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밤, 야식(夜食) 로드를 걷다
여름밤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별, 산책, 맥주, 심야 영화, 그리고 야식. 낮동안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 길거리의 심야 식당을 찾아 떠난다. 에어컨은 없지만 아주 괜찮은 주인장과 유쾌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그 정취를 맛보러. '여름밤아, 낭만을 부탁해.'
고기 맛도 복고다, 특수 부위 전문점 삼각정
'퇴근 후 만난 그는, 꽤나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소주 한 잔과 고기 한 점을 정성스럽게 구우며 털털하게 웃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더랬다…' 지글지글 모소리살이 익어가는 소리에 옛 연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때마침 거기에는 가로등이 있었고, 퇴근 시간 이후 빌딩들의 불빛이 꺼진 골목은 드라마 속 그의 집 앞과 닮아 있었다. 삼각정, 조용한 주택가 골목 자욱한 연탄 연기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곳.
서민들은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 낭만을 느낀다. 비록 물가는 치솟고 팍팍해지는 인심이 일반화된 시대라도, 삼각정은 특유의 친숙한 외관을 유지한 채 서민들의 입을 장장 20년 이상 즐겁게 해줬다. 그 인기로 지금은 2층까지 운영 중인 본관 그리고 이를 통과하면 나오는 맞은편 별관 건물까지 운영할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이번 야식 로드 원정대가 선택한 자리는 식당과 식당 사이, 골목길에 놓인 삼각정의 '야외 원통 테이블 자리'다. 아, 고기통이라면 알만한 고릴라 사장도 이곳 삼각정 출신이다. 고기는 불맛이라는데, 삼각정의 원 주인이 개발했다는 철근 불판에 연탄불을 쏘이며 구워진 고기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딱 맞는 바비큐. 연탄구이가 건강에 해롭고 어쩌고 해도 곁들여져 나오는 초간장에 찍어 한 입 씹을 때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이란! 메뉴는 갈매기살, 삼겹살, 가오리, 양곱창 등 다양한 부위가 있지만 그중 베스트는 모소리(항정살)이다. 여기에 아무리 배가 불러도 코스 요리처럼 시켜먹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내장탕. 들깨가루가 뿌려진 칼칼하고 진한 국물은 된장찌개보다 인기다.
엊그제도 '경제성장 하락↓, 물가상승↑'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괜스레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이런 날엔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끼리, 삼각정에서 고기 한 점 야무지게 씹어보는 건 어떨까.
대표 메뉴 모소리, 갈매기(첫 주문은 2인분 이상), 내장탕.
위치 용산구 한강로2가 258번지 (삼각지역 4번 출구에서 50m 직진)
영업 시간 오후 5시~10시 30분(일요일 휴무)
문의 02-798-3666
2AM의 파스타, 길거리 레스토랑 소년상회
무엇이든 요리해내는 이상한 나라의 레스토랑 소년상회. 모양새는 분명 포장마차인데, 이 안에는 파스타도 있고, 샐러드도 있고, 와인도 있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다양한 퓨전 요리도 나온다.
"프렌치라고 쓰지 마세요. 이건 그냥 채낙영 요리예요. 풋풋한 소년의 마음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서 소년상회라 이름 지었죠. 포장마차 같지만, 길거리 레스토랑이라고 불러주세요. 학생 때는 '머리만 감는 길거리 샴푸방이나, 클럽에서 자장면 팔면 어떨까?'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엔 진짜 일(!)을 낸거예요. 제 꿈이요? 가까운 미래에는 제 레스토랑을 가지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되고 싶어요. 이제 요리는 제 인생이니까요." 당찬 눈빛, 엉뚱 발랄함 속에서도 진지함이 묻어나는 말투. 오너 셰프인 소년(소년이 영원히 우리의 소년일 수 있도록, 나이는 밝히지 않겠다)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바람에 손님들은 단골이 되는 것으로 답을 했다. 소위 '맛 좀 안다'는 미식가도 그의 단골이 됐을 정도로, 소년상회 요리는 맛있다. 맛의 비밀을 물었더니,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다고 생각하며 요리를 하기 때문'이란 소년다운 답을 내놓는다.
