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그늘/심상숙
오색딱따구리 새끼가 첫 비행을 한다
어미 새가 나무주위를 빙빙 돌며 날개를 대차게 친다
발달장애로 키가 너무 큰 아들은 영문 모르는 새소리를 내며 아버지를 따른다
키 한 벌 눕힐만한 너울거리는 간격,
아버지 발에 아들의 그림자가 허드레로 출렁인다
연못에는 노란붓꽃이
앞서 핀 꽃을 따라 다투어 피어난다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
두 팔을 젓는 아버지와 아들
통나무벤치를 사이에 둔 채 서로 마주보며
허리를 돌리며 고개를 젖히며 몸을 열고 있다
꿀꺽꿀꺽 물푸레 그늘을 삼키는 소리 들린다
뒤로 고개 젖힌 아들의 벌어진 입속에 초록이 환히 차오른다
후두둑
소나기 쏟아진다
커다란 물푸레나무 아래 고등어 한 손처럼
더 크고 실한 아들이 조그만 아버지를 덥석 품는다
- 2014년 <시와소금> 신인상 당선작
■ 심상숙 시인
- 1949년 충북 괴산 출생
- 단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 서울교육대 교육대학원 졸업
- 서울시 초등교원 퇴직
- 2014년 <시와소금> 신인상
- 2018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심사평 》
* 묘사와 진술, 소통을 위한 첫걸음
올 상반기 본지 신인문학상 공모에는 많은 분이 작품을 보내주셨다. 그만큼 오늘을 살아내는 일의 고달픔과 그것을 견뎌내는 한 방법으로 시를 짓고 그 열정으로 응모했으리라 여겨진다. 멀리 캐나다에서부터 열다섯 소년까지 지역이나 연령층에 구애 없이 정말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다. 이는 본지 신인문학상에 대한 권위와 함께 앞으로의 기대를 가늠하게 했다.
많은 작품 가운데서 심사기준으로 삼은 것이 시의 기본을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와 시의 소통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최종심 작품을 선별하였다.
이렇게 하여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시린의 「압해상회」 외 7편, 김풀의 「비둘기에 관한 가벼운 시선」 외 9편, 강정아의「사막에서는」 외 4편, 심상숙의 「물푸레나무 그늘」 외 4편, 남연우의 「자전거 타는 여자」 외 29편, 최광리의 「명태에 대한 명상」 외 4편, 이순선의 「조식」 외 9편 등 일곱 분의 작품 72편이었다.
선자들은 오늘의 시대에 걸맞는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활달한 언어구사, 주제의 확산, 낯선 세계를 기대하였으나 대부분작품들이 서정을 노래하고는 있으나 너무 낡은 그릇에 담겨있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장황한 진술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뚜렷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못내 아쉬웠다.
몇 번이고 심사자들이 돌려가며 최종으로 추려낸 것이 「압해상회」 외 7편, 「비둘기에 관한 가벼운 시선」 외 9편, 「물푸레나무 그늘」 외 4편, 「자전거 타는 여자」 외 29편이었다.
이 중, 「압해상회」 외 7편을 응모한 분은 세련된 진술과 적확한 언어를 구사하고는 있으나 응모한 작품이 대부분 소품이고 이미지를 통한 시의 형상화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 「자전거 타는 여자」 외 29편을 많은 시편을 응모한 분은 시의 구조와 진술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는 있어서 새로운 서정시의 지평을 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당선의 반열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 김풀, 심상숙 두 분을 놓고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할 것인가에 고민하게 되었다. 두 분 모두 일장일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물푸레나무 그늘」 외 4편을 응모한 심상숙은 나이에 비해 시가 무척이나 싱싱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나 주제가 미약하다는 점이, 「비둘기에 관한 가벼운 시선」 외 9편을 응모한 김풀은 시의 여백과 주제가 선명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진술 일변도여서 시의 격조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선자들은 어느 한 분만을 낙선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러면서 당선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또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한다면 제 나름의 시를 쓸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두 분을 당선시키기로 하였다. 이제부터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한국시단에 큰 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심사위원: 이영춘, 임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