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제주를 오가다보면 뜻하지 않게 친근해지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다니기만 했으면 몰랐을 남도의 정취와 기운, 최근에는 뱃길도 다양해져서 오가는 길에 남도의 정취를 즐기는 일도 하나의 낙이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완도나 장흥이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
순천의 동생네를 다녀오다 배시간 전 점심요기를 해결할 곳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장흥과 완도를 염두에 두고 미리 찾아본 맛집은 그닥 많지는 않았는데 유독 끌리는 메뉴, 눈에 띄는 집들이 몇몇 보이더군요. 짧은 여정에 그런 집들을 모두 돌아볼 수는 없었고 여정의 중간에 단 한곳만 들를 수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더운 한여름 날씨였지만 메뉴면에서나 맛에서나 매우 만족을 할 수 있었던 곳, 소머리국밥집을 소개합니다.
장흥 토요장터 안에 들어가면 장날은 아니어서 한산했지만 그 옆으로 길게 늘어선 기와지붕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한우정육점들과 한우고기집들.. 장흥은 한우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집인 한라네 소머리국밥집을 찾았습니다. 메뉴가 단촐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있고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이겠죠. 당연 고민없이 소머리국밥을 주문합니다. 허락을 얻고 촬영한 국솥에서는 국이 잘 끓고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쟁반에 반찬이 놓여서 나옵니다. 볶음김치를 포함해서 반찬도 정감있는 맛이랄까요.. 하얀 쌀밥도 한공기 놓여지고 나면.. 뚝배기에 하얀 국물이 담긴 소머리국밥이 나옵니다. 뽀얀 국물이 진한 느낌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송송 썰어넣은 파는 옛날 할머니가 끓여내주시던 곰탕을 생각나게 하네요. 당면을 포함한 고기건더기도 풍성하게 들어있습니다. 다대기를 살짝 풀어넣고 맛을 봅니다. 진하고 순박하달까요? 한 술 떠넣은 뒤끝 입술에 끈적임이 여지없이 남는 것이 제대로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진하다면 어릴적 간간히 맛보았던 진한 사골곰탕 그 자체랄까요? 추억마저도 상기시키는 맛입니다. 해장도 해야하고, 주저하지 않고 밥을 한그릇 담아넣어 잘 말아 먹었습니다. 남도에서 이렇게 절정에 가까운 맛을 내는 국밥집을 만났다는 건, 오가는 여정의 또다른 즐거움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배를 타고 오가는 남도의 여행에서 자주 만날 것 같은 집입니다. 장날이 겹친다면 더욱 재미있는 여정이 되겠죠. 이렇게 곳곳에 맛있는 집들을 알아가며 여행을 하는 일은 확실히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