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는 적지만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자신감도 생겼고, 좋은 사람도 많이 알게 됐어요."
차상위계층 지원을 받던 김영희(가명, 65)씨는 나이 제한으로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 일해 즐거움을 찾을 곳이 필요했다.
서울 삼양동 선교본당(주임 안광훈 신부) 부설 강북 평화의집이 운영하는 재활용 공동체 매장 '살림'이 김씨 같은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오전 9시 서울 강북구 송천동 매장 본점으로 출근해 가장 먼저 기도를 한다. 물건을 모아 준 분들을 위해서다. 성경을 읽고나면 재활용품을 싣고 온 화물차에서 짐을 내려 분리 및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 도시락 점심을 먹은 뒤에는 담당 매장으로 가서 오전에 분리한 재활용품을 진열한다. 품목은 의류와 책, 각종 생활용품 등이다. '살림'은 쓸 만한 물건들을 기증받아 손질한 뒤 시중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협동조합매장으로 2000년에 1호점을 열었다.
강북 평화의집 실무책임자 곽희자(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수녀는 "옷을 수거해 고물상에 넘기면 보통 1㎏에 750원 정도 받는데, 손질해서 팔면 값을 많이 받을 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좋다"고 재활용품 매장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곽 수녀는 재활용물품 수집을 위해 서울대교구 주보에 한 달에 한 번 물품기부 공지를 낸다. 또 서울대교구 각 본당 사회복지분과장에게 편지도 써서 1년에 한번이라도 옷, 책, 신발, 가방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수익금은 전액 지역 주민의 일자리 공동체 운영, 강북 평화의집 청소년 멘토 프로그램 후원, 독거노인ㆍ외국인 이주노동자ㆍ새터민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
곽 수녀는 "아름다운 가게(중고품 판매 수익을 공익사업에 쓰는 자선단체)처럼 서울대교구에도 재활용품 매장이 늘어나야 한다"며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북 평화의집은 1일 강북구 삼양동에 '살림' 5호점을 열었다. 5호점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문구용품과 도서전집, 의류 등을 주로 판매한다. 재활용품 기부 문의: 02-987-3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