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마을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고 있었다.
개미는 여름동안 열심히 일해
식량을 비축해 겨울을 대비하였다.
반면 베짱이는 여름 내내 노래를 부르면서
매일 매일을 즐겁게 살았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자
베짱이는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개미는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해
식량을 비축한 덕분에
그 겨울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던 반면
베짱이는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결국 배고픔에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베짱이는 죽기 전, 후대에 태어날
자녀들을 위해 유언을 남겼다.
"너희들은 봄 여름 가을 동안
계속 놀지만 말고, 겨울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해두어라"
..
이듬해 봄이 되자,
새로운 개미들이 땅에서 올라왔고
베짱이들 또한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났다.
개미들은 그의 부모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식량을 구하러 다녔다.
그날 번 것을 그날 다 먹지 않았으며
아끼고 아껴 땅 속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
반면 베짱이들은 그의 부모님들의 말씀을 잊은 채
봄부터 여름까지 그날 번 것은 그날에 다 먹고
저녁이면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았다.
베짱이들은 태어난 이후로 계속 날이 더워지니
앞으로 겨울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자
베짱이들은 식량을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짱이들은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밖에 나가 먹을 것을 구하려 해도 봄과 여름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에 베짱이들은 불만이 폭증하기 시작했고
서로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싸우기 시작했다.
반면, 개미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식량을 비축해 둔 덕분에
이번 겨울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숲속 마을에 사는 사마귀가
베짱이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배고파하니?
왜 그렇게 싸우는 것이니?"
그러자 베짱이들이 말했다.
"겨울이 다가와 식량이 없어 배가 고파서 그래요."
그 얘기를 듣고, 사마귀는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너희들이 배가 고픈 것은
겨울이 와서 그런게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저 개미들은 어떻게
지금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이지?"
그 말을 듣고보니, 베짱이들은
'왜 우리는 이렇게 싸우는데 개미들은 조용한 것이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베짱이들은 개미들이 봄 여름 가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개미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미들 또한 자기들처럼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즐겁게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생각했었다.
사마귀의 얘기를 들은 베짱이들은
몹시 화가나기 시작했다.
베짱이들은 '저 몹쓸 개미들이
자신들만 잘 먹고 잘살려고
모든 양식을 다 가져갔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배고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
베짱이들은 자신들이 배가 고픈 것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숲속 마을을 바꾸고자
사마귀들을 불렀고, 사마귀를
이 숲속 마을의 우두머리로 삼아 왕이 되게 하였다.
사마귀가 숲속 마을의 왕이되자
그들은 바로 명령하였다.
"개미들은 듣거라! 이 시간부로
우리가 이 숲속 마을의 왕이니
너희들은 숲속 마을의 평화를 위해
너희들이 봄부터 여름까지
땅속 창고에 모았던 것들을 끌어내어
베짱이들에게 모두 나누어주도록 하여라.
너희 개미들이 과도하게 욕심을 내어
남이 먹을 식량까지 가로챘기에
베짱이들이 굶고 있는 것이다.
너희 땅 속 창고에 있는 그 식량들은
너희가 정당히 일하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이니,
마땅히 내어놓아야 할 것이니라!"
그 얘기를 들은 개미들은 사마귀에게 말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가 그 양식을 비축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걸 왜 불로소득이라고 합니까?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으면서
아껴가면서 모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베짱이들이 배가 고픈 것은
겨울이 와서 양식을 구할 수가 없어 그런 것이지
결코 우리가 모든 양식을 거두어 가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한다면 저희 것을
일부 나누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겨울을 겨우 버틸 정도의
여유밖에는 없습니다. "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사마귀는
개미들이 탐욕스러워 거짓을 말한다 하였다.
그리고 모든 숲속 마을의 곤충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을 만큼만" 가져야지
미래를 위해 양식을 비축하는 행위는
처벌 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베짱이들은 이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는 이에 동조해, 사마귀에게
"저들은 이미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처벌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였다.
사마귀들은 이에 개미의 집에 쳐들어가서
날카로운 앞발로 개미들을 대량 학살하였다.
그리고는 많은 양식을 빼앗아 와서
베짱이에게 나누어주고 자기들도 그 양식을 먹었다.
..
겨울이 되고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베짱이들과 사마귀들은
개미의 집에서 빼앗은 양식으로
2개월 동안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그 양식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배고픔이 또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베짱이들은 또 다시 배고픔에 소리를 질렀다.
"너무 배가 고픕니다.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사마귀님!"
그러자 사마귀들은 또 다시 말했다.
