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 위한 헌신 30년
4천여 가족 치유받고 사회로 복귀
30년 전 두 사람이 만났다. 한 명은 사제, 한 명은 걸인으로. 그 걸인은 동냥으로 얻어간 밥을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과 나누고 있었다. 사제는 혼란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사제는 전 재산 1300원을 털어 시멘트를 구입해 걸인들을 위한 ‘사랑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꽃동네가 이 땅의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헌신해온지 30년이 됐다.
오웅진 신부의 꿈은 정치가였다. 한국 전쟁을 통해 먹을 것 하나에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그 꿈은 곧 변했다. 오기선 신부를 통해서였다. 1963년 6.25때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 3천여명을 훌륭하게 키워낸 공로로 문화훈장을 받은 오기선 신부의 모습을 본 그는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제가 된 그는 오기선 신부를 찾아가 두 가지 당부의 말을 들었다. “무슨 일에든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사제가 되라”는 것과 “앞으로 일을 하다보면 반대하는 사람과 적이 생기게 될 것인데 그들을 대적하지 말고 용서와 사랑으로 인내하라”는 것이었다. 1976년 무극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그는 최귀동(경락.베드로) 할아버지를 만난다. 바로 꽃동네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재산 1300원을 털고 본당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용담산 기슭에 5칸짜리 사랑의 집을 지어 11월 15일 최할아버지를 비롯한 걸인 18명을 데려왔다.
18명이 기거하던 사랑의 집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시설의 초석이 된다.
1983년 부랑인요양원 준공을 시작으로 정신병요양원(85년), 결핵요양원(86년), 노인요양원(87년), 인곡자애병원(88년) 등을 설립해 가난한 이들의 육체적 고통을 달래 온 것을 비롯, 1979년에 수도회(예수의꽃동네형제회·자매회) 창설, 1981년부터 전국적인 후원회원 모집을 시작해 가평 꽃동네 설립(1992년),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설립(1996년),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개교(1999년) 등 나열하기도 벅찬 숨 가쁜 사랑을 실천해왔다.
지금까지 꽃동네를 거쳐 간 가족들만 해도 1만여 명이 족히 넘고 4천여 가족은 이미 사랑의 치유를 받아 사회로 복귀했다.
꽃동네가 걸어온 길은 몇 가지만 나열해도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에 큰 획을 긋고도 남음이 있다. 매년 8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종교를 초월해 찾고 있는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과 현재 경기도 가평,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로 늘어난 꽃동네의 모습 또한 그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꽃동네를 후원하는 수십만 명의 은인들 중 비신자, 타종교인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가톨릭은 몰라도 꽃동네는 안다’고 할 정도로 꽃동네는 이미 가톨릭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즉 꽃동네는 하나의 복지 시설에 머무르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의 요람 그 자체인 것이다.
꽃동네에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2003년 태극광산 금광 채굴과 관련해 오신부를 비롯한 수도자 2명이 재판을 받고, 수도원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신자와 회원들이 발길을 돌렸지만 법정에서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최근 오신부는 30주년을 맞아 가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꽃동네를 키웠던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에 대해서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후원회원들을 비롯한 꽃동네 구성원 모두가 전 세계 인류복지를 위해 재단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하느님 사랑을 온전히 실천해온 꽃동네는 앞으로 더욱 더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2007년 개원할 예정인 사랑의 연구소를 통해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 요한 4, 16)라는 복음 말씀을 바탕 삼아 하느님 영광을 세상에 더 많이 드러낼 예정이며 꽃동네의 탄탄한 자원으로 인적.물적 봉사를 더욱 체계화 시켜 진행할 예정이다.
■꽃동네 30주년 경축행사
후원자 등 2만여명 참석 사랑의 영성원 준공식도
꽃동네는 설립 30주년을 맞아 9월 8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잔디광장에서 설립 30주년 경축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그동안 꽃동네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온 후원자,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신자 등 2만여 명이 참석, 사랑과 봉사에 앞장서온 꽃동네의 30주년을 축하했다.
행사는 축하공연, 오웅진 신부의 특별강의, 감사미사 순으로 진행됐다.
오웅진 신부는 특별강의에서 “꽃동네 설립은 하느님과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30년 동안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했지만 이제는 길가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자 여러분 모두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다’(마태오 25, 41)라는 복음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장주교는 강론을 통해 “꽃동네는 지난 30년 동안 봉사와 기부정신이 척박한 이 땅에 봉사와 나눔의 싹을 틔워왔다”며 “꽃동네가 맺어온 사랑의 열매는 많은 수도자들의 사랑과 희생, 치열한 삶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꽃동네는 ‘꽃동네 사랑의 영성원 준공식’을 가졌다.
지난해 8월 착공해 이날 준공한 사랑의 영성원은 연건평 2300평,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강의실, 숙소, 성당,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피정의 집으로 활용될 영성원은 2007년 봄에 개원할 예정이다.
1976년 18명의 부랑인과 함께 생활하며 시작된 꽃동네는 심신장애인요양원, 정신요양원, 아동시설, 입양기관 등의 시설을 갖춰오며 현재 국내 최대 종합사회복지시설로 자리 잡았다.
꽃동네에는 800여 명의 수도자, 봉사자들이 4천여 명의 장애인, 노인 등 소외 계층을 돌보고 있다.
■꽃동네 사랑의 연구소,‘꽃동네 영성’ 발간
‘행복한 가난’ 사는 법 제시
꽃동네 사랑의 연구소는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꽃동네 영성’(208쪽)을 발간했다.
꽃동네 영성에는 꽃동네가 가난함 속에 영적으로 풍요로움을 살아온 지난 30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꽃동네회’지에 연재했던 꽃동네 영성을 한 권으로 엮은 이 책은 꽃동네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한 영성의 말씀을 담고 있다.
‘가난의 영성’,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등의 주제를 통해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꽃동네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가난을 살게 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꽃동네의 30년을 사진으로 담아 그간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김수환 추기경은 추천사를 통해 “꽃동네 영성은 지난 30년 동안 꽃동네 안에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경험했던 모든 사랑에 관한 영적 성찰을 담았다”며 “이 책을 통해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영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꽃동네 종사자들은 오늘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오웅진 신부가 특별강의 중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꽃동네는 설립 30주년을 맞아 9월 8일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주례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참석자들이 오웅진 신부의 특별강의에 화답하는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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