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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81)
《이별의 절규, 그 숭고한 서정, 정 의송의 '님이여'가 던지는 울림》
"님이여 님이시여 기어이 가시나요
뒷산에 접동새가 여태도록 우는데
가시면 떠나시면 어쩌라 어쩌라고
아니되요 못가오 나를 두고 못가오
이 사랑 다주기전에
살아가는 오늘 또 내일이
님의 향기 뿐인데
님이여 님이시여 차라리 죽으려오
님이 없는 세상은 온통 암흑천지요
내 사모하는 님이여
아~ 내 님이여
아니되요 못가오 나를 두고 못가오
그 사랑 다받기전에
가슴가슴 마디 뼈마디마다
님의 손길 뿐인데
님이여 님이시여 차라리 죽으려오
님이 없는 세상에 살아 무엇하리요
내 사모하는 님이여
아~ 내 님이여
아~~ 내 님이여"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날이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 자락에서 문득 잊고 지냈던 이름 석 자가 떠오르는 그런 날 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의 결은 더 고와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무뎌지기는 커녕 더욱 짙고 아린 자국을 남기곤 한다.
보이차 한 잔을 곁에 두고 다시 한번 이 곡을 나지막이 틀어본다.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 사이로, 또 구름의 이동 사이로 우리가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사는 ‘님’의 아련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음악이 우리 삶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이처럼 나 자신과 가장 솔직하게 마주 앉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문득 작곡가 정 의송의 노래 '님이여'를 콧노래처럼 읊조려 본다.
세상의 모든 깊은 음악은 결국 인간의 마음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정 의송 작곡가가 세상에 내놓은 '님이요'는 단순한 대중가요나 트롯의 범주를 훌륭히 뛰어넘는다. 인간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고독과 그리움을 꿰뚫는 한 편의 시(詩)이자, 영혼의 떨림을 담아낸 거대한 서사시라 말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어떤 노래는 한 번 듣고 잊히지만, 어떤 노래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머물러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다. 나에게 정 의송 작곡가의 '님이여'는 바로 그런 노래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지나온 세월의 풍경들이 한 장면씩 떠오른다. 음악은 시간을 거슬러 사람을 추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님이여'라는 세 글자는 참으로 아름답다. 여기서 '님'이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그늘일 수도 있고,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일 수도 있으며, 멀리 떠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일 수도 있다. 또 지나간 젊은 날의 나 자신을 향한 그리움일 수도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눈부시게 순수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일 수도 있으며, 혹은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잊고 지냈던 가장 순수했던 나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노래는 듣는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을 품게 만든다. 같은 노래를 들어도 모두가 다른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 의송 작곡가의 멜로디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이 먼저 다가오고, 꾸밈없는 선율 속에서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낡지 않는다. 유행을 따라가는 노래는 세월과 함께 희미해지지만, 사람의 마음을 담은 노래는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진다.
'님이여' 이 세 글자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과 눈물이 응어리져 있을까. 부를 수조차 없어 바람에 실어 보내야만 하는 사람, 혹은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그리운 존재를 향한 처절하면서도 담담한 부름이다.
음악이 흐르고 가사가 가슴에 스며들면, 내 기억의 저편에 켜켜이 쌓여 있던 시간의 겹들이 스르륵 풀어헤쳐진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인연 중에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또 그만큼 아파했던 이들은 지금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젊은 날의 뜨거웠던 열정도, 덧없이 흘러간 세월의 풍파 속에서 조금씩 빛바래어 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그리움만큼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정 의송 작곡가의 음악은 늘 우리에게 그런 속삭임을 건낸다. "괜찮다, 그리워해도 괜찮다. 외로워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 선율은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늙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의 깊은 곡선을 온전히 품어 안는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굽이굽이 돌아온 내 인생의 길목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때로는 후회로 얼룩졌고, 때로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그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님'을 품고 살았던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세상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소음들은 일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오롯이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삶의 깊은 회한과 애틋함이다. 정 의송 작곡가 특유의 노랫말과 선율은 언제나 화려한 기교 대신 가슴을 파고드는 진솔함을 품고 있어, 듣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만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늘 한 가지 생각을 한다. 노래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고. 기쁜 날에는 노래가 축제가 되고, 외로운 날에는 조용한 친구가 되어준다.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노래 한 곡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아무 말 없이 흐르는 선율이 "괜찮다"며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님이여'도 그런 노래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과 감사, 사랑과 기다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더 큰 울림으로 남아 마음을 오래 맴돈다.
