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고문 · 신성철
21C 세계는 AI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국가의 생존과 안보와 번영이 과학기술 경쟁력에 좌우되는 기술패권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술패권시대 가장 큰 특징은 ‘승자 독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산업화의 빠른 추격 전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이런 기적적 성장을 발판으로 향후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성장 양력(揚力)을 잃고 추락할 것인가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에 놓여있다.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미래지향적 과학기술 전략을 세울 싱크 탱크 그룹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 싱크탱크 그룹이 6000여 개 있는데 이 중 30%가 미국에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랜드연구소, 브루킹스 연구소, 해리티지 재단, 국립 한림원등이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그룹이다. 전문가 중심의 싱크탱크가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안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 정권을 초월하여 장기간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거버넌스 체제가 미국이 오랫동안 세계 G1 국가의 위상을 유지하는 중요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30여 년 전 중국은 과학기술 후진국이었다. 중국이 오늘날 과학기술 강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이유도 테크노크라트들이 마련한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863 계획(‘86~’16)』, 『기초과학 연구 강화를 위한 973 계획(‘97~’16)』, 『세계 선도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한 2030 계획(‘06~’30)』 등을 장쩌민(‘93~’03), 후진타오(‘03~’13), 시진핑(‘13~현재) 정권에 걸쳐 장기간 계승 수행하였기 때문임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 주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과학기술 계획을 단기간에 급조하였다. 김영삼 정부의 ‘2025 계획’, 김대중 정부의 ‘6T 육성계획’, 노무현 정부의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육성사업 종합계획’, 이명박 정부의 ‘577 계획’,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계획’ 등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 전략으로 남지 못하고 5년 정권 퇴진과 함께 사장되고, 추진하던 사업은 대부분 중단되었다. 한 정권의 홍보용으로 그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략 수립에서 집행까지 정부가 모두 주도하는 개발도상국 국가 운영 체제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계획은 정권과 무관한 민간 싱크 탱크 그룹에서 장기간 숙고를 통해 우리나라 특유의 과학기술 글로벌 선도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에서 정권을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선진국 거버넌스 운영 체제로 혁신하여야 한다. 그래야 세계 최고, 최초, 유일한 연구 결과를 창출하며 빠르게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는 GDP 대비 5%로 세계 2위이지만, 총연구개발비는 미국의 ~10%이고, 총연구원 수는 중국의 ~25% 수준으로 미약하다. 그러므로 과학기술 강국과 기술패권 경쟁을 위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국가 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이 KASSE를 통해 싱크탱크 활동을 하며 정권을 초월한 국가 과학기술 장기 전략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3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근 체제의 『(가칭)국가과학기술전략위원회』를 KASSE 산하에 설치하기를 제안한다. 『국가과학기술전략위원회』 위원들은 과학기술 각 분야 연구 현장에서 국제적 수준의 연구 업적을 쌓고, 아울러 정책 기안 능력을 겸비한 과학기술인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이들에게 국가 과학기술 발전 장기 계획과 전략 수립을 마련하게 하고, 정부는 이를 집행하며 정권을 초월하여 계승 발전시킨다면 과학기술 강국 진입이 앞당겨질 것이다.
필자소개
KAIST 초빙석학교수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
한국생산성본부 고문
前 KAIST 총장• DGIST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