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대본 데이비드 헨리 황
초연 2007년 6월 27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2007년 6월 27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 123분 / 한글자막>
바이에른 국립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 어린이합창단 / 켄트 나가노 지휘 / 아힘 프라이어 연출
앨리스...............샐리 매튜스(소프라노)
체셔 고양이........줄리아 렘페
미친 모자장수.....디트리히 헨셜
3월의 토끼..........앤드류 와츠
하트의 여왕........귀네스 존스(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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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07년 6월 독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세계 초연 공연 실황 DVD
작곡가 진은숙 본인이 직접 한글 대본 감수
2007년 6월, 130년 역사의 독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에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첫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성황리에 세계 초연됐다. 한국인의 작품이 이 극장에 오른 것은 1972년 윤이상 오페라 <심청> 이후 35년 만의 일이고, 또한 현대 오페라가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스티벌 개막 2달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을 만큼 큰 관심을 모았고, 공연 당일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2시간 30분의 공연이 끝난 후 진은숙이 만든 선명하고도 활기찬 음악에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에 선 독특한 작품으로 전 8막으로 구성되어 작곡가 자신의 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만화 같은 상상력과 익살스러운 음악들은 꿈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45˚로 경사진 무대와 9개의 구멍은 입체감을 표현했고, 풍선과 와이어 등을 이용한 특수 효과도 돋보인다. 원작자 루이스 캐럴의 복장에 가발을 쓴 성악가들은 무대 하단에서 노래만 부르고 배우들은 앨리스, 토끼 등 가발을 쓰고 연기만 하는 형식이다.
작곡가 진은숙은 2004년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도 맡고 있다.
=== 내지 해설 === <조피 베커 Sophie Becker / 노승림 번역>
꿈의 세계에서 자아를 찾다
동시대의 한국 작곡가가 자신의 첫 오페라를 영국의 고전 동화에 근거해 작곡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진은숙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주제가 가진 보편성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루이스 캐롤 -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의 필명이다 - 은 당시 열살 짜리 소녀 앨리스 리델과 보트를 타고 소풍을 가면서 앨리스의 모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었으며 오로지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 이야기들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1865년 출판된 이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이에게나 성인에게나 똑같이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이 작품에 내포된 말장난과 희시(戱詩, nonsense verse)는 <피네간의 경야>를 쓴 제임스 조이스에서부터 T.S. 엘리어트,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에서부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르노 슈미트는 캐롤을 가리켜 "현대문학의 교부(敎父)"라고 일컬었다. 캐롤이 제시하는 세상에 대한 청사진 안에서는 사회 격식, 의사소통의 구조, 논리학과 경험주의적 체험들이 구조적으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 수학자와 과학자, 언어이론가, 그리고 정신분석가들은 모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진은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두 번째 스승인 죄르지 리게티의 소개로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 접했다. 그녀는 1961년 태어나 고향인 서울에서 처음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으며, 이후 1985년 독일로 유학, 함부르크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그녀가 발견한 캐롤의 이야기들은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매료되었던 자신의 꿈의 세계와 두드러질 만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꿈들을 그녀는 "내 일상적인 인생에서 알아왔던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실존적인 차원의 경험"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꿈이 없이 그녀가 작곡가로 활동하는 것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때때로 어떤 꿈은 너무 복잡해서 깨어나면 그 기억이 단지 희미하게만 남아 있곤 한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세상을 추구하고 해석하도록 도와주는 지성은 불행하게도 매우 제한되어 있기에, 우리는 그 꿈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가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여타 논리적 기반을 더 이상 가지지 못한다. 또한 만약 그와 같은 꿈을 꾸는 복잡한 상황을 말로써 표현하고자 시도한다면, 소위 '넌센스'라는 필연적인 결과에 이를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언어는 논리와 매우 다른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진은숙의 꿈은 엄청나게 밝은 빛과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밝은 색깔들로 이루어진 환상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것을 그녀는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한다. 그것은 그녀의 악보 상에서 범상치 않은 색조의 색깔들로 구별되며, 전통적인 차원의 범주 안에서 그려진 악보에서 아주 가끔씩 전자 악기에 의해 펼쳐진다.
