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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시집 제1권 3-24
3 술회述懷 24 방언放言 함부로 떠든다
이 詩는 五言體와 七言體가 섞인 146句 14聯의 長詩.
構成形式은 小主를 일정 분량의 段落으로 맺어 잇대는(聯) 방식.
五言體는 모두 12단락(聯) 그리고 마지막 13번째 단락은 七言絶句.
1
묘장일속신眇將一粟身 조그만 좁쌀[粟]같은 몸을 가지고
부하심몽동復何心懵憧 다시 어찌 마음은 심란해 하나?
백년지일식百年只一息 백년도 一息에 불과하지만
만사유공총萬事猶倥偬 만사萬事는 오히려 공총倥偬하구나(偬=傯)
기득환공실旣得還恐失 얻었으면 잃을까 걱정을 하니
해가존주공奚暇尊周孔 어느 겨를에 周公ㆍ孔子를 숭상하리
유인조귀휴有人早歸休 일찍 돌아와 쉬는 사람 있어서
시피동멸몽視彼同蠛蠓 그것 보기를 하루살이 같이 여기네.
계성교잔원溪聲激潺援 시내 소리 잔잔하게 들려오는데
산색용롱종山色聳巃嵸 산 빛은 우뚝하게 솟아 있구나(嵸↔嵷)
수운종성유雖云縱性遊 비록 제 성격대로 논다 하지만
비례즉물동非禮即勿動 예禮가 아니면 그래도 動하지 아니하네.
한쪽 눈이 멀고 또 좁쌀 만 한 체구에다
생각하는 꼴은 또 어리석고 아둔하다네.
백년인생도 숨 한번 쉬면 끝나거늘
무슨 일이 그리 많고 바쁠까.
얻고 나면 그걸 잃을까 두려워하니
어찌 옛 성현을 따라 배울 겨를이 있을까.
하는 일없이 일찍 돌아와 쉬는 사람이 있으니
사람들이 그를 하루살이처럼 본다네.
급하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졸졸거리고
산은 우뚝하게 솟아 푸르다네.
비록 사람은 생긴 대로 논다지만
예의가 아닌 일에는 간여하지 않는다오.
►장將 또한. 한편으로는
►몽동懵憧 흐리멍덩하다. 어리석고 아둔懵憧함
‘어리석을 몽懵’ 어리석다. 부끄러워하다 (사리에)어둡다
‘동경할 동/어리석을 동憧’ 동경憧憬하다. 그리워하다. 마음이 정해지지 않다
►공총倥偬(倥傯) 이것저것 일이 많아 바쁜 모양.
►주공周孔 주공周公과 공자孔子.
周公은 周 文王의 아들로 禮樂과 法道를 창시했음.
孔子(BC.551-BC.479)는 고대중국의 사상가로 동아시아 人文主義의 原型으로 일컬어지는 聖人
►해가奚暇 어느 겨를
‘어찌 해奚’ 어찌, 왜 무슨, 어떤. 어디, 어디에서
‘틈 가/겨를 가暇 틈, 틈새. 겨를. 틈이 있는 날
►멸몽蠛蠓 눈에 놀이. 몸길이 1㎜ 가량의 모기 비슷한 하루살이 곤충
진디등에. 진디등엣과의 昆蟲을 통틀어 이르는 말.
‘눈에 놀이 멸蠛’ ‘눈에 놀이 몽蠓’ 눈에 놀이(≒멸몽蠛蠓. 진디등에)
►격잔원激潺湲 물이 빠르고 조용히 흐름
교잔激潺 졸졸 ‘격할 격, 여울 모양 교激’ ‘졸졸 흐를 잔潺’
►용롱聳巃 우뚝 솟다
‘聳솟을 용, 두려워할 송’ 솟다. 솟게 하다
‘가파를 롱(농)巃’ 가파르다. 높다. 자욱하다
►롱종巃嵷 산이 높음
종嵸 ‘嵸 산 우뚝할. 높낮이가 같지 않을 송’ 山이 홀로 우뚝하다. 산봉우리가 우뚝 솟다
►수운雖云 비록 그렇다하지만
►종성縱性 제멋대로 (행동)하다.
2
유헌죽수간幽軒竹數竿 그윽한 마루 앞에 대 두어 줄기
소정화만종小庭花萬種 조그마한 뜰에는 꽃이 일만 가지
간죽부간화看竹復看花 대 보고 또 꽃을 보면
역시일은총亦是一恩寵 그 역시 하나의 은총恩寵이구나.
동구운자생洞口雲自生 동구에서 구름 저절로 일어나고
석안천자용石眼泉自涌 돌 틈에서 샘물 저절로 솟아난다.
소요부소요逍遙復逍遙 오락가락 거닐고 또 거닐며
면앙가수공俛仰歌垂拱 쳐다보고 굽어보며 수공垂拱을 노래하네.
고요한 대청마루 앞에 몇 줄기 대나무가 자라고
자그만 뜨락엔 수많은 꽃들이 소담스럽네.
