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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요약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만든 판타지 뮤지컬 영화. 빅터 플레밍이 연출했고 주디 갤런드가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캔자스 농장에 살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려 신비한 나라 오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다.
본문
시놉시스
소녀 도로시는 캔자스 농장에서 강아지 토토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이웃의 미스 걸쉬가 찾아와 토토가 자신을 물었다며 화를 내고 데려간다. 하지만 토토가 도망쳐오자 도로시는 토토가 다시 잡혀갈까봐 함께 집을 나온다. 무작정 걷던 도로시는 괴짜 같은 마블 교수를 만나는데, 마블은 수정 구슬을 보며 도로시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쓰러졌다고 말해준다. 놀라서 집으로 돌아간 도로시는 때마침 몰려온 회오리로 집이 통째로 말려 올라가면서 정신을 잃는다.
얼마 뒤 도로시가 깨어나 보니, 그곳은 더 이상 캔자스가 아니다. 곧 착한 북쪽 마녀 글린다와 먼치킨들이 나타나 못된 동쪽 마녀를 없애줬다며 도로시에게 고마워한다. 동쪽 마녀는 도로시가 회오리를 타고 날아온 집 밑에 깔려 있었다. 동쪽 마녀의 자매인 사악한 서쪽 마녀도 나타나 동생이 신었던 루비 슬리퍼를 달라고 하는데, 어느새 도로시 발에 신겨져 벗길 수 없다. 서쪽 마녀는 두고 보자며 사라지고, 도로시는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글린다는 에메랄드시에 사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방법을 알 거라며 노란 벽돌길을 따라가라고 한다.
토토와 벽돌길을 따라가던 도로시는 뇌가 필요한 허수아비,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필요한 사자를 만나 함께 에메랄드시에 도착한다. 오즈는 서쪽 마녀의 빗자루를 가져오면 도로시 일행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한다. 도로시는 우여곡절 끝에 물을 부어 서쪽 마녀를 녹여 없애고 에메랄드시로 돌아오지만, 오즈가 사기꾼임을 알게 된다. 실망한 도로시 앞에 글린다가 나타나 마음이 향하는 곳을 떠올리고 루비 슬리퍼 뒤축을 부딪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도로시는 눈을 감고 슬리퍼를 부딪치며 “집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속삭인다.
작품해설
1. 원작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
원작자 프랭크 바움은 1900년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를 출간했다. 주인공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는 미국의 농촌 소녀다. 여성 참정권론자였던 장모 마틸다 게이지와 아내 모드 게이지의 영향으로 페미니스트 성향을 지녔던 바움은 〈놀라운 오즈의 마법사〉에서 캔자스에 사는 고아 소녀에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독립심을 부여했다.
주인공 소녀 캐릭터의 이름이 처음부터 도로시는 아니었다. 동화가 완성되던 즈음 바움의 처조카 도로시가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고, 바움은 슬퍼하는 아내를 위로하려고 캐릭터 이름을 도로시로 바꿨다.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는 초판 1만부를 찍었지만, 이후 〈오즈의 마법사〉라는 제목으로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출간되고 있다. 바움은 1919년 세상을 뜰 때까지 14편의 ‘오즈’ 시리즈를 발표했다.
2. 제작 배경
뮤지컬영화의 산실로 거듭나고자 했던 제작사 MGM은 1933년 원작 동화의 영화 판권을 구입해 놓았다가 몇년 뒤 판타지 뮤지컬 영화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 시기 월트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의 흥행을 보며 이를 뛰어넘을 작품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디즈니 역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차기작으로 바움의 원작을 영화화하고 싶어 했던 터라, 원작 판권을 선점한 MGM은 시나리오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엄청난 인기의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각색부터 촬영과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었다.
3. 험난했던 제작 과정
크레딧에 오른 각색자만 4명이었고, 크레딧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각색자들이 무려 15명이다. 모든 캐릭터들의 대사를 세세하게 고치고, 장면을 잘라냈다 끼워 넣었다 하며 어렵게 완성된 각본으로 1938년 촬영이 시작됐다. 얼마 안 가 촬영에서도 문제가 속출했고 무려 다섯 명의 감독이 영화를 거쳐가야 했다.
가장 먼저 연출을 맡은 이는 리처트 소프였지만 MGM은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조지 쿠커를 데려와 영화 전체의 자문 역할을 맡겼다. 그의 지적으로 지나치게 과장됐던 주디 갤런드의 소녀 분장과 레이 볼거의 허수아비 분장이 적절하게 조절됐다. 이후 빅터 플레밍이 공식적인 감독이 됐다. 하지만 1939년 2월 플레밍이 조지 쿠커 대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연출을 맡으면서, 그의 친구였던 감독 킹 비더가 나머지 장면들을 완성했다. 킹 비더가 연출한 장면은 영화의 도입부와 엔딩에 해당하는 캔자스 장면 전체다(비더는 플레밍이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기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프로듀서인 마빈 르로이는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몇몇 장면들을 연출했다. 그는 어렵고 다양한 효과들을 조화롭게 연결해 영화를 완성케 한 일등공신이다.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쳐 120분의 러닝타임으로 완성된 영화는 여러 번의 시사를 거치면서 장면들이 삭제됐다 삽입되기를 반복, 결국 101분으로 확정됐다. 영화의 거의 모든 신은 세트에서 촬영됐고,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건 오직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에 나오는 구름뿐이다.
