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다.
이 말처럼 낯선 세상, 낯선 이들은 나의 세상을 확장시킨다. 그런 호기심의 본능은 "여행하는 인간"이 되게 했고 이미 네안데르탈인 시절부터 한 화덕을 중간에 놓고 둘러앉아 만찬을 즐겼던 흔적을 남겨주었다. 새로운 것, 낯선 세상은 새로운 운명의 길을 열어주지만 때론 악연이 되어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낯선 세상끼리의 만남이 문명을 열었고, 반대로 학살과 죽음도 열었다. 그게 역사다. 그러니 알 수 없는 두 개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낯선 것과 조우하는 일은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용기내기가 어려워 많은 현대인들은 자발적 고립과 외로움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뉴미디어가 등장했다. 덕분에 우리는 낯선 것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낯선 것들을 알아볼 수 있다. 그 세상에서 낯선 이를 환영할 때 그것은 "환대"가 되고, 두려워할 때 "혐오"가 된다. 예전에는 환대의 규칙이 이 세상을 지배했다면 요즘은 혐오와 배척, 차별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낯선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낯선 이들이 불러오는 새로움에 대한 희망과
그들이 우리 안에 일으키는 공포를 다룬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는 "제노포비아 Xenophobia" 낯선 것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은 "필로제니아 Philoxenia"라고 한다. 낯선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확실성을 안긴다. 천사일까 악마일까? 가능성일까,위협일까? 이 질문들에는 힘이 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매일매일 낯선 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나. 때론 호기심으로, 때론 두려움으로 손님들을 맞고 보낸다.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갔을 때 2층 문에 걸려있는 문구에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우리 부부, 괴산에서 책방에서 열며 이 구절을 마음에 새겼었다.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성경에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낯선 이들을 환대해 친절히 맞이했고 알고 보니 천사였던 그들은 백 세가 되도록 자녀가 없던 그들 부부에게 "이삭"이라는 아들을 선사했다. 그러니 예수님은 낯선 이를 환대하라 설교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 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브리서 13장2절)"
이 성경 구절에서 나온 글을 서점에 붙여놓고 어려운 시절, 낯선 이들의 힘이 되어주었던 파리의 오래된 서점. 우리도 그 서점을 닮고 싶었으나 따라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이 글의 힘을 이기지 못해 나는 끝내 책방에 이 글을 걸기를 주저했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나의 환대와 어울림, 혐오와 배척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