대나무를 보다가 또 꽃을 보고
이 또한 망극한 성은이로세.
동구 밖에서 구름이 피어오르고
돌 틈으로는 샘물이 저절로 솟는다오.
느릿느릿 또 놀다말다
팔짱끼고 세상을 내려 보고 올려보며 노래 부리리.
►석안石眼 돌에 뚫려 있는 구멍.
►용湧 물이 솟음
►면앙俛仰 부앙俯仰. 엎드려 세상을 굽어보고 우러러 하늘을 쳐다봄
►수공垂拱 옷소매 늘어뜨리고 팔짱 낌. 남 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둠
옛날 인심이 순후하였을 때에는 법령이 까다롭지 아니하여 다만 팔짱을 끼고서도 정치를 해나간 것을 말함이다.
3
전손학간록顓孫學干祿 전손顒孫이 간록干祿함을 배우던 시절
유공기불태唯恐其不迨 그 성취 못할까 두려워했네.
간록심기절干祿心旣切 간록하는 마음이 간절하거니
하지과우회何知寡尤悔 어찌 허물과 후회 없음을 알겠는가?
언행구무괴言行苟無愧 말과 행실에 부끄러울 것 없다면
곡역불외대穀亦不外待 먹을 것도 역시 반대되지 않는 법.
외대하인기外待何人期 반대됨을 그 누가 기약하련만
천록기불채天祿棄不採 하늘이 주는 녹을 버리고 받지 않는다.
전손자가 녹봉을 타 먹는 공부를 했고
오로지 그 녹봉을 못 받을까 두려워했네.
녹봉을 구하는 마음은 나도 간절하다만
어찌 나의 모자람과 잘못이 그에 미치지 못함을 후회하지 않으랴.
말과 행동이 진실로 부끄럽지 않다면
녹봉 역시 구하기 어렵지는 않다오.
그걸 밖에서 기다리기만 하니 누가 가져다줄까
하늘이 내린 녹봉을 밖에 버려두고 캐지 않았을 뿐이니.
►전손顓孫 공자의 제자 子張의 姓. 孔門 72賢에 사후에는 10철十哲로 추증追贈됨.
자장의 성명은 전손사顓孫師(BC503-?)인데 그는 공자에게 干祿 즉 녹祿을 구하는 법을 물었었다.
►간록干祿 녹봉祿俸을 구함.
顓孫師는 불량배不良輩 출신이었지만 孔子에게 修學하여 祿俸을 받는 지위에 오를 것을 말함.
<論語 爲政>편에 “자장학간록子張學干祿 전손자(子張)가 녹을 구하는 공부를 했다”는 구절이 있다.
►태迨 미치다. 닿다
►우회尤悔 허물과 후회. 잘못과 뉘우침.
자장학간록子張學干祿 자왈子曰
자장이 녹봉 구하는 것에 대해 배우려 하자 공자가 일러줬다.
다문궐의多聞闕疑 신언기여愼言其餘 즉과우則寡尤
많이 듣고 의심스러운 것은 두고 그 나머지 남은 것에 대해 삼가 이야기 하면 과실이 적다.
다견궐태多見闕殆 신행기여愼行其餘 즉과회則寡悔
많이 보고 위태로운 것은 두고 그 나머지 남은 것을 삼가 행하면 후회가 적다.
언과우言寡尤 행과회行寡悔 록재기중의祿在其中矣
말에 과실이 적고 행동에 후회할 일이 적으면 바로 그 가운데 녹봉이 있다.
/<論語 爲政篇>
►구苟 진실로. 참으로
►곡穀 곡식穀食. 녹미祿米(녹봉으로 받는 쌀)
4
독각추동헌犢角抽東軒 쇠뿔 같은 것 동헌東軒에 솟아나오니
내지생죽순乃知生竹笋 그것이 죽순인 줄 알아보겠네.
절기장차대竊期長且大 가만히 長大하기를 생각하고
작간조교신作竿釣蛟蜃 낚싯대 만들어 고래라도 낚으려 했더니
일야도절거一夜盜折去 하룻밤 새 도둑이 꺾어 갔으니
차계환가신此計還可哂 그 계획 역시 우습게 되었네.
쇠뿔을 동헌에서 뽑는다더니
알고 보니 그게 죽순이라네.
죽순이 길고 큰 대나무가 되면 누가 잘라가서
낚싯대를 만들어 상어나 이무기를 낚으려 했건만
하룻밤사이 도둑이 들어 죽순을 잘라가 버렸으니
그 계획이 참 우습게 됐구려.
►독각犢角 송아지 뿔 독각추犢角抽 송아지 뿔 뽑기
►죽순竹筍=죽순竹笋
처음 나올 때 그 모양이 마치 송아지 뿔(犢角)처럼 생겨서 순각筍角이라고도 함.
