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요,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요,
제 '첫 자화상'을 저렇지만, 그리고 그 뒤에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몇 점의 '자화상'을 더 그렸지만,
첫 자화상 같은 사실적인 묘사이기도 하고, 조금 다른 식으로 변화를 준 것들도 있긴 한데,
(어쩌면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던 시기였고, 학생 때니 그렇게 연구하는 게 정상이었을 텐데요. 여기에 그런 작품을 다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간 밤을 세워야 할 것이고, 그런 긴 역사의 글을 쓰려고 했던 것도 아니어서요.)
중요한 건요, 대학 4년도 후반기로 접어들 무렵이었을 겁니다.
저는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체를 평면적으로 보고 싶어 했던 시기를 맞게 됩니다.
그 전까지도 뭔가 변화를 추구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사실적인 얼굴 표현을 했었는데,
한 순간에 확! '평면적인 표현'을 했던 겁니다.
이게 뭐냐구요?
보시다시피(희미해서 잘 구별도 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의 형체가 있잖습니까?
이 그림은 10호 캔버스에 그린 건데(사실, 이 그림이 사진으로는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몇 년 뒤, 제 그림 2-30 점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고가 있었는데, 이 그림도 거기에 포함돼 있었는지는 지금의 기억으로는 불확실해서요.),
그린 거라고 보기엔 차라리 빨간색 유화 물감을 붓이 아닌 나이프(미술 도구)로 문질러 칠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빨간 그림'이잖습니까.
누군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제 대답은,
'모른다' 입니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른 채, 그저 충동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렇게 그려보았던 거니까요.
자질구레하고 복잡한 묘사 같은 거 다 생략하고, 그저 평면적으로 형체만 그린......
그러면서 '자화상'이라고 하면, 남들이 알아주기나 했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는 그렇게 했답니다.
제 내부에서 우러나오던 그렇게 표현하고 싶던 강한 욕구라고나 할까요?
근데요, 저에겐...
이건 내 모습 맞은데! 할 수밖에 없으니,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저는 그 즈음의 제 사진을 찾아보았답니다. 대학 4년 가을 무렵...
| 이 사진의 형태와 비슷하(같)잖습니까? 어차피 이 즈음에 그렸던 거니까요. |
바로 그 즈음일 겁니다.
제가 안경을 끼게 되는 변화가 있는......
그러니까, 안경을 끼기 직전이었나? 그랬을 것 같은데요.
물론, 저는 그 뒤로도 수많은 자화상을 그려댔고,
일단 오늘의 주제인 '평면적인 인체 표현'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 자화상과 같을 수도 있는,
|
잘은 몰라도(서명이 안 보입니다.), 1981년(군대 갔다 와 복학한 뒤)에 그린 게 아닐까 하는데요...... 이 시절엔 붓 보다는 나이프를 이용한 평면적인 작업이 두드러집니다. |
위 그림을 보면 (제가 드린 말씀이)조금 이해가 될 겁니다.
'저런 식으로 자신을 그리기도 했구나!' 하구요.
저에겐, 바로 이런 '성향'(특성)이 있었나 봅니다.
20대 초창기부터......
'평면적인 표현', 그러다 보니 나중엔 '종이 같은 표현'도 따라 붙었구요......
그렇게 인체 표현이 변해가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생활을 하다가는,
이런 식으로도 변했는데......
A3. 수채화. 1991 | A3. 종이 오리기. 1991 |
유화 10호. 1993 |
그러다 멕시코 시절엔,
안경만 그려넣고(상당히 큰 60호 크기에) '자화상'이라고 했으니......
내용이 너무 길어서, 내일로 이어집니다.(참고 바랍니다.)
첫댓글 남궁쌤 안녕하세요. 쌤의 전화를 받고도 꽤 시간이 흘렸네요. 카페에도 정말 오래간만에 아니 어쩌면 잊혀질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렸습니다.저도 그동안 시간이 왜 이리 빨리가지 하며 아무 생각없이 지낸것 같습니다. 쌤의 컴푸터,대상포진,치과진료,자화상 특히 대상포진은 어마무시한 통증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잘 견디신것 같네요. 아무쪼록 건강 하세요.
그러셨군요. 근데, 세월은 왜 이리 덧없이 가는 건지...... 그리고, 사는 만큼은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