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찾으러 왔어요. : 소꿉놀이가 끝나기 전에
“그릇 찾으러 왔어요!”
예쁜 옷을 입은 유치원 아이들 네 명이 교장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릇을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 고개를 돌려 책상을 보니 조금 전에 배달받은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아직 한입도 먹지 못했는데 벌써 그릇을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세 개의 그릇에는 먹음직스러운 중국음식이 소복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아이들에게 그릇을 내주었습니다. 대신 맛있게 먹은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한 명씩 그릇을 들고 유치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으로만 맛본 중국음식은 아이들의 손에 들려 다시 돌아갔습니다.
사실은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중간놀이 시간에 붕어빵을 먹으러 온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주느라 정작 배달받은 음식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유치원 아이들은 교장실까지 제법 먼 길을 음식을 하나도 쏟지 않고 잘 배달했고, 그릇도 야무지게 잘 찾아갔습니다.
유치원에는 아이 네 명과 두 분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오늘은 유치원이 중국음식점으로 변한 모양입니다. 문 앞에는 중국음식점 간판이 붙어 있고,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유치원의 중국음식점은 금세 학교 안에 소문이 났습니다.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많은 아이들이 구경을 왔고, 선생님들도 몇 분 들러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문한 기억이 없는데도 교무부장님께서 교장실로 음식을 배달시켜 주셨나 봅니다. 덕분에 화려한 중국요리를 만났지만, 붕어빵을 나눠주느라 제대로 먹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행복해하는 유치원 아이들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우리 학교 유치원은 매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어떤 날은 결혼식을 하고, 어떤 날은 음식을 만들고, 어떤 날은 놀이동산이 되고, 어떤 날은 병원이 됩니다. 의사가 되기도 하고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매일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유치원 선생님이 참 놀랍습니다. 놀이가 끝없이 샘솟는 화수분 같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놀이가 펼쳐질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하물며 유치원 아이들은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등원할까요.
3월에는 혼자였던 유치원 아이가 이제는 네 명이 되었습니다. 한 명보다 네 명이 훨씬 좋습니다. 어떤 역할놀이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빠도, 엄마도, 아이도 될 수 있고, 미용사와 손님도 될 수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도, 요리사와 손님도 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기를 응원합니다. 우리학교 유치원은 매일 소꿉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나도 오랫동안 소꿉놀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아내를 만나 작은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고, 양계장에 붙은 허름한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 경험도 없던 두 사람은 허둥지둥 부모가 되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면 조금은 익숙해질 줄 알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의사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환자 역할은 여러 번 했습니다. 늦은 밤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간 일도 있었고, 수험생 부모 역할도 했습니다. 선생님 역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 오래 살아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모두 금방 지나갔습니다. 유치원에서 배달받은 음식을 눈으로만 잠시 바라보다가 그릇을 찾으러 온 아이에게 바로 돌려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의 소꿉놀이는 이제 조금씩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이들을 각자의 길로 떠나보내고, 다시 둘만 남아 살아가는 놀이가 남았습니다. 친구처럼 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는 놀이도 시작하겠지요.
소꿉놀이가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선생님이 부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놀이를 멈추고 선생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합니다.
선생님이 부르기 전까지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많이 사랑하고, 조금 더 많이 놀고 싶습니다.
노는 건 언제나 좋으니까요.
감사합니다. 2026.6.30.
첫댓글 어릴때 소꼽놀이를 참 많이 했습니다. 엄마가 양장점을해서 잡지가 많았는데 잡지에 있는 가전제품 사진을 오려내서 가게를 내면 전자대리점이 음식 사진을 모으면 음식점이 되었습니다.
돈은 단추를 이용했는데 단추를 주고 받으며 참 재밌게 소꼽놀이를 했던 기억이납니다.
지금도 소꼽놀이 중인걸 잠시 잊었습니다. 놀이가 끝나면 파나는걸...
가능한 매일 즐거운걸 찾아 열심히 소꼽놀이를 해야겠네요.
노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임을 잘 기억하며요. ㅇ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