또 껍질이 알록달록해서 탁룡籜龍 혹은 용손龍孫으로도 불림
►훔칠 절竊 도둑질하다. 절취하다
►교신蛟蜃 상어와 이무기
►웃을 신哂 (조롱하여)웃다. 미소微笑를 짓다
5
어사유일옥於斯有一玉 여기에 玉 하나 있는데
구향독중온久向匵中韞 오랫동안 상자 속에 간직되었어도
광휘요천지光輝耀天地 광채가 온 천지에 번쩍거려서
경경불감은烱烱不敢隱 번쩍번쩍 하는 것 숨길 수 없네.
하용고어세何用沽於世 그것 어찌 세상에 자랑하랴?
성이문원근聲已聞遠近 성명은 이미 원근遠近에 들려 있네.
옥구슬하나를 가지고 있나니
오랫동안 나무궤짝 속에 감춰놨다오.
구슬 광채가 온 세상을 비추니
그 형형한 빛은 숨길 수가 없다네.
어떻게 그 구슬을 세상에 내놓을까
이미 명성은 멀리 가까이 다 퍼졌다네.
►어사於斯 여기 이것. (가지고 있는) 것
►궤 독匵 궤櫃(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 상자箱子
►‘빛날 경, 빛날 형烱’
►온韞 감추다. 싸다
►고沽 팔다. 사다. 내놓다
6
위인성소산爲人性疎散 사람됨의 성격 너무 방만放漫 하여서
어사태다라於事太多懶 일에 게으른 것 너무 많으오.
산월유등촉山月有燈燭 산에 달이 뜨면 등촉이 있고
송풍유관현松風有管絃 소나무에 바람 불면 관현管絃이 있다네.
한중경수권閑中經數卷 한가하면 성경聖經 두어 권 읽고
갈래다칠완渴來茶七碗 목마르면 일곱 잔의 차를 마시네.
심당유차락心當遊此樂 마음은 이 낙으로 노는 게 마땅하니
하가교장단何暇較長短 어느 겨를에 길고 짧은 것 따지랴?
사람됨과 성품이 어수선하여
하는 일마다 모두 게으르기 짝이 없네.
산에 뜬 달을 촛불이려니 하고
솔바람 소리를 관현악으로 여긴다오.
한가함 속에 가벼이 서책 여러 권을 읽고
목마르면 싶으면 차를 일곱 주발 들이키네.
마음은 마땅히 이런 즐거움을 만끽하노니
꼬치꼬치 세상사 따질 겨를이 어디 있겠소.
►칠완七碗 일곱 잔의 차. 완椀 주발周鉢: 놋쇠밥그릇). 바리(놋쇠로 만든 여자밥그릇)
당唐나라 노동(盧수)의 다가茶歌에 ‘칠완불가끽七腕不可喫’ 이라 하였으므로 여기에 일곱 잔의 차라고 한 것이다.
●다가茶歌 칠완다 七碗茶/노동盧仝
일고장오수정농日高丈五睡正濃 해가 한 발이나 높도록 잠이 바로 깊었는데
군장구문경주공軍將扣門驚周公 군장軍將이 문 두드려 周公의 꿈 놀라 깨게 하였네.
구전간의송서신口傳諫議送書信 입으로 전하기를 간의대부諫議大夫가 서신 보내었다 하니
백견사봉삼도인白絹斜封三道印 흰 비단에 비스듬히 봉하고 세 개의 도장 찍었구나.
개함완견간의면開緘宛見諫議面 봉함封緘 열자 완연히 간의대부諫議大夫의 얼굴 보는 듯하니
수열월단삼백편首閱月團三百片 첫 번 째로 월단月團 삼백 편 보았노라.
문도신년입산리聞道新年入山裏 들으니 새해의 기운 산속에 들어와
칩충경동춘풍기蟄蟲驚動春風起 땅속에 숨어 있던 벌레 놀라 움직이고 봄바람 일으킨다네.
천자수상양선다天子須嘗陽羨茶 천자天子는 모름지기 양선陽羨의 차 맛보셨을 것이니
백초불감선개화百草不敢先開花 온갖 풀들 감히 차보다 먼저 꽃 피우지 못했으리라.
인풍암결주배뢰仁風暗結珠蓓蕾 온화한 바람에 살며시 진주같은 꽃봉오리 맺히니
선춘추출황금아先春抽出黃金芽 봄에 앞서 황금같은 싹 돋아났으리라.
적선배방선봉과摘鮮焙芳旋封裹 신선한 싹 따서 향기롭게 볶아 곧바로 싸서 봉함封緘하니
지정지호차불사至精至好且不奢 지극히 정精하고 지극히 좋으면서도 사치하지 않다오.
지존지여합왕공至尊之餘合王公 지존至尊께서 드신 나머지는 王公에게나 적합한데
하사편도산인가何事便到山人家 어인 일로 곧 山人의 집에 이르렀나.
시문반관무속객柴門反關無俗客 사립문 다시 닫아 세속의 손님 없으니
사모롱두자전끽紗帽籠頭自煎喫 사모紗帽로 머리 감싸고는 스스로 차 끓여 마신다오.
