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일주일이 훅하고 지나갔습니다.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고
바쁜 사람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는 시간이 너무 안 갑니다.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가건만,
상황에 따라 빠르게도 느리게도 느껴집니다.
아침에 시 한 수를 읽고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야말로
정서적으로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합니다.
그 옛날 뛰어놀던 고향을 순식간에 다녀오기도 하며
지난 인생의 어느 시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랑도 어디쯤에선 그치고,
눈이 그치고 꽃이 피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오고....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황동규 시인은 말합니다.
황동규 시인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것은
"진실로 진실로.." 이 구절은 성경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황동규 시인님은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소설가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고, 서울대 문리과(영문학), 서울대 대학원(영문학 박사), 에든버러 대학교 대학원(영문학 박사)이며 서울대 명예교수입니다.
최근에 편지를 써 보셨나요?
휴대폰 문자가 편지를 대신합니다.
속도와 거리에 제한이 없습니다.
보고 싶으면 영상 통화를 하면 됩니다.
휴대폰 없이 하루를 살아 보셨습니까?
아마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움이나 기다림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시대입니다.
즐거운 편지?
아파트 우편함에는 반갑지 않은 각종 청구서나 광고물 뿐입니다.
손 편지는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초등시절에는 서울에 계시는 누님에게 편지를 보내고
우체부 아저씨가 오시면 혹시 답장이 왔는지
기다렸던 일은 아련한 추억이었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권고하나니
생각나는 분에게 손 편지를 써 보내기를 즐겨하라. ㅎㅎㅎ
나무 책상과 걸상에 앉아 풍금 반주에 맞추어 부르던
"우체부 아저씨"동요 같이 불러 봅시다.
=적토마 올림=
kpop 옛날 국민학교 동요 합창 - 우체부 아저씨 (가사 포함) (youtube.com)