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생활정보지를 보고 완전 땡잡았다 싶어 면접보러 갔던 회사입니다..웃지말고 읽어주세요..
아무래도 처음으로 채용공고를 보고 나서는 정말 흥분되었습니다.
경상도쪽에서는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의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때 누구나 영남우유 요쿠르트 잡솨보셨을테니..
아무래도 배우면서 일할 사람을 찾고있는것 같았습니다.
제조기능직 입사지원서를 내고 딱 4일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솔직히 별 기대를 안하고 냈지만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면접준비를 위한..관련 정보를 모으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것이 그 회사의 연혁이나 비전등의 정보이지 않습니까..
근데..왠걸 홈페이지가 없는겁니다..; `이런 IT시대에 홈페이지가 없어?` 생각했지만
뭐...아직 없는 회사도 있으니까...지역장사라 별달리 홈피가 불필요할수도 있으니 상관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면접시간이 10시였고
저는 구미였기때문에 조금 서둘러 깔끔하게 정장을하고 화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멀리서 커다란 굴뚝에 적힌 "영남우유"가 보입니다..
좁은 도로길에서 부터 약 3분을 걸어서 경비실이 보입니다..
경비실앞에 서서 우측을 보니 회사 전체가 눈에 들어옵니다..ㅅㅂ..욕해서 ㅈㅅ..글쓰다가 또 욱합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공장인줄 알았습니다..
벽에 칠해진 노란색 헐벗겨진 페인트가 원래 흰색이었던 것으로 의심이 되었습니다..
실망이 컸죠..그래도 경비들여서 와놓고 돌아 설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면접인지라 긴장이되고 시간이 남으니 화장실을 들려야 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경비아저씨가 귀찮다는듯 반말해대십니다.. "저뒤로 돌아가봐라!"
그길로 가서 보니...ㅅㅂ...ㅈㅅ..또 욱합니다..완전 비릿..찌릿한 향이..........더 말안해도 짐작하실듯..
다 집어치우고 바로 건물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참...더욱더 어처구니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딱 드는 느낌이 70년대 초등학교 건물이 떠오릅니다..계단도...계단을따라 올라가는 손잡이는 거무튀튀한 나무..
벽에는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진과 서예한것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테트리스 같이 비좁게 끼워맞춰 져 있습니다..
근데 내용이 정말 웃깁니다...액자의 모든인물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그회사의 회장임을 알수있었습니다..
별의 별 사진이 다 있는 가운데...여러 서예작품들이 눈에 띕니다..제가 한문을 못읽는 관계로ㅋ; 한글로 쓰여있는 액자의 내용이 확
들어옵니다..그내용..ㅋ
┌
회장님의 말씀
노력하지 않는간부는 필요없다
┘
이런 어처구니 쳐먹는 글귀들이 회장님의말씀 이라는 수식어 아래 쓰여져 한군데 모인것도 아니고 덕지덕지..자리남은곳에 무조건 거는듯.
걸려있었습니다..면접시간을 정확히 10분 남기고 경리실로 들어갔습니다..
완젼...70년대 교무실입니다...옛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누런 케비넷도 있고...선풍기는 한일선풍기(아저씨 얼굴그림;;;)..녹쓸고...
에어컨은.....없었습니다............
앉으래서 앉았더니 중국교포 삘의 경리분이 전엔 한번본적도 족보도없을 것 같은 영남우유 "상큼해" 라는 이름의 사과맛 드링크를 건내주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릴것같은데 이것좀 보면서 기다려주시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누런 책자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현해탄을 오고간 30년'인가 그랬습니다..
책만들고 가만 있기 뻘쭘해서 사무실을 다시 둘러보니...옛날 '형사반장'이었나...최불암님이 주연하셨던..그게 생각이납니다..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고소득이 보장되는 배울수 있는곳이라면' 하는 생각만 갖고..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대충 6.25전쟁발발시 청년으로서 어디 자원입대했다가 조금삐대다가 일본으로 배타고 건너가서 동경대 졸업하고 결혼하고
한국넘어와서 백설유업사를 차렸고..동업자인 친구의 배신으로 회사 말아먹고 국회의원 나갔다가 낙선하고..다시 영남우유를 설립했다는
영남우유 회장의 대필 자서전 이었습니다..ㅡ,.ㅡ;;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회사분위기를 이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장님...회장님....완전 자뻑증세 말기였습니다...........