진은숙은 오랫동안 동시대 음악계에서 소수의 인사이더(insider)에게만 그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1990년대 초 켄트 나가노와 처음으로 함께 작업을 하였고, 그녀의 여러 다른 작품들의 초연을 지휘한 뒤 그녀에게 오페라를 쓰도록 권한 사람 또한 나가노였다. 대본은 그녀가 직접 가담한 가운데 LA에서 활동하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작사가 겸 대본작가인 데이비드 헨리 황과의 협력 아래 집필되었다. 헨리 황은 필립 글래스, 브라이트 쉥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와 함께 작업을 했던 인물로, 캐롤의 원전을 대부분 충실하게 보전하고 있다. 호기심이 동한 앨리스는 하얀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에 뛰어들며, 그곳에서 그녀는 체셔 고양이, 3월의 헤어, 미친 모자, 겨울잠쥐, 하트의 여왕, 가짜 거북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에 걸쳐 다양한 주인공들과 만난다. 그들 모두로 인해 앨리스는 그녀가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들에 대해 의심하며 심지어는 그녀의 경험과 존재하는 행동 패턴에 대해서조차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은숙과 황은 캐롤의 작품 안에서 상응하는 패시지들을 시대상의 관습에 대한 허용으로 간주하고 실제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으로 오페라의 시작과 끝에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였다. 그 두 장면을 그녀 자신이 꾼 두 가지 꿈으로 대체함으로써, 진은숙은 행위 전체를 이상한 세계로 이동시킨다. 오프닝 장면에서 앨리스는 한 소년과 두 명의 노인을 만나는데, 그들 세 명 모두 그들에게 닥쳐올 운명에 대해 그녀에게 말한다. 이 숙명론에 입각한 오프닝은 그리하여 앨리스에게 모종의 씨앗을 키울 것을 권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만나는 마지막 장면과 대조를 이룬다. 척박하고 황폐한 땅에 그러한 행위는 무의미하다고 확신한 앨리스는 이의를 제기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남자의 지시대로 하고 나자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짧은 순간에 기대하지 않았던 꽃들이 피어나고, 그리하여 세상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밝은 빛으로" 가득 찬다.
대본은 기대 이상으로 탁월하리만큼 논리적인 기교를 드러낸다. 대본을 작성하면서, 진은숙은 노래에서부터 대사를 읊는데 이르기까지 적재적소에 방대한 범주의 테크닉을 채택했다. 플롯은 에피소드 풍으로 구성되었으며, 수많은 모티프와 기타 요소들이 결속의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 그와 같은 장치들 중에는 하얀 토끼를 위한 열광적이고, 인상적인 도입 음악과 스스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녀 스스로 자신감을 돋우는 앨리스의 버릇도 포함되어 있다.
오페라는 아힘 프라이어에 의해 연출되었으며 세트와 조명 또한 그가 디자인했다. 브레히트의 제자인 그는 스승으로부터 모든 오페라와 연극은 문제의 중심을 곧추 파고드는 문장 하나로 요약이 가능해야 한다고 배웠다. "앨리스는 세계의 형상 속에서 그녀의 실체를 추구한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맺은 앨리스의 약속의 중심부에는 그녀 고유의 정체성의 추구가 있다. 프라이어의 구상의 출발점은 가파르게 경사진 표면이다. 꾸준히 재배열되는 세 줄기 빛을 이용해 그는 시각적 환영을 연출하면서 몸체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움츠러드는 앨리스의 모습을 정체성의 위기로 반영한다. 경사진 무대 위로 등장인물로 분한 댄서들이 연기를 하는 동안, 모두 캐롤로 분장한 가수들은 그들의 창조물과 꼭두각시 줄로 이어져 있다.
의상과 분장, 꼭두각시를 디자인하면서 니나 바이츠너는 프리드리히 슈뢰더-존넨슈테른과 같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작가의 작품과, 자신들의 작품에 의해 자기 붕괴의 경험을 묘사했던 '아르 부뤼(Art Brut)' 계열의 화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렇지만 또한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만화책의 과장된 형상 또한 그녀에게 영향을 주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인으로 인해 니나 바이츠너는 독일의 음악 전문지 <오퍼른벨트(Opernwelt)>지에 의해 '올해의 의상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또한 해당 잡지의 오페라 평론가들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 입성한 켄트 나가노의 첫 시즌 마지막 작품이었던 진은숙의 오페라는 '올해의 세계 초연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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