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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2020. 5.16) 방송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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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린
2020. 5. 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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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97년에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었고,
2004년에 가톨릭 성직자의 꿈을 포기하고 신학생의 신분을 내려놓았던 사람입니다.
현재는 음악심리치료사, 심리학 박사로 아주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평택대학교 일반대학원 음악치료전공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저녁 23시 20분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하였습니다.
시청하기 전에 이미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기자 회견한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97학번 동기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기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팀(편의상 '그알팀'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에서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본방사수하였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취재나 인터뷰 요청이 오지는 않았었구요.
전체 보도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이러합니다.
(혹여나 그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이 계시고,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정리해봅니다)
2006년에 서품받은 30대 젊은 신부님 3분이 각기 2009년, 2010년, 2014년에 선종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사인이 명확하지 않기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가톨릭 교회가 중대한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다며 취재를 시작합니다.
당연히 관계자들은 여기에 대해 취재를 거부합니다. 왜 당연한지는 뒤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습니다.
아무튼간에, 그알팀은 집요하게 취재를 지속하고, 소위 전직 수녀라는 분들에게서 제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1999년에 신학교 교수신부에게서 신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알팀은 성추행 사건이 젊은 신부님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당시 성추행을 당했던 현직 신부님의 인터뷰 자료를 얻습니다.
그리하여 21년 전 사건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취재합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제1대 총장인 최OO 신부님의 성추행은 사실이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최OO 신부는 인천교구에서 활동을 금지당하여,
수원의 모 박물관과 장애우 수사님들과 함께 수도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인천교구 총대리 신부님과 사목국장 신부님의 확답을 받아냅니다.
그알팀 보도의 마무리는 이렇습니다.
일단, 선종하신 젊은 3분의 신부님의 죽음은 최OO 교수신부의 성추행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에 침묵하고 감추려고 하는 가톨릭교회의 행동양상과 맥락이
결국 3분 신부님들의 죽음과 맥락적으로 같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던집니다(정말 치사합니다).
나름 훈훈하게(?)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정의사회 구현에 온 몸을 내던졌던 사제들과 교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교회가 거듭나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마무리합니다.
1. 3분 젊은 신부님들의 죽음에 대하여...
세 분 모두 저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고, 한 때 신학교에서 같이 살았던 친구들입니다.
그 중 2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들이었고,
1분은 나이는 2살 아래이고 입학 학번도 2년 후배였지만, 서품을 일찍 받은 사례였습니다.
그알팀에서 취재를 통해 밝혀냈고, 그 결과 인천교구에서 인정하였듯이,
"2분의 신부님께선 가슴 아프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다른 1분은 심장의 문제로 선종하셨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하느님의 선물로 부여받은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어내는 선택에 대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젊은 시절 신학교 공동체에서 함께 먹고 자고 웃고 울고 운동하고 삶을 고민해왔던 동갑내기
친구들의 죽음은 저에게도 너무나 가슴아프고 슬픈 사건입니다.
그알팀도 보도하였고, 인천교구에서도 발표하였듯이,
2분 신부님의 극단적 선택은 '자살'에 대해 엄중한 관점을 유지하는 가톨릭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너무 아프고 힘든 주제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취재하신 기자분이 전달하기로도 인천교구 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그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 아픈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댄 취재진이 동기 신부와 교회 관계자에게 묻는다면,
과연 그 반응은 어떨까요? 그 의도가 의심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특히 그알팀의 취재에 감정적으로 폭발하며 달려들던 그 동기 신부(저는 윤곽선만 보고도 누군지 그냥 알겠더군요. 물론 같이 살았던 친구인데 몰라보는 것이 더 이상할 겁니다)의 마음에 격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무슨 음침하고 커다란 음모를 가지고 신부의 죽음을 감추려는 것처럼 묘사하고 편집했지만,
동료의 극단적인 선택을... 밝혀져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그 아픈 이야기를...
