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자좌(獅子座)
爾時에 長者維摩詰이 問文殊師利하사대 仁者가 遊於無量千萬億阿僧祗國이시니 何等佛土에 有好上妙功德으로 成就獅子之座닛까 文殊師利言하사대 居士여 東方으로 度三十六恒河沙國하야 有世界하니 名은 須彌相이요
其佛號는 須彌燈王이라 今現在彼하되 佛身의 長은 八萬四千由旬이요 其獅子座高도 八萬四千由旬이라
嚴飾第一이니다
그때에 장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인자(仁者)께서는 한량없는 천만 억 아승지 국토에 다녔으니
어떤 국토에 대단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공덕을 갖춘 사자좌가 있었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여, 동방으로 36항하강의 모래 수와 같이 많은 국토를 지나서 세계가 있습니다.
이름은 수미상(須彌相)이며 부처님의 호는 수미등왕(須彌燈王) 입니다. 지금 그곳에 계시는데
부처님의 몸은 키가 8만 4천 유순(由旬)이요, 그 사자좌의 높이도 8만 4천 유순입니다.
장엄과 장식이 세상에서 제일입니다.”
강설 ; 앞에서 사리불이 앉을 의자를 생각한 인연으로 법을 구하는 마음에 대해서 길게 설법을 들었다.
유마힐은 다시 인간적인 입장으로 돌아와서 훌륭한 의자를 구해서 문병 온 사람들을 앉게 하였다.
훌륭한 의자를 어디서 구할까? 아마도 경험이 많고 견문이 넓은 문수사리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었다.
문수사리는 수미상(須彌相) 세계의 아름다운 의자를 소개하였다.
於是에 長者維摩詰이 現神通力하시니 卽時彼佛이 遣三萬二千獅子之座하사대 高廣嚴淨이라 來入維摩詰室이어늘 諸菩薩大弟子와 釋梵四天王等이 昔所未見이라 其室이 廣博하야 悉皆包容三萬二千獅子座하되 無所妨碍하고 於毘耶離城과 及閻浮提四天下도 亦不迫迮하야 悉見如故러라
이에 장자 유마힐이 신통력을 나타내시니 즉시에 수미등왕(須彌燈王) 부처님이 3만 2천 개의 사자좌(獅子座)를 보내왔다. 매우 높고 넓으며 아름답게 장엄하여 있었다. 의자가 유마힐의 방에 들어왔는데 여러 보살과 큰 제자들과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들이 예전에 보지 못하던 일이었다. 그 방은 넓고 넓어 3만 2천 개의 사자좌를 모두 다 수용하였으나 조금도 비좁거나 걸림이 없었다. 비야리 성(城)과 염부제와 사천하(四天下)도 또한 비좁지 않고 모두 다 예와 똑같았다.
강설 ; 이 품(品)의 이름이 부사의품(不思議品)이다.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
사변(思辨)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도리, 상상이 안 되는 경지라는 뜻이다. 즉 유마힐의 작은 방안에
어마어마하게 높고 큰 의자 3만 2천 개를 다 넣어도 조금도 비좁거나 걸림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부사의한 도리라는 것이다.
즉 먼지 하나 속에 온 시방세계를 다 함유하고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이치다.
모든 존재가 꿈이며 가상이며 허상이며 환영이라는 이치를 터득한 경지에서는 크고 작음이 걸림 없으며
많고 적음도 걸림 없으며 멀고 가까움도 걸림이 없다. 3만 2천 개의 사자좌를 작은 먼지 속에 넣는 것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물며 방안에 넣는 것이겠는가.
爾時에 維摩詰이 語文殊師利하사대 就獅子座하야 與諸菩薩上人으로 俱坐하되 當自立身을 如彼座像이어다하니 其得神通菩薩은 卽自變形하여 爲四萬二千由旬하야 坐獅子座하고 諸新發意菩薩과 及大弟子는 皆不能昇이어늘
그때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사자좌에 나아가서 보살들과 스님들과 함께 앉으십시오.
저절로 그 몸이 저 사자좌와 같아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신통을 얻은 보살들은 곧 스스로 형체를
변화시켜 키가 4만 2천 유순이 되어서 사자좌에 앉았으나 새로 발심한 보살들과 큰 제자들은 모두
사자좌에 올라가지 못하였다.
강설 ; 사람은 작은데 의자는 너무 크다. 그러나 그 의자는 본래로 오지 않고 왔으며 크지 않고 큰 것이어서 사람의 크기에 맞추거나 사람이 의자의 크기에 맞추거나 서로가 원융무애(圓融無碍)하고 자유자재한 경지이기 때문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 모든 존재는 본래로 이렇게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만 쫓아다니고 현상에 이끌려 살다 보니
존재의 공성(空性)이나 존재의 원융성(圓融性)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할 뿐이다.
새로 발심한 보살들이나 설사 부처님의 큰 제자들이라 하더라도 소승적 안목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은 그 높은 사자좌에 올라가지 못하고 바라만 볼 뿐이다.
爾時에 維摩詰이 語舍利弗하사대 就師子座하라 舍利弗이 言하사대 居士여 此座高廣하여 吾不能昇이니다
維摩詰이 言하사대 唯舍利弗이여 爲須彌燈王如來하여 作禮라사 乃可得坐리라 於是에 新發意菩薩과
及大弟子가 卽爲須彌燈王如來作禮하고 更得坐師子座하니라
그때에 유마힐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자좌에 나아가십시오.”
사리불이 말하였다. “거사여, 이 사자좌는 높고 넓어서 나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 유마힐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수미등왕(須彌燈王) 여래를 위하여 예배해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에 새로 발심한 보살과 큰 제자들이 곧 수미등왕 여래에게 예배하였다. 그리고 다시 사자좌에 앉게 되었다.
강설 ; 유마경은 처음부터 대승보살 불교를 선양하는 경전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출가 제자 중에
지혜가 제일이라는 사리불도 사(事)와 사(事)가 무애한 존재의 원융성은 알지 못하므로 높고 높은
사자좌에 스스로는 오르지 못하고 수미등왕여래에게 예배한 뒤에 부처님의 힘을 빌려 겨우 오르게 됨을 밝혔다.
舍利弗이 言居士여 未曾有也로다 如是小室에 乃容受此高廣之座하되 於毘耶離城에 無所妨碍하고
又於閻浮提의 聚落城邑과 及四天下에 諸天․龍王․鬼神宮殿도 亦不迫迮이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거사여, 미증유입니다. 이와 같은 작은 방에 이러한 높고 넓은 의자를 수용하였으나 비야리 성에는 아무런 장애 되는 것도 없고, 또 염부제의 마을과 성(城)과 읍(邑)과 사천하(四天下)와 또 모든 천신과
용왕과 귀신들의 궁전도 또한 좁아지지 않았습니다.”
강설 ; 형체가 있든지 없든지 모두가 사사무애(事事無碍)하다.
마치 한 법당 안에 등불을 천(千) 개 켜나 만 개를 켜나 그 불빛들은 서로 장애 하지 않고
다 자신의 빛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모양과 형상의 한계에 가로막혀 있는 사리불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의 경계를 설하기 위하여 불가사의한
현상을 먼저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