4. 영화적 기법 : 컬러의 대비, 특수효과, 캐스팅 등
〈오즈의 마법사〉의 화면은 흑백을 기본으로 한 암갈색 빛(sepia tone)의 캔자스와 테크니컬러의 알록달록한 오즈, 두 가지의 화면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암갈색으로 구현된 캔자스 장면은 프랭크 바움의 원작에 ‘회색으로 그늘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 캔자스의 풍경을 살려낸 것이다.
도로시가 사는 집은 캔자스의 강렬한 햇빛에 그을린 갈색 초원 한가운데 위치하고, 그 위로 거대한 회오리가 일으키는 갈색 먼지가 덮쳐온다. 도로시를 키워준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이미 머리가 회색빛으로 세어버린 노년의 어른들이다. 캔자스 장면의 회색이 섞인 암갈색 기조는 단조롭고 탈출구가 없어 도망치고 싶은 도로시의 현실을 만들어주는 색채인 셈이다.
반면, 천연의 색감을 살려주는 ‘테크니컬러’로 만들어진 오즈에서는 노란 벽돌길, 초록색 에메랄드 시티, 먼치킨들이 입은 총천연색 의상, 마법의 힘이 실린 빨간 루비 슬리퍼(원작에서는 은색 구두였다) 등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로시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상상했던 세계인 만큼 화려한 컬러로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회오리가 불어와 집이 하늘로 말려 올라가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하늘 그림이 그려진 바닥에 미니어처로 된 집을 떨어뜨려 촬영한 뒤, 그 필름을 뒤집어서 카메라를 향해 떨어지는 것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회오리 자체는 먼지를 피운 다음 미니어처로 만든 캔자스 농장과 들판 사이에서 35피트의 흰 스타킹을 휘둘러 만들어낸 효과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오즈의 먼치킨들은 MGM이 전국의 소인들을 수배해서 오디션을 거친 뒤 촬영장에 투입했다. 그들의 주급은 1인당 125달러였는데, 토토를 연기한 강아지 테리의 주급보다 적은 액수여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을 겁에 질리게 한 영화 속 서쪽 마녀는 등장하고 사라질 때 연기에 가려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어진 작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서쪽 마녀 역의 마거릿 해밀턴은 이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다.
〈오즈의 마법사〉는 당시로선 놀라웠던 MGM의 무대 디자인을 비롯해, 수백명의 먼치킨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축제 장면,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날아다니는 원숭이 등의 특수분장 등을 선보이며 촬영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이른바 1930년대의 판타지 블록버스터라 할 만하다.
5. 흥행 성적
영화는 예상보다 지나치게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탓에 개봉 당시 MGM의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진 못했다. 그런데 TV가 등장한 1950년대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TV에서 방영되는 단골 영화로 자리잡고 재개봉을 거듭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그로 인해 MGM은 속편도 계획했는데, 주연 배우 주디 갤런드는 이미 초대형 스타가 돼 있었고, 서쪽 마녀 역의 마거릿 해밀턴이 다시 악역을 맡고 싶어 하지 않았으며, 1편 제작 당시의 과도한 제작비 문제가 반복될 우려 때문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영화의 성공 이후 원작과 영화 가운데 어느 쪽이 낫냐는 문제는 오랫동안 ‘오즈’ 팬들의 논란거리가 됐다.
6. 캔자스와 오즈의 캐릭터 비교, 영화의 주제
도로시가 현실의 캔자스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화려한 마법의 나라 오즈에서 친구 또는 적이 되어 등장한다. 허수아비는 캔자스 농장의 일꾼 헝크와 닮았다. 미스 걸쉬 때문에 하소연하는 도로시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계속 “머리를 쓰라”고만 조언하던 헝크는 똑똑한 뇌를 원하는 허수아비가 되어 도로시 앞에 나타난다. 양철 나무꾼 역시 농장의 또 다른 일꾼 히커리, 겁쟁이 사자는 농장 일꾼 지크의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지크는 도로시가 미스 걸쉬를 물어버린 토토 때문에 걱정을 하자 “미스 걸쉬는 겁이 없으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겁을 준다. 하지만 그 자신도 심약해서 돼지우리에 빠진 도로시를 구해준 뒤 식은땀을 흘린다. 그 모습은 오즈에서 ‘털 많은 쥐’ 취급을 당하는 안쓰러운 사자로 표현된다.
