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간 어제 일요일 오후 햇빛이 뜨겁다.
"뭐해? 지금 한가한 시간 아닌가? 수국 언제 가져 갈거야? .." "어 지금 가지러 가도 되겠어?" "그럼 어서 와~" 무주에서 진안 정천 친구집까지 40분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 갔다.
흐미~ 수국 정원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무신 남자가 정원을 그렇게 잘 가꾸고 사는건지 참말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하얀목수국.미국 수국.이름도 첨 들어보지만 키 큰 수국들이 몇백평 그 규모가 웬만한 수국 농장(꽃파는집)은 저리 가라이다. 산수국.장미수국.별수국 기타 등등 집 주변 울타리 따라 심어 놓고 삽목해서 키우고 있는 수국들까지 몇 천 주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친구집 옆에 맑고 청정한 계곡에 정신을 홀딱 뺏기는 바람에 아뿔싸 친구집 수국 정원은 사진 한장 찍지도 못하고 설명 들으며 주는 데로 홀딱홀딱 받아 차에 싫고 그지없이 고마운 마음은 "풀 정리할 때 말해 와서 노력봉사 해 줄게~" 큰소리 한방으로 날리고 ㅎ~
집에 와 밤나무 밑 시원한 평상앞에 수국을 내려 놓으니 얼추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내일은 새벽부터 부지런해야겠다.
새벽 5시 어스름에 수국 심을 채비를 하고 수국 심을 자리 앞에 서서 바라 본다. 수국은 반그늘에 잘 자라고 물을 좋아한다. 밤나무.호두나무가 옆에 있어 그늘이 많아 백합이 꽃을 이쁘게 피워주질 못하는거 같아 백합을 진즉 옮겨야겠다 생각했었던 터라 때가 좀 이르긴 하지만 꽃이 진 백합꽃대를 자르고 백합.도라지.옥잠화.꽃범의꼬리를 캐서 다른 곳에 이식해 주고 나니 9시 늦은 아침 먹고 차 한잔 ..^^
아침 먹고 그늘 있을 때 서둘러 거름 세포대를 가져 와 흙에 잘 섞어 주었다. 작약은 씨 꼬투리가 여물어 가고 있고 봄에 수국보다 먼저 꽃을 피워 주니 수국 사이에 몇 주 있어도 괜찮을 듯 싶어 석 주를 남기고 기존에 키우고 있는 수국들 사이사이에 친구가 말해준데로 키가 작고 아담하게 자란다는 별수국은 앞줄에 그 뒤에 장미수국을 또 그 뒷줄엔 키가 크게 자라는 수국들을 해서 모두 이식하고 나니 오후 2시 ..히유~ 큰일 했다.
이제 친구에게 배운데로 늦가을 서리 내리기 전 비닐과 보온덮개를 해 주어서 꽃눈이 얼지 않게 잘 관리해 주면 내년 봄엔 몽실몽실 탐스러운 귀부인처럼 멋지게 수국꽃을 피워 주겠지 상상만으로도 입이 절로 귀에 걸린다.ㅎㅎㅎ~
지금은 하얀 목수국이 한창이다.한 주만으로도 이렇게 주변을 화사하고 밝게 빛내 준다.
꽃을 잘 가꾸는 남자. 친구가 존경스럽다.
멋진 친구가 정지원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時 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時를 옮겨 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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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고마워 수국 잘 키울게~ 福 받을겨~♡
2024.7/29.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