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