공영방송에서 취재하고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달갑게 여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럼으로 인해 교회와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크다면 아주 사알~ 짝 이해할 수 있을런지도..... )
아무튼, 진실은 보도되어야 한다는 미명? 하에
3분의 죽음은 교회가 숨기려 하는 의문의 사건으로 둔갑하였습니다.
덕분에 지금 그 3분의 신부님들은 성추행 피해자일수도 있고,
교회가 숨기는 이상한 죽음의 당사자들이 되어 결과적으로 두번의 죽음을 맞이하시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그 세 분의 신부님을 다 알고 있고,
그 중 한 분의 유서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이 맞습니다.
어느 정도 저 또한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지만, 모두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인한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 교회라는 환경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겠냐고 묻는다면,
그렇게치면, 대한민국에 사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한 작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단연코!!! 최OO 신부의 성추행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다른 1분의 신부님, 심장 관련 문제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신 신부님은
100% 의학적 문제로 인한 죽음입니다.
조금만 조사해보면 나오는 일을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시고 같은 연도에 서품받았다는 이유로
왜 그렇게 싸잡아 묶어서 젊은 신부들의 의문의 죽음이라고 기술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굳이 최OO 신부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자꾸 끄집어낼까요?
취재하다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리고 최OO 신부의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 방송에서 편집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차라리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 수도자들의 정신건강을 염려해주고 걱정해주는 방향을 택하시던지...
아니면, 최OO 신부님의 사건과 같은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추행 사건들을 모조리 찾아내 까발리시던지....
왜 관련이 없는 사건을 굳이 엮어서 무리하게 스토리를 전개하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 최OO 신부의 성추행 사건.
저는 인천가톨릭대학교에 1997년도 입학하여 2001년 학부 졸업하여 군입대 할때까지..
그 공간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누구라고 밝힐 순 없지만, 피해자로 제보하고 인터뷰하신 분이 누구신지도 알고 있고,
또 다른 어떤 사건들이... 어떤 다른 피해자들이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로 1999년 5~6월 즈음에 최OO 신부님이 신학교를 떠나시게 된 이유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블라띠 수도회의 외국인 신부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요.
결론적으로 최OO 신부의 성추행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다만 그 당시 실제 그 분의 행동과 성추행 수준에 대해서
그알팀이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였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인터뷰 내용에 기초하였겠지만.....)
사실 성폭력,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의 진술보다 피해자의 진술이 더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는 대부분 피해자의 심리적 세계 안에서 왜곡되어 보고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지라도 대부분 피해자의 입장에 더 비중을 두고 사건을 재해석합니다. 그게 정론이기는 합니다.
저 역시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우리 학생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고, 그러면서 최OO 신부에 대해 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외국인 신부님의 역할 덕분에 최OO 신부님은 교구를 떠나셨지요.
오늘날의 성윤리와 대처 방식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당시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편으로 고교 시절 야자타임 땡땡이치면 학생부장 선생님께 몽둥이로 두드려 맞던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가톨릭 교회의 위계구조와 특성을 아시는 분이라면 나름 심각하게 이 사건을 해석하고,대처하였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겠지만... 나름 노력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지금도 솔직히 그 사건 당시 학생처장 이OO 신부님의 대처와
이번 그알 방송에서 드러난 태도와 말씀들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또한 저는 피해자가 아니기에 감히 뭐라 할 자격도 없지만,
피해 당사자인 형님들과 동료들을 생각하면,
첫째, 가해자인 최OO 신부는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 표현도 없었다는 점,
둘째, 여전히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도 개탄스럽습니다.
셋째, 그랬던 분이 여전히 '신부'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화가 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지금 인천교구에서 사전진상조사위원회가 설립되어
그 당시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피해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 제공 등의 노력을 한다 하시니...
얼마나 진정성 있게 조사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공개할 것이며,
어떻게 향후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인지 지켜볼 것입니다.
