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독교계 양심' 오야마 목사 별세... "일본 용서할 때 통일문 열릴 것"
일제강점기 만행에 대해 사죄 운동을 벌여온 ‘일본 기독교계의 양심’ 오야마 레이지(도쿄 성서그리스도교회 회장) 목사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오야마 목사는 전날 점심 식사 도중 목이 막혀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1927년 동경에서 태어난 오야마 목사는 1951년 와세다 대학과 1953년 동경신학숙을 졸업했다. 목회자가 된 그는 한일친선선교협력회 회장과 동경신학교 교장 등을 지냈다.
오야마 목사는 1945년 일제 패전 뒤 아시아 각국에 사죄운동을 전개했다. 일본 최초의 사죄운동이었다. 그는 경기도 화성 제암리교회가 일제에 의해 교회가 불타고 집단 학살을 당한 사건과 관련, 1967년 직접 제암리를 방문했다. 이후 제암리학살사죄위원회를 발족해 1천만 엔을 모아 제암리교회 재건과 순교기념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사죄를 행동으로 옮겼다. 2014년에는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에 참석해서도 직접 사죄했다.
오야마 목사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김복동 할머니 앞에서 "우리들 일본인은 당신들의 소중한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며 "신이 당신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를 기도한다"고 사죄문을 읽었다.
그는 또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 100주년을 맞아서는 일한친선선교협력회 회원으로 구성된 사죄단을 이끌고 2019년 2월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 순국기념관을 찾았다.
일본은 3·1운동의 확산이 두려워 1919년 4월 15일 제암교회에 주민 23명을 가두고 잔혹하게 살해했다.
일본인 사죄단은 "일본의 과거 침탈을 깊이 사죄합니다. '이젠 됐어요'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예배당 바닥에 엎드려 절하며 사죄했다.
오야마 목사는 "당시 일본은 3·1운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고문하고, 학살하고 교회를 불태웠다"라며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아무도 사죄하지 않고 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처럼) 사죄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걸 (한국인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수구 일본복음선교회 대표는 “오늘 아침 오야마 목사님의 책을 읽다가 부고를 전해 들었다”며 “오야마 목사님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놓았다. 양심 있는 일본 목회자들의 사죄에 한국 교회가 응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오야마 목사의 별세와 관련 포항지역 기독인들은 안타까워하며 "우리가 일본의 만행을 용서할 때 하나님께서 남북 통일문을 열어 주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