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폭식 사회⌟, 디지털 기술과 기기는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가?
우리는 컴퓨터와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 폰을 친환경적이며 무공해 제품으로 착각하고 있다.
'비물질인 디지털 세계는 대기 오염을 시키지 않고 쓰레기도 양산하지 않으며 클릭만하면 모두에게 열린다. 제품 사용에 남녀노소, 빈부귀천, 나라와 민족의 차별이 없으며 회원에 가입하면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된다. 시간 제약도 없다. 스트레스도 없다.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가지는 것을 계속 제공해주는 알고리즘으로 말미암아 쉽게 즐기며 스터디를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현대인들은 디지털 기기를 몸의 일부처럼 여기며 날마다 애용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다 그것들이 눈에 띄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공항상태에 빠지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안나프루나 트레킹을 하면서 포터들이 유튜브를 보며 좁은길을 걷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하말랴야 오지에서 아이들이 빙둘러 서서 유튜브를 보는 것이 가끔 눈에 띄었다. 인도 오지 마니푸르에서 청년이 벼를 베다말고 나와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해 2개월에 걸친 인도와 네팔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시골이건 도시건, 기차 안이건 버스 안이건, 광장이건 커피숍이건 간에 장소를 불문하고 스마트 폰으로 소통을 하거나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를 계속 클릭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바야흐로 스마트 폰이 없이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시대, 스마트 폰 의존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스마트 폰이 주는 소통의 자유와 편리, 지식의 대중화, 정보 제공과 사회의식 선도, 온갖 종류의 다양성에의 노출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구촌이 직면하고 있는 전쟁, 기아, 지구온난화, 바이러스성 팬데믹 문제에 디지털기기가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참으로 비물질을 다루는 디지털 기술과 기기들은 자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가?
지구온난화와 바이러스성 팬데믹에 기여하지 않는가?
이광석은 그의 저서 ⌜디지털 폭식 사회⌟에서 아니라고 말한다.
아래는 그의 책에서 관련 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독성
⌜오늘날 플랫폼의 문제는 그것이 시장을 넘어서 사회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있다. 한 사회의 가치와 질서가 갈수록 플랫폼이 선사하는 좋아요, 순위, 추천, 주목, 평판에 의지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펑점 사회’는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특징적 국면이 되었다. 지도 위 별점이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하고, 공유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의 노동 방식을 길들이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회의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혐오와 적대의 정치문화를 배양하고, 소비자 손끝의 평점과 댓글이 플랫폼 노동 수행성의 척도로 쓰이면서 ‘산노동’(직접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플랫폼의 별점이 비수로 꽂히기도 한다.
플랫폼 권력은 인간 사회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반(反)생태적 본질을 극적으로 감추고 있는 곳은 자연 수탈이 벌어지는 희귀금속 채굴 현장이다. 가령, 플랫폼 기술의 독성은 ‘위태로운’ 산노동(직접노동)과 지능기계의 알고리즘 통제로 드러나지만, 희귀금속채굴에서도 특징적이다. 즉, ‘저렴한 자연’ 파괴의 극한 채굴주의와 IT 성장 숭배의 공모 과정에서도 반생태적인 독성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빅테크(거대한 IT기업)의 사회적 확장 능력에 동원되는 첨단 신기술 장치(알고리즘, 플랫폼, 인공지능 자동화, 소셜네트워크 등을 담는 스마트 기기와 저장 장비)는 오늘날 자연 생태계에 더 심각한 독성을 일으킨다. 이들은 우리에게 청정의 해(독성)가 없는 디지털 신기술로 주목받고 무형의 산물로만 포장되었다. 하지만, 이들 스마트 기술 장비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희귀금속을 채집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회토류의 광산채굴과 화학적인 제련 과정이 필요하다. 애초에 희귀금속을 채굴하는 일은 청정 에너지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중금속 찌꺼기, 산성비, 오염된 폐수 등을 모두 수반하는 환경 파괴 종합세트에 가깝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스마트 기술 상품의 소비가 극에 달한 국가에서는 그것의 더 빨라진 폐기 과정과 계획적 노후화를 살펴야 한다. 이로 인해 IT 쓰레기는 과거와 비교하면 더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희귀금속의 채굴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와 피폐화는 더욱 심해진다. 아직 신재생 대체 에너지원이 마련되지 않은 한국은 디지털 활동이 전면화할수록 화석 연료에 기댄 탄소 배출로 인해 폐열(廢熱)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 독성의 악무한(惡無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생명의 인공화를 재촉하는 과학기술을 지구 생태에 조응하는 관계로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 것인지가 심각한 과제로 떠오른다. 물론 이들 자연-사회 생태를 가로지르는 디지털 독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기술 폭식에 가려져 희미한 상태다.⌟
이광석 저, ⌜디지털 폭식 사회⌟,9,10,11쪽
저자는 우리가 디지털 기술로 편히, 쉽게, 재미있게 노닥거리며 지낼 때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와 자연 환경 속에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의 강자에 의해 식당과 마트, 기업과 상가의 영세업자들이 파산하고,
택배노동과 운전 노동이 점점 가혹해지며,
소비자들의 무절제한 기기의 사용으로 에너지 문제와 탄소 배출이 심각해지고,
희토류 채굴과 제품의 빠른 폐기로 인한 자연 환경 파괴와 유해물질의 배출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연과 사회의 환경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모든 심각한 문제들이 기술 신화, 기술우상, 기술 만능주의에 의해 가려진다 해도 문제를 일시적으로 가릴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연과 사회에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J.B. 매키넌의 저서 ⌜디컨슈머⌟는 20년대 말에는 핸드폰 충전에 세계전력의 약 5분의 1이 사용된다고 한다.
