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언어 진화에서 가장 논쟁거리로 남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인간만이 통과한 언어를 향한 결정적인 하나의 관문이 존재했는가? *뇌의 언어 처리 방식에 일반적인 인지 형태가 아닌 언어에만 특유한 점이 있는가? *언어 진화 궤적의 어느 지점에 자연선택이 개입되었는가? 언어능력 구성 요소 가운데 어느 요소들이 스팬드럴로 분명히 확인될 수 있는가?
-<언어의 진화>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적는데, 모르는 단어가 눈에 띈다. ‘스팬드럴.’ 검색해보았다. 프레시안의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 바이러스’라는 타이틀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지난 일요일 종교인들 사이에 있어서 그랬을까? 아무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종교의 본성은 ①종교는 인간 마음의 적응(adaptation) ②종교는 다른 인지 적응들의 부산물(byproduct) ③종교 현상은 밈(meme)의 역학인데, 스팬드럴은 부산물을 비유하기 위해 등장한다. 장대익 교수는 “스팬드럴(좀 더 정확히는 펜덴티브)은 돔을 지탱하는 둥근 아치들 사이에 생긴 구부러진 역삼각형 표면입니다. 중세 때 지어진 유럽 성당들에 가 보면 이 스팬드럴이 성화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성자들이나 천사들을 그려 넣기 위해 특별히 설계해 만든 공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돔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 부산물인 거죠. 그래서 굴드와 르원틴은 적응처럼 보이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스팬드럴과 같은 부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보고 나니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언어의 진화>로 돌아와 저자가 말하는 마지막 언급은 “언어는 단일체가 아니며, 언어가 없던 상태에서 현대의 인류 언어로 되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있었다. 우리는 오늘날 살아 있는 종들 중에서 이 단계를 모두 밟은 유일한 종일 뿐이다”라고 한다. 오늘의 글을 여기서 마치려고 하다가, 장대익 교수의 또 다른 멘트를 옮겨본다. “여담입니다만 이 학자들이 사용한 비유들을 한번 보십시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요즘 '통섭'이라는 용어가 한국 지식계의 화두가 되어 가는 듯한데요, 진화의 어려운 개념을 건축으로 풀어낸 그들의 솜씨가 통섭의 한 사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놀라움을 이해하려면 역시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