홀로 장보기부터 요리까지 다 하기 때문에 오픈 시간에 맞춰 가더라도 요리를 금세 맛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오기 전부터 기다리던 손님 중 그 누구도 재촉하는 이가 없다. 다만 미니 트럭 뒤칸에 앉아 요리하는 소년 셰프와 요리만큼 맛있는 수다를 떨며 순간을 즐길 뿐. 그렇다고 젊은 사람만 있을 것 같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시라. 동네 사랑방처럼 친구, 연인, 아빠와 딸,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대가족 등, 별별 직업,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인다. 길고 좁은 주차장, 가로등 아래 '소년상회'는 올 여름 가장 멋진 레스토랑이 된다.
대표 메뉴 치킨·케이준·커리 올리오, 지중해·커리 크림, 5종의 파스타.
메인 메뉴 3가지는 매달 바뀌므로 그 달의 야심작을 물어볼 것.
위치 광진구 자양동 227-344(광진문화예술회관 근처)
영업 시간 오후 9시 30분~다음날 오전 3시(월요일, 태풍, 자연재해 시 휴무)
문의 010-2057-5669
야구가 있는 라이브 바비큐장, 인천 문학경기장
바야흐로 야구의 시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야구장의 밤은 낮보다 열정적인 응원과 각종 먹을거리로 가득찬다. 에어컨도 없는 야구장이야말로 여름에는 야간 경기가 진리다. 야구장은 '먹고 소리지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치킨, 피자, 맥주는 필수, 햄버거와 핫도그는 옵션 정도 돼야, '아! 야구 경기 볼 맛 난다'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에 필수 항목에 추가된 뉴 리스트가 있었으니 바로 바비큐다.
우리나라 3대 구장인, 잠실, 사직 그리고 인천은 각 구장마다 개성이 있는데, 잠실경기장은 고객 참여 이벤트가 강점이고 인천 문학경기장은 테마별로 나눠진 응원석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재미가 쏠쏠한 인천 문학경기장의 바비큐존은 스크린을 벗어나 집처럼 편안하게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년까지는 불판을 빌려줬지만 올해부터는 국가 정책상 개인 전기그릴과 먹을거리를 직접 가져와야한다는 것. 그래서 전기 그릴을 가져와 각 테이블마다 설치된 전기 콘센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야구팬은 이렇게 말했다. "가족 모임을 여기서 해요. 같이 응원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웃고 화내고 소리치면 1박 2일 여행 다녀온 것만큼이나 가까워지죠. 더운 날 고생 많으신데 그냥 삼겹살 같이 먹고 가세요. 그런데… 어디 팬이세요?"
누구 팬이면 어떤가. 이열치열이라고 워터파크보다 스릴 있고 찜질방보다 더 뜨거운 야구 열기와 불판의 열기까지 공유하고 있는데. 인천 문학경기장에 와 보니, 이제는 야구 관람이 아닌 야구 놀이의 시대가 온 것을 알겠다.
이용 방법 인터파크 또는 SK와이번스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 바비큐존, 생각대로 T 그린존은 일반석 티켓구입 후 자유롭게 입장 가능.(주말 잔디 보호를 위해 5백 명으로 입장 제한), 돗자리는 그린존 내 대여소에서 신분증을 맡긴 후 대여 가능.
위치 인천광역시 남구 문학동 482
문의 032-456-2114
첫댓글 초창기때 팩소주 몰래 가지고 가서 열라 응원하면서 묵고 그랬는디 ...
쥔장님 이걸 격세지감 이라 하나여?
저는 운동장에 가본 일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운동장에서 저렇게 음식을...
깨끗이 정리만 하고 간다면 편하긴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