저 외에 10분 정도 오셨는데 제또래 두분은 앉았다가 다시 나가더니 면접 시작때 까지 오지 않았고.....
30대초에서 40대중반 어른이 남았습니다..올해 26살인 저를 포함해서.....
그분들은 관리직으로 면접 오셨으니...신경을 안썼습니다...
10시예정 면접이 40분 늦게 시작되고...
면접은 나이의 역순..;;;제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앞에서 들어가셨던분은 어째 5분도 채 안되서 얼굴이 붉어져서 나가십니다...
두번째도...그다음도.......
무서웠습니다..들어가는 면접관은 두명이었는데 그이상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차례...
회장실엔 온갖분재와 서예작품들로 가득하고...타원형 회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으신 면접관 두분이있었고...
주최자 자리에는 드라마에서 처럼 회장님이 등을 돌리고 회장 의자같은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질문..시작됩니다..한 세네가지는 일상적인 회사의 질문이었습니다. 어디사느냐, 전공이뭐냐..잘 배울 자신있냐 등등..
그 질문의 가운데 회장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나를보며 면접관의 질문을 가로막고 물어봅니다..
"너거 아버지 뭐하시노?"
ㅅㅂ...ㅅㅂ.....무슨 3류 드라마 영화도 아니고..
"네 자영업 하십니다. 뭐뭐 해서 이렇게 벌고 계십니다.."하고 상세히 설명했고..조리있게 잘 정리해서 말하는 내게 또 테클을 거십니다..
"니 임마 여기서 일배워서 잘 해낼수 있겠어? 여기 부장 과장은 전부 내밑에서 피땀흘려가면서 배워서 지금은 차사고 집사고 아들낳고 다 떵떵 거리면서 잘사는데. 내가 봤을때 니 첫인상을 딱 보면 아는데 니는 못한다." 하고 딱 말을 끊어 버렸습니다..
완전 어이상실한 상태...내 이력서는 보지도 않고 관상을 보고있습니다...현해탄 건너온 회장이라는 분이...
"어떻게 회사다닐래?"또 묻길래 기숙사가 없는것으로 알고있다고...그래서 근처에서 방얻어서 출퇴근 하면 된다고 말했더니..ㅎㅎㅎ
"방얻어서 온다고? 여기 달성군 청년들이 일이 없어서 놀고먹는데 내가 구미시민을 받아야되겠나? 안된다 니는 안된다."
열 받을대로 받았습니다 그때 전..
앞에 면접관 두분이 얼굴이 뻘개져서 상황을 정리 하려고 다음질문을 서둘러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오셔서 느낀점이나 하고싶으신 말 있으면 해보십시오."
솔직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오고 싶었지만...너무 화가나서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죠...
"여기와서 사과드링크는 맛없을것 같아서 안먹었고 회장님 자서전을 보니까 참 대단하신분 같던데.. 어떻게 면접을 보러 새벽잠자고 먼길 온 사람을 이런식으로 박대하는 경우는 어디있냐고..고용주면 고용주지 우리아버지 뭐하는지를 그런식으로 물었어야 됐습니까 "
하고 말하고는 인사도 안하고 박차고 일어나서 나와버렸습니다.
내용이 좀 길었네요...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습니다..면접비야 주면 감사한거라지만 면접비 고사하고 그렇게 면전에서 박대당하니까 참 서러웠습니다.
우스운 일을 겪었다 생각하지만...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기업의 정신과 기술은 나아가야 하지만. 회사 그자체는 젊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됐습니다.
그나저나 미안해 죽겠습니다..
이제 실업 2개월차..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사람에게..지금 저는 보여지는 행복은 주고있지 못하는군요..