최OO 신부님을 추접한 인간이네... 사탄이네.... 욕하는 댓글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요.최OO 신부님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만, 사람은 어느 한가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 분의 동성 편력이나 성추행 만으로도 충분히 더럽고 추악하게 느껴지지만,
그 분을 욕하는 여러분이 모르시는 그 분의 긍정적인 모습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접한 그분의 단편만으로 전체를 싸잡아 평가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의 반응이라 생각하지만, 그 분 모습에 대한 평가를 가톨릭교회 전체의 모습으로 일반화시키는 것도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3. 그알팀의 공영방송의 취재와 윤리에 대하여...
그 동안 개인적으로 그알팀에 대해 호감이 더 많았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나, 아무리 좋은 결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윤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문적 연구가 의미있는 좋은 결과들을 발표하여 사회의 공익에 기여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개입이나 처치를 행하는 것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방송 보도 역시 이런 윤리적 기준과 이를 감독하는 기구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즉, '진실의 보도'와 '사회의 공익' 이 모두 충족된다 할지라도 비윤리적 접근은 이루어져선 안됩니다.
그런데 이번 방송에 대한 그알팀의 취재 과정은 여러 차례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 비윤리적 접근이 두드러지더군요.(다른 방송들도 모두 follow-up 하지 않았기에 확언하긴 어렵지만, 다른 취재들도 별반 많이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첫째, 그알팀은 취재 과정에서 3분의 젊은 신부들의 죽음과 최OO 신부의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인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편집에서 관련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사건은 삭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더구나... 3분의 젊은 신부들의 죽음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했다면 말입니다.
또한 하나 더! 과연 그 사실을 공개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공익을 얻을 수 있는 건지.... 그 일들이 반드시 보도되어야 하는 진실이었는지요? 지금 돌아가신 신부님의 유족이 아파하고 분노하며 그알 게시판에 올린 글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네요. 그 신부의 유족과 했던 약속은 그알팀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까?
만약 제가 혹은 다른 언론기관에서 그알팀에서 왜 진실을 알고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둔갑시켜 보도하는지를 주제로 당신들과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고 제대로 된 팩트 없이 그 의심만을 보도한다면 그 과정에서 모자이크 처리하고 가명 처리해서 당신들의 사생활 등을 공개한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둘째, 전문가의 의견이라면서 심리학 교수님들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이런 식을 표현하는 것은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다."라는 멘트 후에 그 표현을 하는 사람을 가져다 놓으면 당신들은 그저 개연성 있어 보이는 장면들을 이어서 붙인 편집이었겠지만, 편집된 자료를 보는 사람들의 해석에 그러한 편집이 어마무시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지요? 그알팀에서 어떤 의도로 편집을 하고 영상을 제작해서 가져다 놓더라도 거기에 대한 책임은 없는 것이고, 해석은 여전히 시청자의 몫이 되어야 하는겁니까? 그알팀에서 인용한 심리학 전문가분들이 직접 그 가해자 최OO 신부를 면담하고, 심리검사를 하고 충분한 자료를 검토한 후에 그 최OO 신부가 성추행범이고,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장애우들도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는 것인가요? 전문가라는 미명 하에 그렇게 함부로 사건들을 단언하듯 표현해도 되는건가요? 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 교수님들을 뵙고 여쭤보고 싶네요. 전문가이자 학자로서 제대로 그 자료들을 검토하셨고, 전문가의 발언이 그렇게 의도적으로 편집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건지. . 만약 알고도 그리 하시는 것이라면, 심리학회 윤리위원회에 공개적으로 제소라도 하고 싶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심리학 전문가 분들의 비슷한 사례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그알팀이 그러한 설명들 중에서 의도적으로 편집해서 사용한 것이라고.... 어쩌면 그 전문가분들 역시 피해자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전문가로서 그리고 연구자이자 학자로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더구나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자신의 발언을 인용한다고 할 때에는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영상물을 제작하고 방송에 내보낼 것인지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보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로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 윤리 문제 아닌가요? 정확한 팩트 검증도 없이, 장애우 수도자분들은 성추행 피해자로 간주되었네요.
