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STAR) 교사가 돼라!
이영호
내가 중등학교 교사가 되어 처음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초임 교사로서 수업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반응과 집중력도 없고, 나의 수업에 흥미가 없어 보인다.
내가 실력이 없어 그런가? 가르치는 방법이 좋지 않아 그런가, 여러 가지 생각과 반성을 해보니 무엇보다 교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과거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선생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생각났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나의 과목 스타강사를 알아보았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일반사회이다.
광화문에 있는 학원의 K 강사와 근처 종로에 있는 학원 P 강사가 있다. 두 강좌를 듣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퇴근 후 곧장 학원으로 가서 대학입시 수험생들과 함께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K 강사에게 듣고 나면 P 강사에게 옮겨 듣고, 자정이 되어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오전부터 학원에 가서 교수법을 열심히 듣고 배우고 익혔다. 방학 동안 강좌가 끝나면 다시 반복해서 계속 들었다.
재수생들이 나보고 아저씨는 군대 갔다 와서 입시 공부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만학하시느라 고생이 많다고 했다.
유명 스타강사의 수업을 반복해서 꾸준히 들으면서 수업의 기법이나 수업 시작 도입단계에 어떻게 하면 수업 중 학생들이 집중하고 지루하지 않게 학생들이 좋아하는지, 중간중간 유모어도 하며 수업이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수업할 때 칠판 글씨도 함께 잘 써야 한다고 생각, 집에 간이 칠판을 걸어놓고 분필 글씨가 보기 좋고 예쁘게 잘 쓸 때까지 많은 연습도 했었다.
강도 높은 나의 훈련도 끝나고,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니 수업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그 후 나의 수업 시간을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 학교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종합장학 지도가 있는 날이었다.
수업하고 있는데 뒤 교실 문이 열리면서 교감이 교육청 장학사를 대동하고 나의 수업을 한참 동안 참관하였다.
나중에 종합평가에서 나의 수업을 칭찬해 주었다고 교감이 말해주었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인지, 나의 충실한 수업이 학생들의 입에서 학부모에게 전달되고, 이어 학원 잡지사에서까지 알려져 나의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었다.
그 후 유명 학원, 진학사에서 청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데, 않아서 자습시키고 졸고 있는 교사, 적당히 가르치는 교사는 학생들은 싫어한다.
스타 교사. 인기 교사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교단에서 일인 탤런트가 되어야 한다. 스승의 날 학생들이 인기교사 투표에서 2등을 해서 장가갈 때 가져가라고 칠첩 반상기 세트를 선물 받기도 했었다.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가려면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냥 쉽게 되는 것이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름난 음식점, 상품,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과 시련을 겪고서야 그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교직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제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로 산업화 과정에서 황금만능주의에 편승해, 교직의 선호도는 떨어지고, 공대, 의대,상대로 인기도가 옮겨가기 시작했었다.
경제개발계획이 성공리에 들어서면서 이제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게 되자 더 배워야 한다며 너도나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자, 대학교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발 빠르게 유학을 가고, 석·박사를 따서 대학교 교수가 되겠다는 분위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초, 중등 교사 생활을 하다가 더 공부해서 대학교수가 되기도 했다. 대학 선배가 나보고 대학으로 옮겨오라고 했지만, 나는 중등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것이 더욱 보람이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가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지금은 학교에서 칠판에 분필가루를 마시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나 화상교육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입시 과열로 인해 학교 교육은 뒤로 밀리고 과외, 학원 교육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학원강사에 몰리고 있다. 교육 당국은 특별한 대책 없이 바라만 보고만 있다.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경쟁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지적하면서, 대학입시, 대학 서열,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학교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반항하거나 폭행을 가하는 형태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교육이 바로 서고 교사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교직을 기피학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학부모에게 심한 폭언과 인권유린을 당하고 자살하는 일도 발생하게 되었다. 점점 교직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나의 외손자가 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교직과목을 선택해서 일선 학교에서 일차 실습을 하고 봉사활동도 했다고 한다. 외손자에게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맡는바 직분에 사명감을 가지고 충실해야 하며,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성스럽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제자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는 자세와 봉사와 희생정신이 필요하며. 이왕이면 ‘스타 교사가 되어라!’라고 말하고 싶다.
급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과거를 되돌아본다. 어려운 환경과 세태 속에서 나는 중등학교에서 정년퇴직했다. 힘든 외길을 걸어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학생들과 함께한 교사 시절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4.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