정 의송 그는 한국의 작사가이자 작곡가로, 가수로써 감미로운 트로트와 발라드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아티스트다.
그는 특유의 서정적이고 진솔한 음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다수의 히트곡을 작사ㆍ작곡하여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님이여' 외, 송대관의 '사랑해서 미안해', 소명의 '빠이빠이야', 김혜연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진성의 '안동역에서'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장윤정의 '꽃' 등 주옥같은 곡들을 탄생시켰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님이여' 곡을 들여다보면 그 가사 속에 새겨진 ‘님’이라는 단어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이 있다.
동양적 정서와 우리 문학사에서 ‘님’은 결코 떠나간 이성 간의 연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용운의 시에서 그러했듯, 이 노래 속의 ‘님’은 때로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는 그리운 부모님의 얼굴이기도 하고,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눈부신 청춘이기도 하다. 혹은 우리가 한평생을 바쳐 갈구하지만 끝내 다다르지 못하는 삶의 궁극적인 구원이나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정 의송은 "님이요"라는 단 한 마디의 나지막한 음성으로, 듣는 이 저마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가장 아프고 그리운 이름 하나를 불러내게 만든다. 그 순간 음악은 타인의 노래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고백이 된다.
다음으로 이 노래에는 한국 전통 음악의 한(恨)과 현대적 애상감이 이루어낸 절묘한 조화, 그리고 ‘숨소리의 여백’이 있다.
이 곡은 대중가요의 흔한 자극적 리듬이나 기교 대신, 전통 소리꾼이 현을 끌어당기고 풀어주듯 음을 천천히 다스린다. 악기의 화려함보다는 가수의 목소리가 가진 결을 다 드러내며, 특히 음과 음 사이에 존재하는 정적, 즉 ‘머금은 숨소리’를 최고의 악기로 사용한다. 절정으로 치닫기 직전, 가창자가 가슴 밑바닥에서 집어 올리는 작은 숨 한 번에 온 세상의 절망과 애수가 단축되어 담겨 올라온다. 소리가 멈춘 그 찰나의 여백이야말로 들리는 음보다 더 큰 울림으로 듣는 이의 마음장벽을 무너뜨린다.
또한 절제에서 폭발로 이어지는 감정 선율이 주는 영혼의 정화다.
곡의 전반부가 나지막이 읊조리며 가슴 안쪽의 웅어리를 더듬는 독백이라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감정은 거센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통제되지 않은 억지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월 풍파를 견뎌낸 자만이 토해낼 수 있는 숙련되고 진정성 있는 통곡이다. 가슴 속 묵은 한을 시원하게 씻어내 주는 이 카타르시스는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픔에 마냥 파묻히게 두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관통하여 마침내 마음의 평온을 찾게 돕는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며 수많은 노래를 스쳐 지나보내지만, 가슴을 쥐어짜듯 먹먹하게 만들면서도 끝내 영혼에 오랫동안 온기를 남기는 노래는 흔치 않다. 정 의송의 '님이요'는 바로 그러한 희귀하고 숭고한 울림을 품은 명곡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중심에는, 언제나 눈부시게 예쁘고 고마웠던 인연들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날들 속에는 나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주던 고운 얼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의 거센 파도에 밀려 어느 순간 그 고운 인연과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모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서툴렀고, 젊음의 조급함과 삶의 무게에 치여 그 고운 감정의 끈을 가만히 보듬어주지 못했던 탓이다. 혹시 지금 나와 같은 하늘 아래,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부산 어디쯤에서 그 시절의 나를 가끔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그들도.