아래는 그의 책에서 관련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1992년 인터넷은 하루에 1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했다.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량은 초당 200기가 바이트였다. 오늘날 인터넷은 매초 15만 기가바이트 이상을 전송한다. 1년 전송량은 거의 5제타바이트에 달하는데. 이름만큼이나 머리로 이해하기 힘든 양이다.
최근 연간 데이터 소비량은 약 25퍼센트씩 복리로 증가해왔으며(이면에도 물질적 소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소비 방식 또한 오히려 더욱 자원 집약적으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가상현실, 암호화폐, 스마트홈, 자율주행 자동차,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들을 서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처럼 데이터를 많이 요구하는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파도처럼 밀려들 것이다.
그러나 위딕스는 이 모든 것이 지구에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디지털 시대가 아주 짧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가 거의 없음.)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데이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패턴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피드백 루프다. 새로운 디지털 장치 및 서비스가 데이터에 수요를 늘리고, 늘어난 데이터 수요는 더 넓고 빠른 연결망을 요구하며, 더 넓고 빠른 연결망은 광케이블과 데이터 센터, 송전탑, 개인 장치 같은 인터넷 기존 시설의 성장을 이끈다. 인터넷 기반 시설이 확장되면 패턴이 다시 되풀이 된다. 그 결과 디지털 세상의 물질 및 에너지 수요 모두 끊임없이 증가한다. (수요가 증가되는 디지털 세상의 물질을 생산하기 위하여 자연이 황폐화되며 오염되고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스가 배출된다. 또한 디지털기기 사용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는 곧 바로 탄소가스 증가를 의미한다. )
인터넷은 여전히 코르누코피아(내용물을 무한히 담을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풍요의 뿔)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 (사용)에 에너지가 쓰인다는 생각을 잘 안 합니다.” 위딕스가 말했다. “핸드폰 충전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를 더 많이 생각하죠.” 한편 디지털 기존 시설과 전자기기의 전력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7퍼센트씩 증가해왔으며, 이는 경제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보수적인 추정에 따르면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전 세계 전력의 약 5분의 1이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쓰일 것이다. 이는 곧 기후변화에 맞서려면 현재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쏟아붓고 있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만큼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대체해야할 디지털 에너지 수요가 더더더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중략
우리가 온라인에서 하는 활동의 상당수는 스스로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본인의 건강과 이익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디지털 낭비 행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식당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공상에 빠지는 따분함을 인터넷의 산만한 따분함으로 메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이러한 현실은 잘 보여준다. 우리는 ‘둔스크롤링(인터넷에서 불길하고 암울한 뉴스를 계속 탐독하는 행위)’ 이라는 ‘블랙홀’에 빠지거나 영상 자동 재생이라는 ‘시간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린다. 우리는 그 동안 고양이 동영상을 보느라 기후를 오염시켰는데 이제는고양이에게 영상을 감상시키느라 대기 오염을 시키는 '디지털 오소비(誤消費)' 에 이르렀다.⌟ J.B. 매키넌저, 김하현 번역 ⌜디컨슈머⌟,327, 328쪽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를 위하여 소비자들이 디지털 기술이 동반하는 디지털 기기 과소비가 불러오는 에너지 문제와 자연 파괴와 오염 문제에 눈을 떠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인류의 생존을 위하여 법으로 디지털 기술사용, 특별히 지구촌 차원의 거대 소셜네트워크에 법적 제재를 가하며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인류 모두가 건강한 만남과 교제를 통한 삶의 기쁨과 자유로운 사고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가상현실에서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는 자연세계, 물리적인 세계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기기 시간 사용의 양은 우리 개개인의 손에 달려 있으며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가 푸른 지구, 건강한 자연 환경이 곧 바로 우리의 건강이며 행복이며 평화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드는 디지털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결단은 우리의 몫이다.
2023.2.11.토요일 새벽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