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한 사람이 그에 맞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수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최초 발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붙은 정리, 공식, 개념의 몇 가지 예를 소개하겠다.
http://varatek.com/scott/math_firsts.html을 번역하고 몇 가지 내용을 수정, 추가하였다. 이 글에 달린 주석은 모두 옮긴이 주이다.
1. 피타고라스 정리 (The Pythagorean theorem)
이 정리는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빗변이 아닌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제곱과 같다는 내용이다. 이 정리는 피타고라스가 살던 시대 이전에 바빌로니아, 인도, 그리스, 중국 등 적어도 네 군데의 문명에서 알려져 있었다.
※주 1: 본문에서처럼 직각삼각형의 세 변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를 피타고라스 이전에, 아울러 그리스와 동떨어진 다른 문화권에서 독자적으로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예시한 다른 문화권에서는 32 + 42 = 52과 같은 몇몇 특수한 예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관계를 추측한 데 그쳤고, 일반적인 증명을 행한 것은 피타고라스가 최초이다. 그렇기에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이름이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니다.
2.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 (Euler's polyhedral theorem)
이 정리는 다면체의 면, 변, 꼭지점의 개수 사이에 등식 F + V - E = 2라는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으로, 여기서 F는 면의 개수, V는 꼭지점의 개수, E는 변의 개수이다. 이 정리는 르네 데카르트가 쓴 몇 편의 미발표 논문에서 등장한다(약 1635년경). 오일러는 1752년에 이 정리를 발표했다.
3. 로피탈의 법칙 (L'Hospital's rule)
분수함수의 분모와 분자가 모두 0으로 수렴할 때, 분수의 극한값을 구하려면 로피탈의 법칙을 쓰면 된다. 분수함수의 극한값은 분자의 도함수 값을 분모의 도함수 값으로 나눈 것과 같다. 이 법칙은 요한 베르누이가 발견했는데, 그는 로피탈의 밑에서 연구를 했다.
4. 라이프니츠의 행렬식 사용법 (Leibniz's method of determinants)
행렬식은 정사각형 숫자 표(정방행렬)가 주어졌을 때 수(스칼라)를 대응시키는 함수이다. 이는 넓이, 부피를 구하거나, 연립방정식을 푸는 데 사용되었다. 행렬식은 라이프니츠가 로피탈에게 보낸 편지(1693)에서 나오나, 이런 연구 결과를 먼저 발표한 것은 일본 수학자 세키 다카카즈이다(1683).
두 권의 출전에서 라이프니츠가 쓴 편지의 날짜를 서로 다르게 말했다는 것을 밝혀야겠다. 출전 (1)에서는 편지의 날짜를 1693년으로 썼고, 출전 (2)에서는 편지의 날짜를 1683년으로 썼으나 세키의 연구가 나온 날짜는 말하지 않았다.
5. 카르다노의 공식 (Cardan's formula)
1545년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삼차방정식의 근을 구할 때 쓰이는 니콜로 타르탈리아의 공식을 발표했다. 카르다노는 타르탈리아에게서 공식을 훔쳤는데, 그 이전에 그는 결코 이를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주 2: 원문에서는 카르다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Jerome Cardan이라고 썼다.
6. 디오판투스 방정식 (Diophantine Equations)
디오판투스 방정식은 정수 해에만 관심을 갖고 푸는 일차 부정방정식이다. 몇몇 인도 수학자들이 이 방정식에 관심을 보였다. 알렉산드리아의 디오판투스(약 250년경 활동)는 디오판투스 방정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7. 크레이머의 법칙 (Cramer's rule)
크레이머의 법칙이란 행렬식을 이용한 연립방정식 풀이법이다. 크레이머는 이 풀이법을 1750년에 책으로 냈으나, 1748년에 사후 출간된 콜린 매클로린의 책에 이 방법이 실렸다.
※주 3: 무한 번 미분가능한 함수를 다항식으로 근사화하는 테일러 급수도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을 매클로린이 연구한 바 있다. 가끔 테일러-매클로린 급수라고 부르는 책도 있지만 좀더 일반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대부분 테일러 급수라고만 부른다. 매클로린이 행한 또다른 주목할 만한 업적은 무한급수의 수렴 여부를 판정하는 적분 판정법을 증명했다는 것이나, 여기에는 누구의 이름도 붙여지지 않아서 매클로린이 이 방법을 고안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클로린은 이래저래 명예와는 인연이 먼 인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