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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반 기룡 가시로 치렁치렁 장식하여
봄이면 우산 같은 잎새 돋고
여름이면 매미 소리 불러들여 한바탕 풍류를 즐기다가 보양식인 삼계탕으로 둔갑한 후
가을이면 풍성한 이파릴 흔들어 대고
겨울이면 칭칭 묶여 팔도유람 그만이네 |
엄나무는 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서, 높이 약 20m이고,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으며, 잎은 손바닥 모양이고 잎자루가 길다. 여름에 담녹색의 작은 꽃이 가지 끝에 동그랗게 모여 피고, 나무껍질은 약재로 쓴다.
산에서 만나는 나무 중에서 새순을 먹을 수 있고 가지를 가진 대표적인 나무가 엄나무와 두릅나무이다. 두릅나무는 줄기가 굵게 자라지 못하지만 엄나무는 둘레가 두세 아름에 이르도록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가시는 어릴 때 촘촘하게 달렸다가 줄기의 둘레가 커지면서 차츰 없어진다. 자신의 몸을 다른 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달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다른 나무의 새순과 구분할 때 활용한다.
봄의 따사로움이 대지에 가득 찰 때, 음나무 새순은 두릅과 함께 봄나물의 왕자로 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새순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두릅을 좋아하지만 정말 음식 맛을 즐기는 식도락가들은 음나무 새순을 더 고급으로 친다. 음나무의 새순을 개두릅이라고 부르면서도 말이다. 여름철 많이 먹는 음나무 백숙은 옻닭과 더불어 여름 보양식품의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양평의 산음휴양림 가는 길인 단월면 향소리에는 느티나무와 함께 서 있는 음나무가 자그마치 5백여 년 동안이나 동네의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 장이기(2016). 이야기 숲에서 놀자. 프로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