謙下不爭(겸하부쟁)과 上善若水(상선약수)
‘겸손하고 다투지 않는다’는 뜻으로
노자가 도덕경에서 제시한 세속에서의 미덕(美德)과 처세의 원칙이다.
공자와 노자를 비롯한 동양의 많은 성현들은 겸손함을 수신의 가장 큰 덕목으로
강조하여 가르쳤고 물의 본성을 예로 들어 겸손함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자는 도덕경 8장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대하여
물의 속성을 나타내는 세가지를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물은 만물을 유익하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며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비록 다투지 않아도 오히려 허물이 없게 된다
(夫唯不爭故無尤/부유부쟁고무우).’
이 말은 무위사상(無爲思想)을 가르친 노자의 말 중
가장 잘 알려지고 유명한 말로서 겸하부쟁의 원리와 일치한다.
노자의 이 말은 세속의 사람들이 이익을 구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훼손하는 모습을 한탄하며 아무 말없이 흐르는 물에서
그 도(道)의 덕(德)을 배울 것을 가르치는 말이다.
사람은 물과는 반대로 높은 곳을 향해 가려하고 다른 사람보다 아래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삶에 무리가 온다는 것을 노자는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또한 물은 높은 곳으로 스스로 올라가지 않는 속성이 있고
강물은 더러운 오물(汚物)도 마다하지 않고 흘러가며 받아들이지만
수백리 물길을 내려가면서 이를 정화(淨化)하고
마침내 무한대의 받아들임을 갖는 대해(大海)에 이르게 된다.
지상의 모든 높은 언덕이나 산은 해면을 기준으로 한 높이 즉, 해발(海拔) 얼마라고
표기하니 과연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가 모든 것의 높이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묵상할 만하다.
노자가 소를 타고 함곡관을 지나가는 모습(노자출관도, 김홍도) 간송미술관
흥미롭게도 노자의 도덕경 9장에서는
‘공이 이루어지면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이치이다
(功遂身退 天地道/공수신퇴 천지도)’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물이 수력발전소의 댐을 세차게 낙하하여 전기를 만들게 한 다음
아무 미련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유유히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사람은 공을 세웠거나 영광스러운 일을 성취했을 때
많은 사람들로 부터 찬사를 받으면 높은 곳으로 올라간 듯 느끼게 된다.
또한 사람은 발전소의 댐을 내려간 물과 달리 자신의 공이나 업적을 사람들이
오래 오래 알아줄 것을 기대하는게 상정(常情)인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 실망하게 된다.
사람의 기억이란 그다지 길지 못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기억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용기와 지혜가 있을 때
참으로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한 원리를 어길 때 대부분은 추한 결말을 이르게 되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토끼가 잡히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 역시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하다가 수모를 당하는 인간의 욕심을 비유한 말로서
겸하부쟁의 뜻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노자는 부귀함, 재물, 명예등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들을 갖고 있다면
그러한 소유 자체를 잊고 물처럼 겸손하게 처신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남에게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