"너희가 배고픈 것은 개미가 아직도
자기 집 안 어딘가에 양식을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그들의 것을 빼앗아 오도록 하겠다!"
베짱이들은 이 말에 크게 기뻐하였고
사마귀들은 곧장 개미의 집에 쳐들어가서
먹을 것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개미들이 말하였다.
"지난 번에 사마귀님이
저희 창고에서 양식을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저희도 겨우겨우 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도 너무 배고프고 힘이 듭니다.
저희도 이 숲속 마을의 구성원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사마귀가 말했다
"너희들은 끝끝내 이기적인 녀석들이구나!
당장 식량을 내놓지 못할까!"
그렇게 사마귀는 개미들의 집에 들어가
마지막 남은 식량까지 다 털어서 가져왔고
그 식량으로 사마귀와 베짱이들은
또 얼마의 시간을 버틸 수가 있었다.
..
그러나 그도 얼마가지 못했다.
베짱이들은 또 다시 배가 고팠고,
이에 사마귀에게
"음식을 내어 놓아라! 음식을 내어 놓아라!"
얘기하기 시작했다.
사마귀는 베짱이들이 성가시기 시작했다.
그들의 청을 들어주자니 이제
개미의 집에서 뺏을 것이 더 이상 없었고
베짱이들이 배은망덕하다고 느꼈다.
'개미의 집에서 먹을 것을 뺏어줬는데 감히?'
그래서 사마귀들은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고 결심을 했다.
사마귀들은 곧 단합해서 베짱이들의 집에 쳐들어갔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그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베짱이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망간 베짱이들 중 일부는
개미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개미들 역시 대부분은 굶어서 죽었고
그나마 살아 있는 개미들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대부분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사마귀의 손에 잡힌 베짱이들은 무서워 떨면서 물었다.
"어찌하여, 저희들을 이렇게 잡아먹으려 하십니까."
그러자 사마귀가 말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알려주마.
우리가 왜 개미의 집을 털어서
너희들에게 양식을 나누어주었겠느냐?
우리가 무슨 자선단체라도 되는 줄 알았더냐?
우리가 겨울을 보내려면 너희를 잡아먹어야 한다.
근데, 너희가 겨울이 되어 배가 고파
미리 다 죽어버리면 우리도 살 수 없지 않겠느냐?
그래서 개미의 집을 털어 너희에게 양식을 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
이듬해 봄이 되었다.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났다.
전년에 굶어서 죽은 개미들과
전년 겨울에 잡아 먹힌 베짱이들
그 후손들이 새로운 세대를 또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부모님이
남긴 말씀들을 보았다.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식량을 모아두어라.
그리고 절대 사마귀를 믿지 말어라."
개미는 이 말을 기억하고, 준비하였다.
그러나 베짱이는 또 다시 이 말을 까먹고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살았다.
..
재밌게 읽으셨는지요?
제 블로그에 오신 분들, 아마도
소위 말해 금수저 아닌 이상은 저 개미에
다 이입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돈 모으고, 놀러갈 곳 안가고
먹을 거, 입을 것 아끼면서 대출 받아 부동산을 사고
그 이자를 열심히 물면서 살고 계시는 분 많으니
또 내가 리스크 감당하고, 노력도 했으니
내가 개미라고 분명히 그렇게 느끼는 분 많겠죠.
그러나 우리의 서글픈 현실은
우리의 자기 인식과 달리, 베짱이로 보이는 분이
자신을 개미로 생각하는가 하면
집값이 올랐단 이유 때문에 저희가
베짱이로 비쳐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제 글, 아마 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 본다면
'말 같지도 않은 비유하고 자빠졌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현실 반영 1도 안된 개소리'
'투기꾼이 헛소리하네'
'갭투자 수백채 한 사람도 아마 개미라고 하겠지'
이런 댓글 달릴 겁니다. 장담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예전에 그랬으니까요.
예전에 이런 만화가 있었죠.
아마 지난 참여정권 당시에 본 기억이 납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어린 시절에는
이 만화의 개미에 이입했고 베짱이들을 미워했습니다.
악플도 달고 욕도 하고 그랬습니다.
너네 많이 먹었잖어?
세금 좀 늘어난다고 우는 소리마라.
집값이 훨씬 많이 올랐잖어?
못 버틸 거면 팔면 그만이지.
그러게 왜 욕심 부려서, 자업자득이다.
이런 얘기들이요.
하지만 겪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비극이고,
내가 겪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참 많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앞뒤 다 자르고 함부로 얘기하거나
함부로 비판하는 일.
조심해야겠구나 많이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