벽운인풍취부단碧雲引風吹不斷 푸른 구름 같은 차 연기 바람을 끌어 끊임없이 불어대고
백화부광응완면白花浮光凝碗面 흰 꽃 같은 차 거품 빛이 떠 찻잔 표면에 엉겨 있네.
일완후문윤一碗喉吻潤 첫째 잔은 목과 입술 적시고
이완파고민二碗破孤悶 둘째 잔은 외로운 고민 달래고
삼완수고장三碗搜枯腸 유유문자오천권惟有文字五千卷
셋째 잔은 마른 창자 헤쳐주니 오직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이 있을 뿐이라오.
사완발경한四碗發輕汗 평생불평사平生不平事 진향모공산盡向毛孔散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내니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 모두 땀구멍 향해 흩어지게 하네.
오완기골청五碗肌骨淸 다섯째 잔은 기골肌骨을 깨끗하게 하고
륙완통선령六碗通仙靈 여섯째 잔은 신령神靈을 통하게 하며
칠완끽부득야七碗喫不得也 유각양액습습청풍생唯覺兩腋習習淸風生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습습히 청풍이 읾을 느끼네.
봉래산蓬萊山 재하처在何處 봉래산蓬萊山은 어느 곳에 있는가?
옥천자승차청풍욕귀거玉川子乘此淸風欲歸去 옥천자는 이 청풍淸風 타고 돌아가고 싶다오.
산상군선사하토山上群仙司下土 산 위의 여러 신선들 하토下土 맡았으나
지위청고격풍우地位淸高隔風雨 지위가 청고淸高하여 풍진風塵 세상과 막혔네.
안득지백만억창생安得知百萬億蒼生 어찌 알겠는가, 백만억조의 창생蒼生들
명타전애수신고命墮顚崖受辛苦 운명이 높은 벼랑에 떨어져 고통 받음을
편종간의문창생便從諫議問蒼生 곧 간의대부諫議大夫에게 창생을 묻노니
도두합득소식부到頭合得蘇息否 필경에는 마땅히 소생蘇生함을 얻겠는가.
7
치송이종정稚松移種庭 어린 솔을 뜰에 옮겨 심고서
금인사물전禁人使勿翦 사람들이 찍어 감을 금했더니
정정점백척亭亭漸百尺 꼿꼿하게 점점 커서 백 자나 되었네.
린갑쇄태선鱗甲鎖苔蘚 껍질에는 이끼와 덩굴 감기고
지장엽부밀枝長葉復密 가지도 길거니와 잎새도 빽빽하여
일야문학천日夜聞鶴喘 낮과 밤으로 학 우는 것 듣게 되었네.
기시생복령幾時生茯苓 어느 때에나 茯笭이 생겨나서
박채공옥련薄採貢玉輦 그것을 캐어다가 임금에게 바치리.
여인연퇴령與人延頹齡 사람에게 주면 늙는 나이 늘어나서
수여천부진壽與天不殄 수壽와 천생 타고난 것 없어지지 않으리.
당미생복령倘未生茯苓 그 혹시 복령은 생기지 아니하여도
세한자역선歲寒姿亦善 날이 차면 그 자태 또한 좋을 걸세.
어린 소나무 뜰에 옮겨 심고
여린 가지 꺾지 못하게 접근금지 시켰네.
꼿꼿하게 쑥쑥 크더니 아주 높이 자라서
껍질에는 이끼까지 덥혔다네.
가지가 길고 침엽도 빽빽하여
밤낮으로 꺽꺽거리는 학의 소리가 들리네.
언제면 뿌리에 복령이 생겨
그걸 캐내어 임금님께 진상할까.
사람이 먹으면 늙은이도 더 오래 살아
하늘이 부여한 목숨을 결코 다하지 않으리니.
만약에 복령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차가운 날씨를 꿋꿋이 견디는 높은 기상만으로도 좋다네.
►전翦 자르다. 끊다. 베다
►백척白尺 30.3m. 1尺은 약 30.3cm.
百尺은 정확한 길이를 특정하기보다는 ‘매우 길쭉하다’ ‘아주 높다’는 의미
►태선苔蘚 초훼草卉의 하나. 이끼.
►천喘 숨차다. 헐떡임. 기침병
►복령茯苓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균핵菌核으로 껍질을 제거하여 藥材로 씀
►옥련玉輦 옥으로 꾸민 임금님 수레. 임금님 수레 연輦을 높여 부르는 말
►퇴령頹齡 노쇠老衰한 연령年齡
►진殄 다하다. 끊어지다
►당倘 만일(萬一). 혹시(或是). 그럴 리 없지만 만약에
►선善 높은 기상
8
춘풍무사심春風無私心 봄바람은 私心이 조금도 없어
보피어대소普被於大小 대소에게 골고루 불어 주누나.
계구동군칩啓口動群蟄 뭇 벌레 움직여서 입 열게 하고
롱설제백조弄舌啼百鳥 여러 새들 혀를 놀려 울게 하네.