도로시와 토토를 집에서 도망치게 만든 미스 걸쉬는 마법의 나라 오즈에서 “널 가만 안 두겠다. 네 강아지도!”라고 경고하는 서쪽 마녀가 되어 도로시를 또다시 불안하게 한다. 그리고 캔자스의 미스 걸쉬처럼 토토를 붙잡아가 도로시를 무섭게 한다. 즉, 서쪽 마녀는 도로시가 미스 걸쉬에게 갖는 두려움이 투영된 캐릭터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나게 된 위대한 마법사 오즈 역시 도로시가 현실에서 만난 마블 교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어딘가 수상한 마블 교수는 수정 구슬로 뭔가 보이는 시늉을 하며 사실상 가출한 어린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마법사 오즈 역시 직접적인 방법은 알려주지 않지만,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게 만든다. 즉, 캔자스와 오즈는 동전의 양면, 거울의 이면 같은 관계다. 도로시가 오즈에서 마녀와 싸우며 깨닫게 된 지혜, 용기, 따뜻한 마음은 현실에서 미스 걸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가족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루비 슬리퍼 뒤축을 부딪친 뒤 도로시가 캔자스의 자기 방 침대에서 눈을 뜨는 엔딩은 오즈에서의 모험을 한바탕의 화려한 꿈이자 이해받지 못하는 비밀스런 판타지로도 읽히게 한다. 그리고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요”라는 도로시의 마지막 대사가 더해져, 영화는 어린 소녀가 모험을 통해 현재의 삶과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교훈을 건넨다. 가족주의를 부추기는 어색한 마무리이기도 하고, 가족영화다운 훈훈한 결말이기도 하다.
주요 등장인물
도로시(주디 갤런드) : 무지개 너머의 어딘가를 꿈꾸는 소녀. 회오리에 말려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되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통해 지혜와 따뜻한 마음, 용기를 배운다.
허수아비/헝크(레이 볼거) : 노란 벽돌길 한쪽에 서 있던 존재. 짚으로 만들어진 몸은 약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똑똑한 뇌를 갖고 싶어서 도로시를 따라 오즈를 만나러 간다.
양철 나무꾼/히커리(잭 헤일리) : 온몸이 양철로 된 인간. 나무를 베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녹이 슬어 굳어버렸고, 지나가던 도로시와 허수아비가 발견해 기름칠을 해줘 움직이게 된다. 텅 빈 양철 몸 안에 따뜻한 심장을 넣고 싶어 도로시를 따라간다.
겁쟁이 사자/지크(버트 라르) :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을 공격하지만, 곧 사자답지 않게 겁이 많다는 사실이 들통난다. 용기를 얻고 싶어 도로시를 따라 나선다.
북쪽 마녀 글린다(빌리 버크) :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착한 마녀. 난쟁이족인 ‘먼치킨’들과 친하다. 도로시에게 동쪽 마녀의 루비 구두를 선물하고 구두가 지닌 마법의 힘을 알려준다.
서쪽 마녀/미스 걸쉬(마거릿 해밀턴) : 동쪽 마녀와 자매. 더 사악한 마녀.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부린다. 루비 구두를 되찾으려고 도로시와 토토를 해치려 한다.
오즈/마블 교수(프랭크 모건) : 위대한 마법사인 척하지만 실상 열기구를 타고 마법의 나라에 잘못 들어온 인간. 특수효과와 영사기를 사용해 정체를 속여 오다 도로시에게 들킨다.
엠 아줌마(클라라 블랜딕) : 도로시를 돌보고 키워준 아줌마. 농장 살림을 하느라 바빠 도로시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지만 도로시가 사라진 뒤 매우 걱정한다.
헨리 아저씨(찰리 그레이프윈) : 엠 아줌마의 남편. 토토를 없애버리겠다는 미스 걸쉬의 안하무인 태도에 별 대꾸를 못한다.
명장면 명대사
- 양철 나무꾼 : “사기꾼!”
- 오즈 : “그래··· 사실상 난 사기꾼이야.”
- 도로시 :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 오즈 : “오··· 아니. 난 좋은 사람인데. 나쁜 마법사일 뿐이야.”
서쪽 마녀의 빗자루를 가져왔지만 오즈가 캔자스에 돌아갈 방법을 알려주지 않자 화가 난 도로시는 오즈를 직접 만나려고 한다. 그러다 그가 영사기와 특수효과를 사용해 마법사 흉내를 낸 사기꾼임을 알게 되고, 분개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는 도로시의 말에, 자신은 그저 나쁜 마법사일 뿐이라는 오즈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세상살이에서 아이들과 달리 흑백 논리로 단정할 수 없는 복잡한 어른의 시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오즈의 마법의 원천이 실은 ‘영화’를 만드는 테크닉이라는 사실 또한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