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여행을 쉽고 편안하게 다녀오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여행사를 통해 준비를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리가 정한 몇가지의 원칙을 기반으로 준비를 해 주면 좋았을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 그 하나가 숙소의 문제였다. 우리는 제주의 동부권만을 여행다닐 계획이라는 말을 했는데도 여행사에서 예약한 숙소는 서귀포시였다.
첫날 일정은 숲터널의 단풍을 기대하고 준비했던 여행이 날짜가 늦어지면서 감흥을 크게 주지 못했다. 찰스(솔라티 기사님)는 숲터널을 보려면 산굼부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에 도착해서 숙소로 바로 직행하는 꼴이 되고 말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하고 있는데 촬스가 원앙폭포를 지나가는데 그곳에 잠시 들러가자는 제안을 했다.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발을 디뎌 걸아가는 목적지는 숲을 걷기 좋게 만들어놓은 데크를 지나 내려가면 보이는 원앙폭포였다. 15분쯤 걸었다. 모두 기분 좋게 둘씩 셋씩 걸었다. 뒤에 쳐진 현서를 챙겨 걸어 내려가니 선녀탕 같은 곳에 두 줄기의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시커먼 현무암에 담긴 물빛은 옥색을 띠고 있었다. 제주의 옥빛을 처음 만나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제 4일동안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제주의 옥색을 눈에 담고, 마음에 넣어 가져갈 것이다.
단풍이 지고 앙상한 밀림같은 원시림을 옆에 끼고 걷는 신비함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랬다. 그 태초 같은 시간을 탐험하며 우리 사는 것이 결코 아등바등 애써 살지만 너무 괴롭히며 힘들게 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런 숲을 끼고 첫 제주의 땅을 밟았다.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우쿨렐레를 광주 공항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실수를 당당하게 말하고, 그걸 해결하려는 경석이의 성장과 의젓함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말을 하면서 이미 기가 죽고, 큰 잘못을 한 것 같았던 태도였을건데 그런 모습은 사라지고 실수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목적을 두고 있어서 좋았다. 결국엔 수업 때문에 후 출발하는 중창쌤이 공항 유실물센터에서 찾아 오는 것으로 마무리가 잘 되었다.
저녁 메뉴로는 고등어조림을 먹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먹을 것 하나는 잘 먹이고 싶었다. 잘 먹어야 기분도 좋고, 이 치유의 섬을 잘 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 메뉴와 상차림을 보고 속상했다. 결국에 이렇게 되어버린 여행이지만 애초에 아닌 것은 아닌것인데,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좁은 속셈이 내 발목을 잡게 되었다. “밥 더 주세요”라는 소리를 기다리며 먹었던 저녁 식사였다.
이미 어둠이 내린 골목을 들어서 숙소에 들어섰다. 날다를 후원하고 큰 기반이 되어 주고 있는 정윤주후원자께서 이미 와 있었다. 제주살이하고 있는 거주지와 가까워서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연락을 주라는 말을 남기고, 어수선한 숙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고맙다. 곳곳에서 날다를 향해 언제든 박수를 보내고 웃어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날다 학생들과 부모님들도 알 수 있다면, 아이들은 좀 더 든든하고, 부모님은 미래를 조금 덜 두려워할까?!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자리를, 만남을 잘 챙길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씻고, 맑은 정신과 개운한 마음으로 둘러 앉았다. 상담쌤이 여는 문을 잘 시작해 주신다. 둘러 앉아서 내일 찾아갈 너븐숭이기념관 이상헌선생님(몇년 전, 비오는 올레길을 걸을때 훔뻑 젖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물을 끓어주시면서 옷을 말리게 해 주셨던 고마웠던 선생님) 비롯 4.3을 지키고 있는 분들게 선물하는 <같이 살자> 노래를 배웠다. 몇은 알고, 다수는 모르지만 잘 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불협화음이라도 정성과 재미와 의미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노랫말에서 내게 다가오는 구절을 나눔하고 우리 모두는 서서 미루나무 춤을 추었다. 하나되는, 결집하는, 듯한 좋은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 아이가 이를 뺀 모양처럼 어설픈 원이다. 못난 꽃이다. 우리의 조건이 그렇다. 꽃잎 한 장이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꽃이 아닌 것이 아닌것처럼, 어쩌면 그 상처난 꽃잎이 더 깊은 감명을 줄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그렇다. 그렇게 살아내보자.
중창쌤이 따님과 도착을 하고, 우리는 바리바리 싸온 맛있는 것과 귤과 우쿨렐레를 맞이하였다. 서로간에 부산스럽게 또 인사를 나누고 최소한의 약속을 정하고, 서로를 부를 애칭을 정하고, 애칭을 외기 위해 딸기게임을 한 후 광목천에 느낌을 그리고 첫날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였다. 해도해도 끝없을 하루!
<11/16 일정>
제주공항-5.16 숲터널-원앙폭포-고등어조림- 숙소- 씻고 모여 마음나눔 -같이살자 노래 배우고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 이유 나누고 이름 앞에 붙여 말하기 - 공 주고받기 (이름 부르기, 이름+사랑해, 고마워+이름+사랑해), 눈에 들어오는 사진 골라서 지금 상태와 여행 끝났을 때 상태 표현하기 - 미루나무 춤 - 약속 정하기(그룹-전체) - 여행동안 불리고 싶은 이름 정하고 딸기게임 -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광목 천에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