셋째, 최OO 신부의 장애인 수도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장애우분에게... 다분히 의도적이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그알팀이 원하는 발언을 이끌어내려는 유인책과 화법들이 엿보였네요. 아마 그 장애우분 중 한 분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면 춤이라도 추실 분위기.....
(저 역시 그 장애우분들 역시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장애우 수도자분들이 성추행 피해자라고 단정할 자신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유도심문 하듯이 진술을 얻어내려는 취재 태도는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차라리 의심이 된다면, 합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력과 안전장치들을 확보한 기관을 통해 장애우들에 대한 심층 면담이나 조사 등, 공공 기관에 의뢰하여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취재 윤리이고 태도 아닌가요? 제가 잘못 믿어왔던 것 같은 그알팀 정도 되는 취재집단이라면 말이지요.) 그알팀과 같은 전문 취재집단은 마치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무조건 진리라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 고려사항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지금도 정말 의문스럽습니다. 논리 전개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전직 수녀들....
그저 최OO 신부의 성추행을 폭로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젊은 신부님들의 죽음과 최OO 신부의 성추행이 관련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만약 후자라면, 그 전직 수녀들은 진심으로 돌아가신 신부님들의 안식처에서, 그리고 유가족분들께 사과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발언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그 전직수녀들의 의도와 정체가 너무 의심스럽습니다. 혹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상처받고 환속하셔서는 그 분노에 매몰되어 계시는 것은 아닌지.... 당신들의 그 발언들이 진정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는지요?
4. 교회를 사랑하는 평신도로서...
한 때 가톨릭 성직자의 삶을 꿈꾸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세 아이의 아빠이고,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이 세상을 더 따스한 곳으로....
하느님 사랑에 더 가까워지는 세상이 되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보면서 교회의 앞날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첫째, 성직자, 수도자분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합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신부로 수도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오늘날 시민사회와 일반 대중들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고,
그들이 교회와 같은 종교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지라,
한편 오늘날 교회의 신부님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영적 투쟁, 노력을 하고 있는지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심리전문가로서 오늘날 성직자와 수도자의 정신건강 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적 건강과 정신건강, 신체건강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같은 것이 아닙니다.
성직자, 수도자분들의 정신건강, 신체건강을 아우르는 데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대인 듯 합니다.
이를 그저 개개인의 영성으로.... 개개인의 노력으로 맡겨두기에 시대가 너무 급변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젠 평신도들이 더 성장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라는 교회의 십자가와 짐을 성직자, 수도자분들에게만 떠넘겨서는 안됩니다.
평신도들은 신부님이 가르쳐주는, 그저 전례만 참석하고 교회 내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으로 구원을 얻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제와 수도자가 알려주고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는 영성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미사 참례한다고 구역장, 반장, 성가대 활동한다고 절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삶 속에서 각자가 신앙을 행동해야 합니다. 직접 신앙하기 힘들고 고민하기 귀찮아서 모든 책임을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전가해놓고, 자신들은 시키는대로만 하면서 올바른 신앙생활을 한다고 착각하는 평신도 분들.... 이제 오늘날 교회의 문제를 성직자, 수도자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함께 성장해가야 합니다.
셋째, 교회 조직도 변화해야 합니다. 평신도들이 부족하고 불안하다 할지라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성직자 중심의 교회, 권위적인 교회 조직을 벗어나야 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아무리 고민한다 할지라도 소통하지 않으면 자칫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렇게 평신도들에게 더 열린 교회로, 그래서 침묵의 교회라는 오명과 비아냥을 듣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낼 수 있는 교회로 변해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이후에 "지금 여기"에서 보도하는 기사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함께 살아가보고자 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친구 신부님들이 웃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전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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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린
교육·학문
아주대 박사후연구원 음악심리치료사 명상지도전문가(K-MBSR) 마음챙김, 스트레스 일반인과 직장인을 위한 음악심리치료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