도이언단장桃李偃短墻 복사·오얏 얕은 담에 기대어 있고
부용범벽소芙蓉泛碧沼 부용芙蓉도 푸른 소沼에 떠 있구나.
시우호풍구時雨好風俱 제철 비 좋은 바람 함께 이르니
대평종차조大平從此肇 태평세월 이제부터 시작되누나.
산인락무도山人樂舞蹈 산사람[山人] 즐거워라 뛰고 춤추며
호호가요조浩浩歌窈窕 호탕하게 요조장窈窕章을 노래 부르네.
기독춘풍연豈獨春風然 어찌 홀로 춘풍만이 그러 하리
성화류억조聖化流億兆 성인 교화 만민에 유포되누나.
봄바람은 사심이 없어서
크던 작던 세상만물에 골고루 불어댄다네.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은 잠자던 벌레들을 깨우고
온갖 새들이 혀를 놀려 지저귀게 한다네.
복사꽃 자두 꽃잎이 낮은 담장에 흩날리고
푸른 연못에 연꽃도 띄운다오.
봄비가 봄바람과 구색 맞춰 함께 내리니
태평성대도 봄바람에서 비롯된다네.
산사람들은 춤추는 것을 즐기니
커다란 소리로 요조의 장을 노래하네.
어찌 봄바람만 홀로 그러할까
성인의 덕화도 억조창생에게 흐르려니.
►보피普被 넓고 골고루 끼침
►계啓 열다. 일깨워주다.
►칩蟄 숨다. 모이다
►언偃 나부끼다. 쓰러지다
►범泛 뜨다
►조肇 비롯하다, 창시創始. 교정矯正
►요조장窈窕章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있는 노래 ‘요조窈窕의 章’
요조窈窕 요조숙녀窈窕淑女. 조신한 여성을 말함.
9
유재정차심幽齋靜且深 그윽한 집 고요하고 또 깊숙하니
우형감송로寓形堪送老 이 형체 붙여 늙어가기 넉넉하네.
만사해족무萬事奚足務 만 가지 일 어찌 힘쓸 것 있겠는가?
일한시소보一閑是所寶 한 가지 한가함이 그 보배일세.
문무거마훤門無車馬喧 문 앞에는 거마車馬의 떠드는 것 없는데
의상긍전도衣裳肯顛倒 어찌 옷을 뒤집어 입겠는가?
막죄보세표莫罪步世表 세상 밖에 나다닌다 허물 마소.
시역일종도是亦一種道 그것 역시 일종의 道이라네.
자고차류다自古此流多 자고로 그런 類의 사람 많으니
소허가정고巢許可訂考 소부巢父ㆍ허유許由 상고할 수 있다네.
고반역유인考槃亦有人 고반考槃함도 역시 그런 사람 있는 것
불유오독호不惟吾獨好 오직 나만이 즐겨함이 아닐세.
급진동명수汲盡東溟水 동해 바다 물을 다 길어 내어도
리욕구난조利欲垢難澡 이욕利欲의 때는 씻기 어려웁고
추진태산목箒盡太山木 태산의 나무로 비 만들어도
명로진난소名路塵難掃 이름 길의 티끌은 못 다 쓴다네.
연즉오내하然則吾奈何 그렇다면 내 자신을 어찌 할거나.
리락종소포籬落從素抱 울타리 가에서 평소의 마음대로 하리라.
음파죽창정吟罷竹窓靜 시 읊고 나자 죽창竹窓이 고요한데
산우쇄정초山雨洒庭草 산비[山雨]가 뜰 풀에 뿌려오누나.
그윽한 집은 조용하도 깊숙한 곳에 있어
이 몸 의탁하여 늙어가기에 좋다네.
세상만사가 어찌 힘만 쓴다고 다 될까.
오로지 여유만이 보배롭다네.
대문에는 손님이 타고 온 시끄러운 말 수레 소리도 없으니
어찌 옷을 뒤집어 입으리오.
세상 밖을 활개 치며 다닌다고 죄가 된다마시게
이 역시 세상 도리의 일종이 아니겠나.
예로부터 나 같은 부류가 많았으니
소부와 허유를 떠올려서 생각을 고치시게.
은거하는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
오로지 나만 즐기자며 살 수도 없다네.
동해의 바닷물을 다 퍼낸다한들
잇속 따지고 욕심 챙기는 묵은 때를 씻어내기 힘드네.
큰 산의 나무를 다 잘라 빗자루를 만든들
벼슬길 욕심내는 티끌은 쓸어내기 어렵네.
그런즉 나는 어찌할까
나 홀로 내 생각만 따르리.
시 읊고 나면 대나무가 보이는 들창이 고요하고
산에 내리던 비가 뜨락의 풀도 씻어주네.
►우형寓形 몸을 의탁依託함. 기대고 삶.
