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기억전달자>를 읽고..by박지수)
나는 오늘 <기억 전달자>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은 항상 모든 것을 ’늘 같음 상태’로 유지한다. 그래서 마을에는 언덕도, 날씨도, 색깔도, 질병도 없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거나,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거나 정해진 작업에 대해 중대한 실수를 했을 경우, 그리고 아주 나이 많은 노인들의 경우, ‘임무해제’ 라는 탈을 쓴 안락사를 시킨다. 그리고 담당자와 기억보유자를 제외한 주민들은 임무해제가 안락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덕분에 사고가 나더라도 뭐든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마을의 원로가 정해준대로 규칙적으로 살아갔다.
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어있는 마을에서 통제에 대해 예외가 되어있는 한 명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기억 보유자였다. 기억보유자는 마을에 있는 사소한 규칙들을 지키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이던 물어보고 알려고 할 수 있었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그저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 것 뿐이라 겉보기엔 그의 영예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사실 이 일에는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크리스마스, 사랑, 동물과의 추억, 자유로움 같은 좋은 기억들이 있는 반면 전쟁, 학살, 굶주림, 공포 등의 끔찍한 기억도 과거로부터 끌어와 홀로 안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너스는 성인이 됨을 알리고 직업을 받게 되는 12살 기념식에서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었다. 일생을 ‘늘 같음상태’에서 보내온 조너스는, 전 기억보유자(지금부터는 그를 기억 전달자라고 부르겠다)로부터 다양한 기억들을 전달받게 되며 뚜렷한 감정이 존재하지 않고 뭐든 형식적인 자신의 마을에 대해 답답함과 슬픔, 아쉬움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낀다. 이대로 이 마을에서 남은 일생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 조너스는 마을을 떠나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해 가겠다고 결심하고 기억전달자와 함께 그 계획을 짠다. 조너스는 기억전달자도 함께 가자고 간청했지만 그렇게 되면 조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기억들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을 혼란 속에서 벗어나게 해줄 사람이 없다며 반대했다.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날, 조너스는 아버지가 보육원(갓난 아기들이 기초가족에게 보내어지기 전까지 지내는 곳) 에서 임시보호를 하려고 집으로 데려온 아이 가브리엘이 발달 상태가 늦어 임무해제(조너스는 12살에 이것이 안락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를 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그를 데리고 함께 도망친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관리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도로까지, 감시비행기가 오지 않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조너스의 마을에는 없던 ‘눈’과 ‘언덕’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가브리엘을 안고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다. 꼭대기에는 썰매가 있었다. 그는 바로 썰매에 앉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의 마을에는 없던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그렇게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책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긴 하지만 나는 조너스가 가브리엘을 품에 안은 채 죽었을거라 생각한다. 이미 기력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고,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그렇게 끝없이 산을 내려갔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왜 굳이 마을에서 나와 그 고생을 하다 눈 속에 파묻혀 죽는지 웃겨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조너스가 그 마을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움을 느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안전하지만 무의미한 삶'을 뒤로 하고 '다소 위험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나의 인생을 내가 만들고 책임지는 삶'을 선택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무척 대담하고 멋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진짜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게 실현 가능한 일인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조너스의 마을 원로들은 온갖 위험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선택권한을 빼앗아버렸다. 본인의 선택이 위험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선택을 하지 않고 우리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선택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마을에서 사는 것은 내가 나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결정하지 않고 남이 결정해준대로만 살아가면 인생이 너무 무의미해지고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선택을 하며 나의 인생을 내가 직접 만드는 것' 이 진정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너스는 처음으로 ‘이 마을을 벗어나자’는 중대한 결정을 본인이 내렸고, 그로 말미암아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분명 그가 마을을 나와 도망을 칠 때 마을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진실된'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본인의 결정에 대해 만족해하고 행복했을거라 생각한다.
나도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왔을 때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조너스처럼 나의 인생을 내가 만들고 책임지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첫댓글 어쩔티비
저쩔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