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끔 집 앞을 지나는 스님이나 공양을 오는 스님을 뵐 때마다 무엇인가 속세의 인간과는 다른 맑고 신선한 청아함이 배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가 스님을 처음 만나 뵙게 된 것은 약 30여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지식층에서 많이 읽히던 월간잡지 샘터에서 스님의 글( 산방한담)을 읽고부터 는 스님의 글이 너무 맑고 향기롭고 소박해서 그 후로는 스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가끔씩 신문에 스님의 글이 실리기라도 하면 반가운 마음에서 한편이라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해서 열심히 읽었다.
그중 스님의 인도 여행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평소에 잘 모르던 인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스님의 책이 출판되면 될 수 있으면 구입해서 읽는 것이 큰 재미였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인연이야기 등인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이토록 교훈적이고 마음을 맑게 해주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가끔씩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곤 한다. 평소 스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내 생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스님을 뵐 수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부처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다. 3년 전 낙엽이 절정이던 어느 가을날 서면 롯데 호텔 3층에서 스님의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간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스님을 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강연회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강연회 날 행사장에 도착하니 스님의 명성만큼이나 많은 불자들과 지식인과 사회의 여러 명성 있는 저명인사들이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스님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불교방송의 진행자인 예쁜 아나운서가 나와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먼저 분위기 있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부합창단의 합창이 있었고, 뒤이어 내빈들의 축사와 범어사 주지 스님의 강연이 이어지고 그다음이 법정스님의 강연이 시작 되었다. 나는 순간 긴장하고 먼 눈빛으로 스님을 뵈오니 늘 사진에서 뵙던 그 모습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맑고 온화한 자태이셨다.
때로는 철학자처럼 선비처럼 때로는 선각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여유를 주셨다. 그날의 강연은 내게 좋은 인생의 한지표가 되었다. 스님의 고귀한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노트에 적고 잘 정돈해 두었다. 그 후로 불교 봉사단체인 맑고 향기롭게 에 회원이 되었다. 그날 강연회에 참여한 수많은 청중들을 둘러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들 부터 또한 사회의 화이트칼라 젊은 대학생 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그만큼 스님은 많은 지식과 교양으로 나이와 학벌과 직업을 초월한 다방면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만큼 스님이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셔서 스님의 인기가 베스트셀러 작가를 능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스님의 고귀한 가르침을 이어받아서 백분의 일 아니면 천분의 일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면 그 이상 뜻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친견은 못했지만 멀리서라도 뵐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 한다. 우리에게 늘 교훈과 지침이 되고 삶과 생활 속에서 늘 깨달음을 주는 스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하나의 작은 보석을 얻은 기분이다.
역시 평생 수양과 학습의 정신이 참된 사람의 모습을 만든다고 여겨진다.
올 한해도 스님께 평안과 각별한 건강을 당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