님들 모두 힘내시고..영남우유 맛있게드십시요..ㅎㅎㅎ
저는 공짜로 한트럭 갖다줘도 못먹겠습니다..ㅎㅎㅎ
옛날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시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죠 자기가 짱이니 다 자기 맘대로죠 그런 더블팔년도 마인드가 아직 남아있으니 그 밑에 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시겠네요 님은 그냥 이런 일도 해봤다 경험이라고 생각하시고 찾아보시면 좋은 데 취업하실겁니다. 이딴일에 기 죽으시면 절대 안됩니다. 더 한일도 많이 있으니까요
추가하자면..면접기다리는 중에 하얀가운, 하얀장화를 신고 들어오신 발효부문 과장이라는 분이 하신 말씀,,,"왠만하면 여기 앉아있지마라." 지금 와닿습니다..ㅎㅎㅎ...글고 정문 되돌아 나올때 경비 아저씨 왈. "앞에 택시안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다른 감정없는 회사고..어찌보면 그 회장님이라 하시는 분이 고생끝에 차린 회사지만..아무리 뒤에 생각해도..저는 상식밖의일...경우없는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첫댓글 ㅋㅋ 머같은 회사..~ 고생하셧어여
ㅋㅋ 후유증 심각해요 ㅋ
옛날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시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죠 자기가 짱이니 다 자기 맘대로죠 그런 더블팔년도 마인드가 아직 남아있으니 그 밑에 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시겠네요 님은 그냥 이런 일도 해봤다 경험이라고 생각하시고 찾아보시면 좋은 데 취업하실겁니다. 이딴일에 기 죽으시면 절대 안됩니다. 더 한일도 많이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쩝..
진짜 어이상실 회사군
언제 한번 화원톨지나시면 들려보시기 바랍니다...외관은 더 상실입니다..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트럭 줘도 안먹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불러서 못먹는거 아닌거 아시죠? ^^
추가하자면..면접기다리는 중에 하얀가운, 하얀장화를 신고 들어오신 발효부문 과장이라는 분이 하신 말씀,,,"왠만하면 여기 앉아있지마라." 지금 와닿습니다..ㅎㅎㅎ...글고 정문 되돌아 나올때 경비 아저씨 왈. "앞에 택시안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다른 감정없는 회사고..어찌보면 그 회장님이라 하시는 분이 고생끝에 차린 회사지만..아무리 뒤에 생각해도..저는 상식밖의일...경우없는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후... 다행이라 생각하세요. 감언이설에 속아서 그만두지도 딴데가지도 못하는 회사가느니 차라리 내공수련했다 치시길.ㅋㅋ
그래도 나이드신 분이라 좀 낫죠...어떤곳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사장 아들이라고 으시대며 면접보는데 진짜 한대치고 개값 물릴까 하다가 개값이 없어서 참은적도 있는데요뭐 ㅎㅎㅎ
고생하셨네요..뭐 그따구 회사가 다있징..
님 너무 말 점잔하게 하신게 아닌지 ㅎㅎ
한가지만 생각하시는군염 다덜 전 이렇게 생각합니당. 기분나쁘게해서 어떻게 나오는지 대처상황을 볼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인내력테스트처럼....... 에스원이 서비스쪽으로 되가면서 그런식으로 면접보는데....암튼 수고하셨네염 더 나좋은곳에 취직하기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세염
님이 거기 직접가보셨다면 ....... 그날 뭣하나 죽였을겁니다.....테스트요?..ㅎㅎㅎㅎ 부모님 거들먹거리면서 테스트 하는회사는 없습니다..ㅎㅎㅎㅎ
제가 스물한두살때 영남우유 경리 면접 보러간적있었죠..ㅋㅋ사실 회사 인지도 뭐 그런거 암것도 모르고 대구내려간지도 얼마안되던터라..그런데 이글읽으면서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ㅋㅋ 70~80년대 교무실 분위기..중국 교포삘의 경리들..ㅋㅋㅋㅋㅋㅋㅋ제가 거기 다녀온지가 5년이 넘는듯한데.. 아직도 그대론가부네여~ 힘내세여~아자아자 홧팅임당!!!
아이고 회장님 일본에서 너무 오래 계셨쎄요~ 이상한거 배우고 오셨네..
친구를 봤나 모래시계를 봤나... "니가가라~ " ㅋㅋㅋ" 니 시다바리가;"
ㅋㅋ현해탄의 캐압박....^^
동업자인 친구의 배신으로 회사 말아먹고 국회의원 나갔다가 낙선하고..다시 영남우유를 설립했다는 ㅠㅠ 난 이부분이 감동적이였음... ㅋㅋㅋ 아놔.... 저런 성격이니깐 배신을 하지... ㅋㅋㅋ
ㅋㅋㅋ 영남우유 불매에 한표~~!
말을 재밌게 잘 쓰시네요..ㅋㅋ 아...간만에 웃고 갑니다..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애니 작가 하3333 욱겨// 하지만`` 지금 거기서 일하고 있는 분들 다 이유 있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