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투두두둑 투두둑, 듣기 좋은 빗소리. 어제부터 줄곧 내린 비는 오늘 낮이면 그칠 거란다. 시와 그림 내보이기를 할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이긴 하지만, 왠지 이 빗소리, 그만 듣기는 또 아쉽다.
지난 주부터 줄곧 뿌리샘에서 함께 지내온 노아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마지막 날이다. 처음 함께 할 때부터 사실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노아와 애셔를 예전부터 몇 번 보았다는 뿌리샘 아이들, 줄곧 잘 뛰어노는 아이들이라는 성범 어머니의 글, 든든한 형인 성범이도 바로 옆 교실에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첫 주에는 조금 헤매기도 했던 것 같다. 채비한 공부들을 노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버벅거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서로 알고싶어 해서 그걸 전해주고 영어말, 우리나라말을 알려주고. 통역사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들 곧 쉬운 몇 개의 말들과 움직임으로, 저마다의 방법으로 서툴고 어색하지만 스스로 노아와 말을 트고, 놀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노아와 힘을 합해 모래로 마을도 만들고, 풀 뽑기도 알려주고, 어제는 노아가 직접 만든 판놀이를 다함께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영어로 놀이를 설명하는 것을 아이들이 선생보다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는 놀이로 통하는 거구나. 신기했다.
2주면 열흘 남짓. 노아가 함께한 시간은 고작 열흘이지만 그동안 꽤 정이 들었는지 아침열기를 하는 모둠 교실 안엔 어색한 기운이 흐른다.
"오늘 아침 나절에는 이야기했던 대로 오늘 마지막인 노아에게 편지도 쓰고 우리가 직접 큐브를 만들어 줄 거야."
"아... 편지... 쓸 말 없는데. 큐브는 왜요?"
"노아가 큐브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큐브를 직접 만들어서 거기에다 편지도 쓰고 우리 같이 찍었던 사진도 붙이려고."
"큐브를 어떻게 만들어요."
"선생님이 생각해 온 게 있는데 한 번 볼래?"
아이들은 괜히 내심 서운하고 아쉬운지, 싫다고 해도 만들기 시작하면 푹 빠져드는 아이들이 영 기운도 없고 입이 삐쭉삐쭉이다. 칠판에 준비한 큐브 전개도를 그려주니 요즘 큐브 만들기를 좋아하는 민주와 지빈이가 조금씩 쳐다본다.
"이렇게 가로 세로 20센티미터씩 사각형을 그려서 만들 거야. 풀로 붙일 거라서 풀을 붙일 곳도 그려야 해."
입체도형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뿌리샘 아이들은 전개도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요즘 입체종이인형 만드는 것을 자주 해 본 지빈이와 민주는 대충 어떤 모양인지 눈에 익어서 알고 있는 눈치다. 자신에게 줄 큐브를 만들 거라고 했더니 노아가,
"그렇게는 큐브가 안 될걸요?"
하면서 관심을 보인다.
두꺼운 4절 종이 2장을 써서 전개도를 그려본다. 1장으로 다 그릴 수가 없어서 2장으로 이어 붙이는 큐브를 생각해냈다. 아이들한테 만들 방법을 설명했더니,
"그게 되요?"
한다. 아직 입체종이인형을 만들더라도 풀로 붙이기 보다는 테이프로 감아붙이기만 했을텐데, 이번에 풀로 붙이는 것을 직접 해 보면 이렇게도 입체도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연필로 그리고 오리는 동안 아이들은 노아에게 편지를 쓴다. 쓸 말이 없다더니 다들 길게도 쓴다. 노아에게도 편지를 써 보라고 하니 괜히 멋쩍어하며 'goodbye' 인사를 건네는 짧은 편지를 내어놓는다. 그동안 나는 큐브를 오려 전개도를 만들기 위해 붙여본다.
꽤 멋진 큐브가 완성될 것 같다. 큐브 전개도를 보니 아이들도 하나 둘 모여든다. 민주, 지빈이부터 시작해서 전개도 곳곳을 편지와 종이로 꾸민다. 큐브가 완성되기 직전이다.
될까말까 생각하던 큐브가 하나둘씩 맞춰가는 걸 보며, 아이들은 더욱더 빠져든다. 길이에 맞춰 민주가 시트지를 잘라 지빈이와 정우가 빳빳하게 붙이고 옆에 있던 노아도 돕는다.
중간에 애셔가 형을 따라 모둠에 잠깐 들렀다. 평소에 애쇼를 이뻐하는 민주가 애셔가 민주가 만든 민주의 소중한 종이인형을 만지니 말한다.
"선생님, 이거 너 가져 가 뭐에요?"
"음... 뭐라고 하면 될까... it's for you?"
민주가 수줍게 말하니 애셔가 좋아한다. 그 얼굴을 본 민주도 웃는다. 자기가 아끼던 것을 기꺼이 내놓는 아이들. 참 사랑스럽고 예쁘다.
드디어,
노아가 좋아하는 큐브 편지 완성!
처음에 큐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던 노아도 모양을 보니 엄청 좋아한다. 2주동안 함께 지낸 동무들을 기억하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또 동무가 되어 즐겁게 놀 수 있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