►감堪 뛰어남. 낫다
►일一 오로지
►훤喧 떠들썩하다. 시끄럽다
►전도顚倒 (옷을) 뒤집어 입음. 손님이 닥쳐서 급히 뛰어나감을 말함
소동파가 도연명陶淵明의 詩에 화운和韻한 시귀詩句이니 앞의 句 “門無事馬喧”은
도연명의 詩 “而無車馬喧”이라는 시를 따라서 그런 말을 쓴 것이다.
►세표世表 세상世上의 모범模範. 떳떳이 나다님
►소허巢許 소보巢父와 허유許由. 요순堯舜시대의 은자隱者.
소부巢父 요堯임금 때의 高士.
영천穎川에서 소 기르던 사람인데 허유許由가 냇물에 귀를 씻으므로 "왜 귀를 씻느냐?”고 물으니
허유의 말이 "요堯가 나더러 천하를 맡아서 임금이 되어 달라 하니 그런 더러운 말을 들어서 귀를 씻는다.”고 대답하므로
"조용히 들어앉아서 이름을 내지 않았다면 그런 소리를 들을 리가 없는데 그대가 잘난 체하고 이름을 냈으니 더 더러운 짓이다." 하고 소에게 그 귀 씻은 물을 먹지 못하게 하고 더 상류上流로 끌고 갔다는 옛말이 있다.
►정고訂考 생각을 바로잡음
►고반考槃 은거실隱居室을 지어 제 마음대로 즐기는 일, 또는 악기를 두드리며 즐기는 일.
<詩經 고반考槃>에 “고악재간考樂在澗 석인지관碩人之寬”이라 하였다.
►급진汲盡 마를 때까지 퍼냄
►구난조垢難澡 때(허물)를 씻어내기 어려움
►비 추箒(=帚) 빗자루
►명로名路 명성名聲이 있는 벼슬길
►연즉然則 그런즉. 그러면.
►내하奈何 어찌함, 어떻게
►이락籬落 ‘울타리 리(이)籬’ ‘떨어질 락(낙)落’ 울타리.
►소포素抱 소지素志. 평소 품었던 생각
►‘洒 씻을 세, 뿌릴 쇄, 엄숙할 선, 험할 최’ 씻다(洗) (누명 등을)씻다
10
직상남산두直上南山頭 곧장 남산 꼭대기로 올라가서
빙목구만상聘目驅萬像 눈 들어 만 가지 현상 둘러보니
일월저회요日月低回腰 해와 달은 허리 아래 나직히 돌고
건곤괄분장乾坤括分掌 하늘과 땅 손바닥에 움켜쥘 것 같다.
흉차활이원胸次豁爾遠 가슴 속 시원하게 트이는 듯
황위등선상怳爲登仙想 황홀하기 신선이나 된 듯하여라.
신표산석두神飆產石竇 돌 틈에서 신풍神風이 불어오리.
신경골역상身輕骨亦爽 몸 가볍고 뼈까지도 상쾌하여라.
사유불이득斯遊不易得 이런 놀음 쉽게 얻지 못하리니
방탕자언앙放蕩恣偃仰 방탕하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며
향만흥진회向晚興盡回 날이 저물어 흥 다하여 돌아오니
백운생등장白雲生藤杖 흰구름 등장藤杖에 일어난다.
곧 바로 남산 꼭대기에 올라
눈 들어 먼 곳 삼라만상 행렬을 바라보네.
해와 달은 허리 아래 낮게 돌고
하늘과 땅은 손바닥에 잡힐 듯하네.
가슴 속이 툭 트이고 밝아지니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가는 황홀한 상상을 하네.
돌 틈에서 신비한 회오리바람이 나오고
몸이 가벼워 뼛속까지 상쾌하다네.
이런 놀이는 쉽게 얻지 못하니
방탕하게 내 맘대로 여유롭게 쉰다네.
날이 저물어가고 흥이 다하여 돌아가자니
등나무 지팡이에서 흰 구름이 뭉게뭉게.
►빙목騁目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봄.
►‘몰 구驅’ 늘어선 행렬. (말을 타고)몰다. 빨리 달리다. 내쫓다
(말 마馬)+(지경 구區) 區자는 선반 위에 그릇을 올려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흉차胸次 흉금胸襟. 속마음.
►활이豁爾 유쾌함. 툭 트이고 밝음
►등선登仙 신선神仙이 돼 하늘로 오름
►‘폭풍 표飆’ 폭풍暴風. 회오리바람. 광풍狂風
(개 달리는 모양 표/회오리바람 표猋)+(바람 풍風) ‘표猋 개떼가 달리다’
►‘구멍 두/개천 독竇’ 구멍, 쪽문, 규문(담이나 벽을 뚫어 만든 출입구)
►상爽 상쾌爽快
►언앙偃仰 누웠다 일어남. 편안便安하고 한가閑暇로이 쉼. 언식偃息
11
유객진모래有客趂暮來 손님 하나 저물어 찾아왔는데
파파백두수皤皤白頭叟 파파蟠蟠한 흰머리 노인이었네.
