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중국집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간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그대로 북두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쪽에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애.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은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