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베이
주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존 보이트, 존 터투로
등급 : 12세 관람가
런닝 : 135분
로봇이 주는 충격은, 기계가 생명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기계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을까? 어린 시절, 로봇과 대화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변신 로봇을 처음 봤을 때를 잊지 못한다. 분명히 자동차였는데 두 다리로 우뚝 선 로봇으로 다시 트럭으로 변신하는 로봇의 놀라움은, 이 세계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며 어떤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 포머]는 변신 로봇의 사이즈를 더 크게 하고 액션을 전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만 다를
뿐,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남감 놀이를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한, 다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그렇듯이, 아동취향의 영화다.
아시아 최초로 일본이나 홍콩이 아닌 서울에서 정킷을 하는 것은, 한국 영화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상업적 목적 이외에도 [트랜스 포머]에는 북한(North Korea)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미국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세력이 규명되기 전에 미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나라들로 이란, 중국과 함께 북한이 거론되고 있다.
카타르 사막 지대에 있는 미군 기지가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습격당한다. 생존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 국방성은 비상사태에 들어간다. 미군기지를 습격한 괴물은 다름 아닌 거대한 변신로봇들. [트랜스 포머]의 도입부는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더 록]이나 [아마겟돈]에서처럼, 스피디 한 편집 감각과 클로즈업 샷을 적절하게 활용한 흡인력 있는 연출로 초반 기선을 제압한다.
변신 로봇 트랜스 포머가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이질감을 주고 있다면, 미국의 평범한 고등학생 샘 윗윗키(샤이아 라보프 역)와 그가 짝사랑 하는 미카엘라(메간 폭스 분)의 이야기는 관객들 눈높이로 시선을 옮겨 놓으면서 현실감을 부여한다. 고등학생 정도의 보통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트랜스 포머]에서 샘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차를 사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약속한 3개의 A 학점이 필요한 샘의 모습이다. 중고 자동차 판매장에서 그가 고른 첫 차는 낡은 노란 색 스포츠카. 그런데 그 차는 라디오 주파수를 마음대로 맞춰 샘의 형편에 딱 맞는 노래를 내보내고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기도 한다.
자, 이제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의 지능적 생명체인 변신 로봇이 등장했다면, 지구를 지켜줄 힘이 필요하다. 샘이 고른 그 자동차는 사실은 정의를 수호하는 착한 로봇 범블비가 샘을 지키기 위해 변신한 것이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큐브를 둘러 싸고 우주 생명체 중에서 정의를 수호하는 오토봇 군단과, 악을 대변하는 디셉티콘 군단 로봇들은 서로 전쟁을 하며 치열하게 싸워 왔다. 그러나 행성 폭발로 우주 어디론가 큐브는 사라져 버리고, 디셉티콘 군단은 그 큐브가 지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탐험가인 샘의 고조 할아버지는, 북극을 탐험하던 중 빙하 속에 묻힌 거대한 로봇을 발견했다. 미 정부에서는 국방장관도 모르게 대통령 직속의 비밀기관 [섹터 7]을 운영하면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큐브의 존재가 샘의 고조 할아버지가 남긴 안경과 관련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샘을 둘러싸고 선과 악의 대혈투가 시작된다. 오토봇 군단의 변신 로봇들과 디셉티콘 군단의 변신 로봇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미 정부는 갈팡질팡한다.
결과는 물론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해피엔딩이다. 악이 영원히 승리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없다. 그것은 다수의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의 장기는 긴장된 힘의 대결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를 편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게 하는 대중적 힘을 제공한다. 그만큼 문제의식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후버 대통령 시절 건축되어서 후버댐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댐 지하에, 샘의 고조 할아버지가 북극의 빙하 속에서 발견한 디셉티콘의 우두머리 메가트론이 냉동되어 있다. 오토봇 군단과 디셉티콘 군단의 최호의 결투는 여기에서 시작되어 거대도시로 옮겨간다. 그러나 [트랜스 포머]는 흥미있고 사실감에 바탕을 둔 극적 구조보다는 변신 로봇들의 변신 과정과 결투가 최고의 흥행 요소다.
오토봇 군단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은, 변신 전에는 18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거대한 트랙터지만 변신하면 거대한 몸집으로 부하 로봇들을 지휘한다. 자신들을 희생해서라도 인류를 지키려는 선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변신 전에는 폰티악 승용차였다가 날렵한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가진 로봇으로 변신하는 재즈가 있고, 샘을 지키는 노란 색 스포츠카 범블비 등 총 5개의 로봇이 오토봇 군단을 형성한다.
여기에 맞서는 티셉티콘 군단은 냉동되어 있다가 깨어나는 지휘자 메가트론을 중심으로, 변신 전에는 장갑차였다가 파괴력 있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본크러셔도 있고, 헬리콥터에서 변신하는 블랙아웃 로봇도 있다. 그러나 디셉티콘 군단의 가장 파괴력 있는 로봇은 몸집은 가장 작지만 해킹 전문가인 프렌지 로봇이다. 변신 전에는 소형 카셋트 라디오였다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잠입해서 국가 일급 기밀사항을 해킹한다.
[트랜스 포머]는 장난감 변신 로봇을 거대한 스케일로 확장시켜 놓고,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권선징악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 착한 로봇이 악의 로봇과 싸워서 인류를 지킨다는 대중성 있는 극적 줄거리로 여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거부감 없는 소재와 주제를 갖고 있고, 소재의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고 경직되지 않으면서 유머 감각을 부여하는 마이클 베이의 능청스러운 연출이 대중적 친화력을 갖기 때문에, 상업적 파괴력은 막강할 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팥빙수 하나 마시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대로, 영화의 마지막 엔딩은 시리즈 제작을 위한 미끼 던지기로 되어 있다. 착한 로봇들 중에서 주인공의 애마 노란 스포츠카로 변신했던 밤블비는, 지구에, 주인공 곁에 남기를 원한다. 서울 남산에서 개최된 [트랜스 포머] 아시아 정킷에 밤블비가 실물 크기로 전시된 것은 시리즈의 성공을 의식한 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