행장일공장行裝一筇杖 행장은 지팡이 하나뿐인데
의파반로주衣破半露肘 옷 찢어져 팔뚝 반은 드러났구나.
아문종하방我問從何方 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요지청산후遙指靑山後 멀리 청산 저쪽을 가리킨다.
석대고무필碩大固無匹 석대碩大하기 진실로 짝이 없겠는데
새연단과우塞淵端寡偶 침묵沈默하기도 과연 짝이 없으리.
심지비상배心知非常輩 마음으로 보통 사람 아닌 성싶어
렴용공면수斂容恭俛首 얼굴 빛 고치고 공손히 머리 숙였네.
인좌송균헌引坐松筠軒 인도해 송균헌松筠軒에 앉게 하고
전구부시주剪韭復釃酒 부추 뜯고 다시 술을 걸러서
상여기명정相與期酩酊 서로가 취하기로 기약하며
수초부정수酬酢不停手 주고받고 손 멈추지 아니하였네.
취래방지의醉來放志意 취한 뒤엔 마음 놓고 떠들어 대니
숙지숙무구孰知孰無咎 누가 허물없음을 알 것인가?
객기가차무客起歌且舞 손님이 일어나서 노래하고 또 춤추니
아좌란격부我坐亂擊缶 나는 앉아서 함부로 동이를 두드렸네.
가무기운파歌舞旣云罷 노래하고 춤추는 것 다 끝나니
명월생옹유明月生甕牖 밝은 달이 영창으로 솟아오르네.
아도객역거我倒客亦去 나는 쓰러지고 손님도 갔는데
청풍동고류清風動槁柳 맑은 바람 마른 버들 흔들어 대네.
저물어가는 날에 손님 하나가 찾아오니
허옇게 센 백발노인이라네.
차림새라곤 대지팡이 하나
옷은 헤져 팔뚝의 절반이 드러났다오.
어디서 오셨냐고 여쭸더니
푸른 산 저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네.
체수가 크고 딴딴하여 필적할 사람이 없고
묵묵히 있으니 진실로 짝할 이가 없네.
보통부류의 사람은 아니리라 짐작하여
얼굴빛을 고치고 공손히 머리 숙였다네.
노인의 소매를 끌어 우리 집에 모셔 앉히고
부추 뜯어 안주 만들고 또 술도 걸렀다네.
서로 대취하기로 기약하고
술잔 주고받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오.
취하고 나서는 제 맘대로 지껄여대니
누가 알리오, 누가 잘못이 없는지를
손님이 일어나 노래하고 춤까지 추니
나는 앉아서 마구잡이로 술통을 두들겼네.
노래와 춤이 끝나자
밝은 달이 장독대 담장 위에 떠있었다오.
나는 쓰러졌고 백발손님도 떠나니
말간바람이 가녀린 버들가지를 흔들었소.
►진모趂暮 해질녘 ‘쫓을 진趂(=趁)’ 뒤쫓다. 찾아오다
►파파皤皤 허옇게 센 모양 ‘흴 파皤’
►‘대 이름 공筇’ 공죽筇竹(지팡이를 만드는 대竹) 지팡이
►주肘 팔꿈치
►‘클 석碩’ 크다. 머리가 큼
►새연塞淵 묵묵히 생각이 깊음. 성실하고 생각이 깊다.
►‘端 끝 단, 헐떡일 천, 홀 전’ 진실로. 끝, 가, 한계限界
►과우寡偶 짝할 사람이 드묾
►상배常輩 보통무리. 보통사람들
►면수俛首 고개를 숙임 ‘힘쓸 면/숙일 부俛’
►송균헌松筠軒 뜨락에 소나무와 대나무가 있는 집. 金時習의 집
►전구翦韭 ‘자를 전翦=剪’
전춘구翦春韭. 손님 대접을 위해 봄 부추를 뜯는다는 말임.
►시주釃酒 술을 거름. ‘釃 술 거를 시, 술 거를 소, 묽은 술 리(이)’
►수초酬酢 주객主客이 서로 술잔을 주고받다. 벗과 교제하다. 응대하다.
‘갚을 수酬’ 갚다, 보답報答하다. (잔을)돌리다, (술을)권勸하다. 응대應待하다
‘초 초/잔 돌릴 작酢’ 초醋(식초食醋) 신맛이 나는 조미료調味料.
►명정酩酊 ‘술 취할 명酩’ ‘술 취할 정酊’
정신精神을 잃을 정도로 대취大醉함. 곤드레만드레 취醉함.
►숙지孰知 누가 ∼을 알리오.
►부缶 장군(배가 불룩하고 목 좁은 아가리가 있는 질그릇)
►‘담 용牗’ 담, 담장. 들창
►‘마를 고槁’ 마르다. 여윔. 위로慰勞하다
12
도회은산아韜晦隱山阿 못생긴 체 산 언덕에 숨어서 사니
소연정려담蕭然情慮淡 쓸쓸한 듯 정려情慮가 담담하여라.