문득 그 생각이 가슴을 스치면 순간 목이 턱하고 막히며 가슴이 아리게 메어온다. 나를 받쳐주었고 아껴주었던 그 고운 사람들에게, 내 서툰 행동들이 뜻하지 않은 서운함과 아픔으로 남지는 않았을까. 세월이 흘러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오늘에야, 그 지나온 길목에 홀로 서서 깊은 후회와 미안함을 고백한다.
어느덧 정 의송의 '님이요'가 절정을 향해 치달으며 목이 메어라 "님이요 님이시여"를 부르짖을 때, 그 통곡의 음성은 이제 타인의 노래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내가 까마득한 청춘의 캠퍼스와 철없던 시절의 길목으로 쏘아 올리는 후회의 절규이자, 차마 직접 전하지 못한 뒤늦은 사과의 고백처럼 다가 온다.
곡의 중간, 가수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슬픔을 삼키며 내뱉는 짧고 여린 ‘숨소리의 여백’ 속에서 나는 내 지나온 날들의 서투름을 본다. 차마 말로 다 내뱉지 못하고 안으로 삭혀내야 하는 그 숨결이야말로, 내가 그 고운 영혼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 나지막한 기도가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는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훨씬 적게 남은 세월의 언덕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꼭 다시 만나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이제는 그저 멀리서 그님들의 건강과 평안을 빌어주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갚으려 한다.
혹여 젊은 날의 나의 서툼이나 무심함 때문에 마음에 서운함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모두 시원하게 털어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저 우리 함께 나누었던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고 고마웠던 추억만 작은 온기로 간직한 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남은 세월동안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마음 깊이 축원해 본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참된 음악이란 결국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진 마음의 빚을 축복과 기도로 가만히 갚아나가는 거룩한 성전이라는 것을. 정 의송의 '님이요'는 오늘 아침, 십이갑자를 몇번이고 건너온 나에게 나 자신과 화해하고, 그 푸르렀던 날의 기억들에게 진심으로 안녕을 전하는 숭고한 기도의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졸시 한 수 적어본다.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여]
"겨울눈 소리 없이 흰 세상을 덮어와도/가슴속 작은 불씨는 바람결에 꺼지질 않아/님 향한 따뜻한 숨결 평생 노래가 되리라.//
사랑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그리움은 눈물이 아니라 마음의 등불이라/오늘도 나는 웃으며 부르노니 님이여 님이시여"
'당신들은 내 노래의 시작이었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후렴이었다'라고 조용히 읊조려 본다.
오늘도 당신들을 부르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내 삶은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듯 하다.
좋은 음악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노래 한 곡 앞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마음을 씻어 주는 맑은 샘물과도 같다.
앞으로도 세월은 흘러갈 것이다. 많은 것이 변하고, 익숙했던 풍경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심이 담긴 노래는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추억이 된다. 이것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님이여'를 들으며 생각한다.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도, 아름다운 노래는 남아서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위로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좋은 음악은 세월을 이기고, 좋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쉰다.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정 의송 작곡가의 '님이여'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노래이다.
창가로 스며드는 노을빛이 유난히 길게 드리워지는 저녁이다.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속으로 '님이여'를 불러본다. 대답 없는 메아리일지라도,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만큼은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뜨거운 여름 후덥지근한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지만, 그리움은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갈 따스한 온기가 되어 가슴 깊은 곳에 은은하게 피어
오른다.
(끝)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아름다운 춤선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절절함ㅠ ‘정다경 - 님이여’ [트롯매직유랑단] | KBS 21...
https://youtube.com/watch?v=xE45XOC5HAQ&si=C3LKgehJt39ndH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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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하모니시스트 연주, 정 의송의 <님이여>,F# 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