낭무일립속囊無一粒粟 자루에는 한 톨의 조도 없지만
고궁무사람固窮無斯濫 궁한 것 견디어 내면 지나친 일 없으리라.
세사자륭체世事自隆替 세상일은 제대로 성쇠 하지만
지락하증감至樂何增減 지락至樂이야 어찌 증감增減 있으리
적중필형외積中必形外 속에 쌓이면 반드시 밖에 나타나니
주선름의범周旋凛儀範 행동이 늠름하고 법도가 있구나.
피기록록배彼其碌碌輩 저 그들 녹록한 무리들이야
불휘자불범不麾自不犯 지휘하지 않으면 스스로 범하지 않는 것
막언천고회邈焉千古懷 아득히 천년 전 생각에 잠겨
묵묵의운함默默倚雲檻 묵묵히 구름 난간에 의지해 있다.
종적을 감추고 산언덕에 숨어 사니
적적한 심정이나 생각만은 담담하네.
자루에는 곡식이 한 톨도 없지만
궁핍함만 견디면 지나친 일은 없으리니.
세상만사 흥망성쇠가 바뀌어 가지만
지극한 즐거움이야 어찌 변하리오.
마음에 쌓이면 언젠가는 밖으로 튀어나오니
늠름하고 예의바르기를 힘쓰리라.
저 하잘 것 없는 무리들은
누가 끌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한다네.
아득한 천 년 전의 일들을 회상하며
묵묵히 높은 난간에 기댄다오.
►도회韜晦 재능才能ㆍ지위地位를 숨기고 감춤. 종적蹤迹을 감춤
‘감출 도/활집 도韜’ 감추다, 덮어 가리다 느슨하다, 너그럽다. 포용包容하다
‘그믐 회晦’ 그믐밤, 어둠. 얼마 안 됨, 조금
►사람斯濫 넘침. 지나침
‘이 사/천할 사斯’ 이, 이것. 잠시暫時, 잠깐. 죄다, 모두
‘濫 넘칠 람(남), 동이 함’ 넘치다, 범람汎濫하다. 지나치다, 과過하다.
►융체隆替 성盛하고 쇠衰함. 성쇠盛衰. 흥망興亡
‘높을 륭(융)隆’ 높다. 높이다. 두텁다
‘바꿀 체替’ 쇠衰하다. 쇠퇴衰退하다
►적중積中 마음속에 쌓임
►주선周旋 주선함. 일이 잘 되게 힘을 써서 변통變通함.
►의범儀範 예의범절禮儀凡節이 모범模範임
►녹록碌碌 하잘 것 없음. 만만하고 호락호락함 ‘푸른 돌 록(녹)碌’
►부휘不麾 지휘하지 않음. ‘기 휘麾’ 기旗 대장기大將旗(지휘하는 깃발) 가리키다
►부범不犯 남의 것을 침범侵犯하지 않음
►‘멀 막邈’ 멀고 아득함.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모양 모/모사할 막貌(모→막)
貌(모양. 얼굴. 자태)=(해태 태豸)+(얼굴 모皃)
►운함雲檻 높은 난간. 구름이 머물 정도로 높은 난간
난간 함檻 난간欄干(欄杆) 우리(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 덫, 함정陷穽(檻穽)
13
고염인간강영송苦厭人間强迎送 인간의 억지로 영송迎迎하는 것 싫어서
추차형해와벽동抽此形骸臥碧洞 이 몸뚱이 뽑아내어 푸른 산골에 누웠거니
시비영욕어오하是非榮辱於吾何 시비是非와 영욕榮辱 나에게 무슨 관계있으리오.
송풍취파괴음몽松風吹破槐陰夢 솔바람이 불어 홰나무 그늘에서 꾸는 꿈을 깨웠네.
장년호여연하주長年好與煙霞住 오랫동안 연하煙霞와 잘 지내면서
습상공주송조모拾橡供厨送朝暮 도토리 주워 음식 마련하며 나날을 보냈노라.
석상고침수도연石床高枕睡陶然 돌 평상에 베개 높여 즐겁게 잠자는데
유몽불비홍진로有夢不飛紅塵路 꿈에라도 속세 길은 가지 아니하네.
억지 인연으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고역인지라
내 한 몸 달랑 집어내 푸른 산골짝에 눕혀놓았네.
시비와 영욕이 나와 무슨 상관이람
솔바람이 불어 회화나무 그늘아래서 단꿈 꾸던 나를 깨우네.
오랫동안 안개와 노을이 좋아 그 속에 살며
도토리 주워 먹거리를 만들어 아침저녁 끼니 때웠네.
술이 거나하면 너럭바위 높은 자리에 누워 잠드니
꿈속에선들 인간세상 쪽으로는 날아가고 싶지 않으이.
►고염苦厭 고역苦役. 혐오함
►괴槐 회화나무. 느티나무
►상橡 상수리나무. 도토리.
►공주供廚 부엌에서 조리함
►도연陶然 술이 거나하게 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